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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 버츄얼캠퍼스 OPEN] 온라인으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방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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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의사 결정 실패를 줄이는 아마존의 학습 조직
    우주 공간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일이 믿어지는가.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사람이 익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만 이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서른여섯 살의 이탈리아 출신 우주 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Luca Parmitano). 파르미타노는 2013년 5월부터 6개월 동안 우주정거장 유지 보수 작업 임무를 수행했다. 7월 16일(현지시각) 그는 우주정거장 해치(문)를 떠나 도킹용 부품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뒤가 축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물이었다. 어디서 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헬멧에 땀이 찬 것처럼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전기 장치에 쇼트가 일어나서 통신이 끊어질 수도 있어서다. 곧바로 지상 관제센터에 이 문제를 알렸지만 센터 반응은 덤덤했다. 땀을 흘려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어이없는 질문이 돌아왔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했다. 어느새 물은 그의 턱까지 차올랐다. 파르미타노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에어록으로 향했지만 물이 코로 들어가고 시야도 뿌예져 자칫 익사할 수도 있었다. 파르미타노는 가까스로 에어록의 외부 해치로 돌아왔다. 그러나 해치 문을 닫고 기압을 맞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몇 분이 흘렀고 마침내 헬멧을 벗었을 때 그 속엔 1.5L의 물이 차 있었다. 다행히 그는 살아남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물이 새는 위치를 추적해서 보완했고 스노클처럼 생긴 호흡관도 우주복에 추가했다. 그러나 가장 큰 실수는 기술 문제가 아닌 바로 사람 문제였다.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파르미타노와 동료들은 우주복에 장착된 냉각수통에서 새어 나온 것으로 생각했고, 휴스턴 통제센터도 동의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교체했어야 했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상황은 끝나 버렸다. 소량의 물이 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파르미타노가 경험한 이 끔찍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그리고 2003년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사고를 기억하는가. 둘 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 챌린저호의 경우 오링(O-ring)이라는 고무 패킹이 낮은 온도에서 굳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발사 직후 폭발했다. 뜨거운 가스가 새어 나와 연료탱크를 태우는 바람에 우주비행사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NASA 기술자들은 오링 사고 가능성을 알았지만, 발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여러 비행에서 오링 불량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귀환 도중 폭발했다. 발사 당시 약 1m 길이의 작은 발포 절연체가 떨어져 나간 뒤 왼쪽 날개를 강타했다. 이 절연체는 재질 특성상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번엔 조각이 컸다. 큰 서류 가방 크기로, 그때까지 충돌한 것 중 가장 컸고, 부딪힌 각도도 좋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이런 문제에 익숙해진 나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컬럼비아호는 예정된 임무 수행 후 복귀하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손상된 왼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폭발해 일곱 명의 사망자를 냈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될까.     NASA의 성과 우선주의   NASA는 오랜 세월 성과를 우선시했다. 우주선 발사가 연기되면 따가운 비판과 예산 삭감이라는 위협이 쏟아졌고, 성공하면 찬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그동안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잘못들이 묻혔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위성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까지도 말이다.   NASA에도 사후 보고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성과주의 문화가 이를 방해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학습 장애물이었다. 만약 부족했는데도 결과가 좋게 나왔다면, 사람들은 여태까지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끔찍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큰 잘못을 깨우친다. 그제야 비로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태까지의 관행을 살펴본다. 성과에만 집착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길만 추구하게 된다. 구성원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피하게 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아담 그랜트 교수는 ‘싱크 어게인(Think Again)’이라는 책에서 의사 결정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되고 그 전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성’은 당연히 요구되지만 ‘과정에 대한 책임성’도 요구된다. 최종 결정 전에 여러 대안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는지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잘못된 의사 결정은 대개 얕은 생각에서 출발하고, 좋은 의사 결정은 깊이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토대로 한다.       아마존의 학습 조직   좋은 의사 결정을 위한 노력은 아마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아마존은 회의 시작 전에 참석자에게 여섯 장 정도의 메모를 미리 전달한다. 메모에는 회의 어젠다에 관한 문제점과 몇 가지 다른 접근법이 소개된다. 이제 회의가 시작되면 참석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각자 발표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집단 사고를 방지함으로써 의사 결정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가감 없이 제시된다는 측면에서 꽤 적절한 접근법이다.   아마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뒤이은 회의에서 당해 의사 결정 과정을 평가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점수를 매긴다. 가령 어떤 의사 결정이 과정의 깊이가 얕은데도 결과가 좋았다면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만약 과정의 깊이가 깊었다면 그 결과는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그 의사 결정 과정의 깊이가 얕았던 경우에만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 의사 결정 과정이 철저했다면 똑똑한 실험을 한 것이 된다.     MS, 과정과 학습 중시   과정과 학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 시절은 철저하게 성과 중심이었다. 그는 똑똑한 인재를 중용했고 구성원끼리 경쟁시켜 실패한 직원에게는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했다. 그러자 구성원은 똑똑한 체했고 서로 묻지도 않고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작은 성공에만 매달렸다. 부서 간 협력도 사라지면서 회사는 점점 쇠락했다.   2014년 CEO가 사티아 나델라로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부임 후 그는 자신이 모르는 기술이나 지식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사실을 직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학습하겠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직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그는 똑똑한 개인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팀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러자 임직원이 움직였다. 서로 정보를 공개했고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서로 묻고 답했다. 학습 조직으로 바뀌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회사의 보상 체계도 팀워크와 협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그 결과 2020년 매출액은 10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의사 결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시도를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만 할 뿐이다. 예컨대 오링의 오작동 위험이나 발포 절연체 현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후회할 일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9-02 조회 3388
  • 110
    [프리즘] 현실과 가상을 융합한 XR 세상이 왔다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이란 사용자에게 경험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초 실감형 기술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기술 별 시장 규모는 VR(48%), AR(34%), MR(18%) 순이다. XR 기술은 메타버스 시장 성장에 힘입어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VR·AR 리서치 기관인 아틸러리 인텔리전스(ARtillery Intelligence)에 따르면, VR·AR 헤드셋 판매량은 2021년 2700만 대에서 2025년 88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IDC가 발간한 ‘글로벌 VR·AR 지출 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일본 제외)의 VR·AR 지출이 연평균 성장률 42.4%를 기록하며 2026년 166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현실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주변 환경을 차단하고 가상 세계를 360도 시야로 제공하기 위해 HMD(Head Mount Display)가 사용된다. 위치 지정 장치, 모션 캡처 장치, 상호 작용 장치도 사용된다. ·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사용자가 보고 있는 현실 세계에 텍스트, 이미지, 애니메이션을 덧입혀 디지털 정보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AR 글래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장치를 사용하여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한다. · 혼합현실(MR·Mixed Reality): 실체 객체와 디지털 객체가 공존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실제 물건과 환경, 가상의 물건과 환경을 모두 조작할 수 있다. MR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VR·AR보다 훨씬 높은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VR, AR, MR 개념도]  XR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 모은다 XR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의 상호 유기적 성장이 중요하다. 크로노스 그룹(Khronos Group)은 VR·AR 시장의 파편화를 줄이기 위해 140개 이상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관련 기업과 기관을 모아 다양한 개방형 표준들을 제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프로젝트명은 ‘오픈XR(OpenXR)’로 하드웨어 사양, 인터페이스,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까지 포함한다. 오픈XR을 통해 콘텐츠 개발사는 하드웨어 특성별로 콘텐츠를 최적화하고, 하드웨어 개발사도 다양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표준에 맞춰 설계한다. 2020년에는 5G 기반 XR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XR 얼라이언스’가 출범하였다. LG유플러스, 미국 버라이즌, 중국 청화텔레콤 등 7개 지역 11개 이동통신사, 반도체, 콘텐츠 제작사가 참여하고 있다. XR 하드웨어XR 기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하드웨어로는 VR HMD, AR 글래스, 모션 캡처 장비 등이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XR 기기의 무게와 크기가 감소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VR HMD의 선두주자는 시장 점유율 1위인 메타(옛 페이스북)의 퀘스트(Quest)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R 기기 홀로렌즈(HoloLens)는 조작성과 시야를 개선하여 B2B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션 캡처 장비에는 전신 슈트, 관절 슈트, 글러브, 핸드 모션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인간은 오감(시각·촉각·청각·후각·미각)을 비롯해 열감각, 운동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으나, 현재 XR은 시각을 중심으로 청각·촉각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수준이다. XR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XR을 통해 실감나는 몰입 경험을 제공하려면 가상 공간에 3D 객체를 생성하는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와 XR 개발 엔진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인 엔진으로는 유니티(Unity)와 언리얼(Unreal)이 있다. 유니티와 언리얼은 원래 3D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최근 XR 산업의 활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유니티를 통해,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는 언리얼을 통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선도적인 XR 기기를 보유한 기업은 자사 기기에 맞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메타, 소니, HTC는 모두 자사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VR 게임인 레드룸(Red Room)은 최근 30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돌파하였는데, 사용자의 대부분은 메타의 퀘스트2 헤드셋을 통해 로그인한다.  애플리케이션·콘텐츠그동안 XR 도입의 장벽으로 제한적인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가 지적되었지만, 둘 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메타는 자사 VR기기인 퀘스트에서 구동되는 가상회의 앱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개발하였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을 때에도 VR을 통해 실재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경험을 제공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 사례도 있다. VR 제작사인 버스(Vrse)와 UN이 합작하여 만든 VR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시드라에게 드리운 구름(Clouds over Sidra)’이다. 시청자는 요르단의 난민 캠프 한 가운데 서서 어린이 시드라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지연 없는 가상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네트워크와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가장 발전된 HMD로 평가받는 퀘스트 2의 해상도는 2K인데, 이 같은 기기들이 인간의 시각과 일치하려면 20K에 도달해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XR 시장이 커질수록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5G 정도는 돼야 VR·AR의 원활한 활용이 가능한다면서, 앞으로 6G 등 네트워크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G가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3~4G에 머무는 곳들이 많다.<References>  · The Corporate Hitchhiker’s Guide to the Metaverse, 2022.04, BCG  · 메타버스 리포트: 눈 앞에 온 미래, 글로벌 확장현실(XR) 산업 인사이트, 2022.06, Deloitte  · Immersive Media Technologies: The Acceleration of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in the Wake of COVID-19, 2022.02, WEF  · 3 technologies that will shape the future of the metaverse – and the human experience, 2022.02, WEF 
    작성자 작성일 08-22 조회 3662
  • 109
    [칼럼] 꼬치꼬치 따져 묻는 MZ세대 직원과 소통하는 …
    단순한 업무 지시보다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리더십 포인트   “요즘 직원들은 업무 지시에 바로 ‘네’라고 하는 법이 없습니다. 당돌하게 이것을 왜 자기가 해야 하는지 묻고 일 처리 방법도 하나부터 열까지 꼬치꼬치 캐물어요. 꼭 말로 일일이 설명해 줘야만 하나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의 업무 관계에서 기성세대 리더들이 주로 하소연하는 부분이다. 소위 ‘까라면 까고’, ‘알아서 눈치껏’ 일하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의 관점으로는 사사건건 ‘왜’를 따지고 당연한 듯이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요즘 직원들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MZ세대로 표현되는 요즘 직원들에게는 일의 목적과 구체적인 지침을 공유하는 편이 좋다.   맞춤형 사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은 족집게 같은 설명과 가르침을 필수로 여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들을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일의 맥락과 육하원칙에 입각한 자세한 지침을 주지 않으면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이 일을 왜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경우다.   이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일의 목적과 배경이 정말로 궁금한 것이다. 또 하나는 맥락을 어렴풋이 이해하기는 했지만 본인이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자든 후자든 리더는 업무를 지시할 때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당위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들이 왜 되묻는지 생각해야   예를 들어 현업 부서 직원에게 회사 홍보 영상을 새롭게 기획하라는 임무를 줘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회사 홍보 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김 대리가 한 번 기획해 보세요”라는 지시에 김 대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홍보 영상은 이미 있는데 왜 다시 만들지’, ‘홍보팀이 있는데 굳이 내가 왜’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김 대리가 목적 의식과 주인 의식을 갖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즉 ‘왜(why)’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이번에 회사 홍보 영상을 새롭게 제작하려고 합니다. 주된 목적은 채용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면 됩니다. 현장 실무자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고 또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콘셉트의 영상을 만들려면 대리급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현장의 경험도 충분하고 영상의 주 타깃과 세대가 비슷한 김 대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김 대리가 충분히 납득했다면 그다음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을 나눠보자. 이 과정을 통해 김 대리는 주도적으로 업무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일을 진척시키는 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조직에 MZ세대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사의 업무 지시에 “제가요”라고 반문하는 직원도 자주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토 달지 않고 충직하게 수행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여겨 온 기성세대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당혹감은 잠깐 밀어두고 도대체 이들이 왜 이렇게 되묻는지 생각해 보자.   여기에는 ‘왜 굳이 내가 해야 하지’, ‘다른 사람은 뭐 하는데’, ‘내 일도 많은데’ 등 업무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숨어 있다.   업무를 지시한 리더는 아마 ‘이 사람이 잘하니까’, ‘이 사람을 믿으니까’, ‘전체 업무 상황으로 볼 때 이 사람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받는 구성원은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을 잘 해내는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해당 직원은 번아웃되기 쉽다. 특히 기여한 만큼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직원들은 본인에게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을 차단하려면 팀 전체에서 돌아가고 있는 일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업무 지시 거부하는 직원 설득하려면   개인별 담당 업무와 난이도, 진척도 같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게 됨에 따라 리더도 보다 적절하게 업무 배분을 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리더는 가급적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비전을 고려해 업무를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배움의 기회 또는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업무는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골고루 경험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의 일로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직원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MZ세대는 유독 성장 욕구가 크고 일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판단할 때 몰입한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에게 업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회사 홍보 영상을 기획해야 하는 상황을 다시 보자. 김 대리에게는 어떤 이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영상 제작은 다들 기본으로 하던데,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기획하는 역량이잖아요. 필요한 지원은 회사에서 해 줄 테니 이번에 기획부터 참여해 보면 김 대리 개인의 커리어 폭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김 대리가 직접 경험한 바를 전달해 주는 의미도 있고요.”   이와 같이 경제적 보상 그 이상의 동기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리더의 말에 진정성이 실리지 않으면 이 같은 대화는 오히려 직원의 반감만 살 뿐이다. 리더가 진정으로 직원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업무를 넘기기 위해서 하는 말인지 듣는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리더의 진정성은 순간의 몇 마디 말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리더가 얼만큼 믿음을 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다음과 같을 때 구성원은 리더를 믿고 따른다.   1) 리더가 자기 자신의 성과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를 위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2) 리더가 평소 중요하게 내세우는 원칙과 가치에 일관성이 있고 언행일치가 될 때   3) 리더가 구성원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와 같은 입에 발린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리더를 신뢰할 수 있고 리더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기성세대 눈에는 발칙한 MZ세대 직원이라도 종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까라면 까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왜 리더만 직원을 이해해야 하고 리더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 피곤하다며 툴툴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과적인 리더십은 결국 구성원 스스로 자발적으로 실천했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라면 리더는 수고스럽더라도 요즘 직원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공략하고 커뮤니케이션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8-19 조회 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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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판적 사고…
    논리관계·인간관계·구조적 접근 등 세 가지 단계 거쳐야   혹시 ‘크리티컬 싱킹’이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비판적 사고라는 의미다. 무엇에 대해 비판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즉, 자기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체크(비판)하면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에는 주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또 어떤 주제나 내용이든 상관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비판적 사고다.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중견 건설 자재 회사에서 긴급 임원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열린 이유는 취급하고 있는 건설 자재 종류가 매우 다양해 재고 관리가 속을 썩여서다. 게다가 최근 신규 건축물 착공 건수가 늘어나 재고가 더 증가했다.   공사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신제품 유입도 증가해 기존에 있던 제품에 계속 쌓이는 것이다. 회사의 보관 능력은 한계에 달했다. 임원 회의에 참석한 관리부장은 일부 제품을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를 들은 사장은 처분 금액이 무려 10억원이나 된다는 얘기에 “이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뭐 한거야. 폐기 손실이 안 나오도록 이달 말까지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라”며 펄쩍 뛰었다.     어떤 과정으로 해결책 내놓을 것인가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겠는가. 아마 ‘물류 창고를 늘린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입출고를 더 철저하게 관리한다’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당신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가 아니다. 그 해결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느냐다.   ‘애초 무엇이 문제인가’, ‘갑자기 왜 재고량이 증가한 것인가’, ‘재고 공간은 왜 협소한 것인가’, ‘왜 신제품 유입이 증가했는가’ 등 여러 각도로 깊이 생각한 다음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잠깐 고민한 후 자신의 고유한 사고 방법과 상식에 근거해 대답한다.   그러다 보면 일시적으로 사태가 수습될 수는 있어도 얼마 후 비슷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책을 내놓는 태도로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는 논리 전개다. 논리 전개는 몇 개의 메시지와 그것을 연결하는 고리다. 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연역법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조합해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방법이다. 이른바 ‘삼단논법’이다. 쉬운 예로 ‘모든 사람은 죽는다(전제 조건)’,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관찰 사항)’,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결론)’라는 식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전제조건이 잘못되거나 논리가 비약된다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귀납법은 연역법과는 흐름이 반대다. 관찰된 사항이나 문제의 공통점에 착안해 결론을 도출해 낸다. 이것은 연역법과 달리 자동적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사는 기술이 우수하다(관찰 사항 1)’, ‘C사는 주가가 매우 싸다(관찰 사항 2)’, ‘C사의 창업자는 뒤를 이을 자식이 없고 은퇴하고 싶어한다(관찰 사항 3)’라고 한다면 ‘C사는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될 것이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도출된 결론이 하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관찰된 사항이 전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납법에 의한 결론은 ‘…일 것이다’라는 추측의 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대부분 어떨까. 관찰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다’라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사고에는 좋은 점이 있다. 들으면 금방 이해가 되고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설득력도 올릴 수 있다.   둘째 단계는 인과 관계다. 즉 원인과 결과의 관계다. 이 단계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원인을 파악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결과의 배경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   예를 들어보자. 특정 식품 제조 회사가 발매한 감자 스낵이 이번 시즌에 판매가 부진하다고 하자. 여기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맛이 떨어졌거나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TV 광고가 너무 평범해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판매 부진으로 인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판매 책임자가 문책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인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과 관계가 잘못되면 결론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감자 스낵의 가격이 너무 비싸 실패했으니 가격을 내리자’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하자.   논리 전개로는 문제가 없지만 인과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는 가격이 아니라 맛에 문제가 있어 팔리지 않았다면 가격을 내렸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인과 관계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금방 해결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셋째 단계는 구조적 접근이다. 복잡한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머리가 하얘진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지적 구두쇠다. 가능하면 머리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생각의 구조화다.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다. 먼저 비슷한 몇 개의 요소로 분해하거나 그루핑(grouping)한다. 그리고 각 요소들 간의 인과 관계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곳에 커피숍이 두 군데 있다고 하자. 한쪽은 폭발적인 인기로 가게 앞에는 언제나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반면 다른 쪽은 찾아오는 손님도 드물어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다. 같은 커피숍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우선 맛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이나 커피 종류, 빵이나 케이크 같은 사이드 메뉴, 입지, 인테리어, 영업 시간, 종업원 수와 태도 등 얼마든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인기에 차이가 있는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또 그것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복잡한 비즈니스 상황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한 기술이 구조적 어프로치다.   그 방법 중 하나로 ‘MECE(Mutually·Exclusive·Collectively·Exhaustive)’들 들 수 있다. 해석하면 ‘누락과 중복없이’라는 의미다. 모든 현상을 빠짐없이 정리해 관련성과 인과 관계, 중요도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때 로직 트리(logic tree)를 활용하면 쉽다. 예를 들어 모 회사에 고객 상담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하자.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한다. 그리고 비슷한 속성을 가진 요소끼리 그루핑하고 인과 관계에 따라 로직 트리로 만들어 봤다.       어떤가. 한눈에 문제와 원인이 들어오지 않는가. 이렇게 조합하고 메시지를 구성하면 상대도 알기 쉽고 자신의 사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정리해 보자. 비판적 사고의 세계적 권위자인 교육심리학자 린다 엘더는 “사고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한 해결에만 집중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대처하다 보면 응급 처치 차원에서 끝난다.   하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른 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현상이다.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8-12 조회 3533
  • 107
    [칼럼] 코로나19 이후 인재 전쟁 가속… 이탈 막으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수준으로 낮추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올해 초 기사 내용이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따라 여러 조직도 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외 안팎으로 그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사무실 출근하지 않으면 퇴사로 간주. 일주일에 최소한 40시간씩 각자의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하며 조직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이렇게 공지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도 사무실 출근 옹호자다. 반면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미국 IBM 직원 다섯 명 중 한 명만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앞으로도 총근무 시간 중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60%를 넘게 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구글, 애플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사무실 안 가기’를 경쟁하듯 재택근무에 기반한 출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접근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테슬라, 골드만삭스 그리고 IBM, 구글, 네이버, 카카오가 취하는 전개 방식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조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조직과 구성원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애플이 주 3회 이상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요구하자 애플에서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근무하던 이언 굿펠로는 재택근무 때문에 친정인 구글로 돌아갔다. 다른 직원들도 심하게 반발했고 잇따라 퇴사해 사실상 애플의 사무실 출근 지시가 철회된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이 엔데믹 시대에서 합의 없는 조직의 일방적인 지시는 현재 시점 ‘인재 이동’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애프터 코로나(AC·After Corona) 3년 안에 주목할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 ‘인재 양성’ 부문에서는 모든 분야에 걸쳐 인재 전쟁이 가속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인재 양성 부문의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기업과 이를 기회 삼아 내부 역량 강화 일환으로 투자를 강화한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직 정상화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는 인재 이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더욱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 인상, 다양한 복지 지원 등에 투자하며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제는 엔데믹 시대, 인재 이탈을 방어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그렇다면 엔데믹 시대에서 인재 이탈을 방어하면서 이번 과도기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조직과 개인 간 이뤄져야 하는 합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   1. 조직 경험 ‘차이’ 줄이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또 하나의 조직 경험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 코로나19 시작부터 현재까지 같은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조직 생활 경험 차이는 ‘엔데믹의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냈다. 여기서의 경험은 ‘코로나19 이전 조직을 경험한 집단과 코로나19 시기에 조직에 입사한 집단이 가지는 각각의 경험’을 말한다. 이는 조직문화, 업무 방식, 팀 빌딩(building) 등 조직 생활 전반에 걸쳐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직 생활 처음부터 비대면 근무가 익숙한 이른바 ‘코(코로나19) 세대 직장인’은 출퇴근, 회식, 워크숍 등에 비교적 경험이 적다. 때문에 엔데믹을 맞아 부활하고 있는 이런 활동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양쪽을 모두 경험한 기존 직장인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조직 생활 차이를 극명하게 확인하며 바뀌어야 할 부분과 유지, 강화해야 하는 부분에 관해 개인적 판단 기준을 암묵적으로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은 이 부분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조직 운영 방식과 엔데믹의 조직 운영 방식 사이에서 버려야 하고 취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더불어 변화된 기준에 합의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재설정하는 환경을 조성해 조직 정상화의 베이스캠프(전초 기지)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엔데믹에서 일하는 방식이 보다 작은 조직 단위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논의하라. 앞서 말한 조직적 측면에서 합의된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되려면 보다 더 작은 조직 단위 상황에 맞춤화된 방식으로의 ‘튜닝(tuning·조율)’이 필요하다. 즉, 조직 정상화를 위한 더 작은 단위의 일하는 방식으로 세분화하고 합의하는 단계를 거쳐 그라운드룰(ground rule·임시로 정하는 경기 규정)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근무제’를 도입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는 ‘일종의 재택근무 상설화’라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해 이번 7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메타버스 근무에 필요한 제도나 그라운드룰에 대한 조직과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업무나 조직 특성에 맞춘 자율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 방식으로 구성원 의견수렴, 내부 회의, 베타 테스트 등을 거치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방식은 더 작은 조직 단위인 본부 또는 팀에도 적용돼 보다 유연한 근무제도가 합의되는 과정에서의 신뢰와 성공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결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조직 내부 소통 지속하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조직 내부 소통을 지속해서 실천하라. 앞서 조직과 구성원 간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추천한 방법이 선순환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직과 구성원 간 소통이 수반돼야 한다. 소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금까지 조직에 지속해서 요구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조직 정상화 시점에서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각 대기업은 앞다퉈 구성원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내고 수렴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구성원 사기와 애사심을 높여 조직 정상화에 직원 스스로가 동참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돼 궁극적으로 직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조율이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조율을 잘못하면 결코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소리에 힘이 갖춰지면 조율사가 감동하고 다음으로 연주자가 감동하고 끝으로 청중이 감동한다.” 세계적인 완벽주의자도 만족시킨 한국인 조율사인 대한민국 조율 명장 1호 이종렬씨의 저서 ‘조율의 시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조율이 가지는 의미를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데는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직면할 기존 개념과 새로운 개념 사이의 합리적인 조율이라는 시도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법이다. 기업은 이를 구성원이 직접 확인하고 수용해서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만드는 최적의 방법을 구사하길 바란다. 이미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8-04 조회 3885
  • 106
    [칼럼] 아직도 갈 길 먼 한국의 여성 인재 활용
    OECD 남녀 임금 격차, 유리천장지수 등에서 여전히 하위권…조직 전체의 인식 수준 높여야 2년 전 지방 대도시 리더들을 대상으로 강의했을 때의 기억이다. 대부분이 교육이나 문화, 공공 기관 등에 몸담고 있는 최고 리더들이었고 ‘디지털 시대 미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리더십 강의를 여성이 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는 소감이 나왔다. 필자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그것도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동네도 아니고 대한민국 대도시에서 근무하는 리더들인데 말이다.   오늘 칼럼의 주제인 여성 인력에 대한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과거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좋아졌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곳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활용할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은 교육 수준의 향상, 서비스업과 3차산업으로의 산업 구조 변화,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일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 등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여성 인력 활용이 기업 경쟁력에 필수불가결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인사 관리 측면에서 채용·배치·승진 시 여성 비율 할당이나 우선 고려를 하기도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여성 인재   이는 정부의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와 같은 정책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들 대상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업종 특성상 여성 인력이 필요해서’와 ‘우수한 여성 인력이 많이 늘어나서’ 항목이 가장 높은 순위에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의 필요와 개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복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들 수 있다. 단축근무·재택근무·육아휴직 등과 같은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제도들은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남녀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훈련 부분이다. 과거 서비스 교육과 같은 여성 특화 직무 과정은 감소하는 반면 여성 관리자 양성과 리더십 교육은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남녀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여성을 위한 교육 훈련 자체를 없애는 조직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통계에서 남녀 임금, 경제 참여율 격차, 유리천장지수 등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강의 현장에서도 관리자 교육부터는 여성의 비율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왜 여전할까. 여성 경력 개발 전문가인 백지연 이화여대 교수의 연구를 소개한다.   그는 최근의 성차별은 직접 차별보다 간접 차별이 훨씬 많다고 설명한다. 간접 차별은 중립적인 기준을 사용했지만 그 중립적인 기준으로 인해 특정 소수 집단에 불균등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경우 이를 차별로 보는 개념이다.   지금은 과거만큼 차별이 없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차별은 긴 시간 축적돼 이미 직장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경력이나 위치·업적 등의 차이를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은 다음 세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리 경력 모델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안에는 ‘유리 문(glass door)’, ‘유리 벽(glass wall)’, ‘유리 교실(glass class)’, ‘유리 천장(glass ceiling)’, ‘유리 계좌(glass account)’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 중 유리 벽은 조직 입사 후 차별적 부서 배치를 포함해 출장과 같은 업무 부여에서 나타나는 간접 차별을 말한다.   입사 후 여성이 주변 부서에서 일하거나 주변 업무에 배치되면 핵심 업무는 맡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레 조직 내에서 자신의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증명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는 추가적으로 중요한 교육 훈련을 받을 기회에서 멀어지게 하며 장기적으로 승진과 임금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공무원 대상 연구에서도 승진 관련 부서는 남성 우선 배치, 승진 무관 부서는 여성 배치가 많다는 결과가 있다. 각 조직의 소위 핵심 부서에 과연 여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 보면 유리 벽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상위 직급에 여성들이 몇 퍼센트가 존재하는가도 살펴야 한다. 한국의 공직 사회는 남성 중심적 인사 관행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지배적이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 355곳의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중 여성 상임 임원이 있는 곳은 14.6%(5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5.4%(303곳)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상위 관리자가 없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어떤 생각이 들까. 남녀 간 역할이 다르고 ‘저곳은 남성들의 자리’라는 학습이 일어날 것이고 점차 내면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에서의 여성 할당제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 해결 권한은 남성들이 가져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조직 내 직원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조직에 존재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 차별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여성 리더십 교육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면 이런 교육은 남성들이 먼저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식 자체에도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의 금융권 종사자 대상 연구에서 여성 65.5%가 유리 벽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26%만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유리 천장 지각의 부정적 효과는 차별의 당사자인 여성과 소수 인종에 집중돼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연관해 필자가 흥미롭게 읽었던 기사가 있다. 바로 영국의 해리 왕자와 동물학자이자 환경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인종 차별에 대한 얘기도 있었는데 해리 왕자는 “세상과 삶에 대한 관점은 학습된다”고 말하면서 “양육 방식과 거쳐 온 환경이 무의식 속에 인종 차별주의적인 시각을 갖게 하기에 인종 차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흑백 혼혈인 메건 마클과의 결혼으로 이제 인종 차별은 그의 실질적인 문제가 돼버린 것이었다. 그는 “누군가 ‘당신의 발언과 행동은 인종 차별적’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는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첫머리에 언급했던 남성 리더도 본인이 여성 차별적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조직 최고경영자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앞선 세대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필자는 그들보다 수월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필자 또한 교육 현장에서 여성 리더들을 만나면 반갑고 하나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해는 마시라. 필자의 궁극적 바람은 모든 구성원들이 여성·남성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일하고 평가받고 성장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칼럼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7-07 조회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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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왜 CEO의 어젠다가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면 공장이 자동화될 텐데, 앞으로 직원 채용을 몇 퍼센트(%) 줄이면 좋나요?” 올해 DT를 시작하는 국내 중견기업 임원이 한 질문이다. 최고경영진이 DT를 두고 이상적인 결과만을 생각하고 이 임원에게 실제 채용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확한 DT 방향성 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통계 교육부터 진행하거나 해당 부서에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지시해 3개월 만에 큰 성과를 기대하는 무리한 일들이 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DT를 시작하는 기업 경영자의 고민  실제 DT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기업에 적합한 DT 방향성이나 과제 발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부족한 내부 역량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DT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기업 경영자는 크게 다섯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① 다가오는 DT로부터 위기감을 느끼고 관심도 있으나 결국 우리에게 적합한 DR(재해복구) 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② DT 프로젝트 추진을 고려했으나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③ 우리 기업의 도메인(domain)을 잘 이해하는 DT 전문가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④ DT 경험이 없는 내부 인력만으로 DT를 추진할 수 있는지 걱정이다. ⑤ DT의 출발점은 데이터라는데, 우리 기업은 데이터를 잘 모으지 못한 실정이다.  선도 기업 경영진에게 DT는 최우선 어젠다 DT는 경영자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지만,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DT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측면에서 결합해야 하는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도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DT를 핵심 어젠다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2018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어젠다 서베이’에 따르면 ‘DT가 기업의 최우선 어젠다’라고 답한 최고경영진 응답자가 87%(중복 응답)를 차지했다. ‘2020년까지 DT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사업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67%였으며 ‘이미 사업 모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9%였다.  올해 2월 한국IDC가 발표한 ‘IDC 퓨처 스케이프(Future Scape)’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세상으로의 이동이 본격화하고 DT 이니셔티브가 가속하면서 주요 산업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금융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면서 금융권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제조업의 AI와 데이터 기반 제조 혁신 고도화 작업은 자동화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수요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 기업의 DT 추진은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든다. 임원의 의사결정 그 이상이 필요하다. 사실 DT의 1차 목표는 ‘생존’이다. 디지털화로 인한 산업구조와 경쟁 방식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DT로 무장한 경쟁사 역량이 강화하면서 엄청난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다. DT로 인해 가치 사슬과 생태계가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나, 선도 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기회 확보 단계마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DT의 2차 목표는 ‘성장 기회 확보를 위한 DT’로, 기업의 일부 사업을 넘어서는 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 경험을 바꾸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최고경영진의 세심하고 강력한 DT 추진이 필요하다.   경영진은 DT 추진 스폰서 역할 담당해야 DT 실행은 장기간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성과는 불확실하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긴 시간 동안 추가 역량이나 자원 투입이 필요하고, 전사 운영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구성원이 DT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 최고경영진은 조급함을 관리하고 DT에 대한 명확한 비전으로 계속 소통하는 등 DT 추진에 있어서 스폰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선도 기업의 CEO들은 DT를 핵심 어젠다로 인식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11년부터 8년간 글로벌 화학 회사인 바스프(BASF)의 DT를 이끈 쿠르트 복(Kurt Bock) 회장은 최고의 DT 스폰서였다. 바스프는 DT 추진 초기에 도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현재는 디지털을 통한 효율화와 효과성 개선을 확신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와 새로운 디지털 혁신 기술에 근간하고 있다. 복 회장은 ‘바스프를 화학산업 내 DT 선도 기업으로 이끌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줬다. 추진 방식에서도 리더십의 전폭적인 지원과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접근을 통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조직화를 통해 지속성을 유지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인력 양성을 위한 변화 관리에 집중했다. 독일의 제조 대기업인 지멘스(Siemens)의 조 케저(Joe Kaeser) 회장은 2014년에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디지털 공장 소프트웨어(Digital Factory SW) 사업에 진출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실현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가치 사슬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통한 것이다. 지멘스는 공장 생산라인에서부터 발전소, 컴퓨터단층촬영(CT), 빌딩 관리, 의료 기기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가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지멘스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파트너 네트워크 조성 등 디지털 사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비전과 연계된 기술 투자도 함께 끌어냈다. DT는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모든 회사에 필수적인 단계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진과 임원, 전 직원이 DT에 대한 비전을 정립하고 ‘우리 기업에 DT가 왜 필요한지’를 두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안미현 IGM세계경영연구원 디지털인재혁신본부 주임교수*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7-01 조회 3097
  • 104
    [칼럼]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기준…
    최근 화제인 TV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경기 외곽에 살며 매일 서너 시간을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쓰느라 지친 삼 남매가 등장 한다. “내가 죽으면 서울로 출퇴근하다 죽은 지 알아”라고 하는 극중 인물이 안쓰러운데, 만약 지금의 현실이라면 이들이 출퇴근의 고단함을 덜고 에너지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일하는 방식의 뉴노멀이라고 불리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이다.   하이브리드(hybrid)가 서로 다른 것의 결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듯이, 하이브리드 워크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탄력적으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 시간이 동일하게 정해져 있고 일하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으면 원격 근무이다. 반대로, 사무실 근무가 원칙이되 업무 시간을 탄력 적으로 쓰는 것을 유연 근무라고 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하이브리드 워크는 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의 장점을 모두 합쳤다고 생각하면 쉽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집, 사무실, 혹은 제3의 장소) 에서 일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여 일하는 것이 지극히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다 2020년, 많은 기업들은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비대면 협업 솔루션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토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에 밀레니얼과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비대면 업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들은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기업들 또한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도 일하는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인플러스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고, 올해 7월부터는 해외 원격근무도 허용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Type O(Office-based work)’와 주 5일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Type R(Remote-based work)’ 중 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 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카드는 업무 특성에 따라 허용되는 재택근무 비율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현장근무를 선호하는 직원과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 모두를 포용해야 하므로 리더는 이전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다양한 요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이브리드 워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면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1. 경영진/리더가 일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개인적으로 현장근무를 선호하는 리더가 있다. 그리고 그는 진심으로 직원들에게 ‘눈치보지 않고 알아서 일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경영진과 리더가 매일 사무실에 나타나면 직원들은 ‘사무실 우선’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사무실에서 리더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하는 직원들은 더욱 눈에 띄게 될것이고, 그들의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문제는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배제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방지하려면, 경영층은 기본적으로 원격으로 일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으로는 ‘경영진은 사무실에 배치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한 달에 몇 번 이내로 사무실에 나온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 누가 승진하고 인정받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있는가?   하이브리드 워크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는, 성과 평가와 보상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IT 리서치 및 자문기업,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관리자의 64%는 사무실 근무자가 원격 근무자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고 판단해 더 높은 급여 인상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사무실 근무자보다 원격 근무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5% 높았다. 이런 문제를 완화하려면, 원격 근무자에 대한 편견을 가려내도록 관리자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원들의 말에 민감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1:1 대화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도록 해야 한다.   3. 일관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이브리드 워크 운영의 핵심은 ‘원격 우선’임을 새겨야 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우선하는 지침을 만들어서 원격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자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나 행사를 계획할 때는 항상 원격 근무자를 우선에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회의실로 모이게 하고 나머지는 스크린을 통해 참여시킬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미팅으로 참여함으로써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원격 근무자들이 참여하거나 의견을 내는데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회사의 중요한 결정사항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즉 모든 직원이 같은 정보를 적시에, 그리고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워크는 신경 쓸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 스팅스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면 구성원끼리 둘러앉아 토론을 해야 하는데, 떨어져서 근무를 하면 모이기 어렵다. 대면 접촉이 없는 방식은 부정적 영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직원들 간 협업이 필수적인 금융업에서 재택근무는 이상적 형태가 아니다. 2020년 10% 미만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이것은 뉴노멀이 아니라 일탈이다”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협업이나 소통이 어렵고 생산성도 걱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2014년 설립 때부터 100% 하이브리드 워크를 도입하여 9년째 잘 운영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협업 플랫폼 기업, 깃랩(GitLab)이다. 전 세계 65개국 이상에 약 1300명의 직원을 둔 깃랩은 원활한 협업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협업과 소통이 걱정된다면, 깃랩의 운영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먼저, 깃랩은 모든 것을 문서화하고, 모든 회의 내용을 녹음, 기록하여 공유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시차를 고려한 협업을 지원한다. 아시아에 있는 직원이 낮 시간에 업무를 수행하고 문서를 저장했다면, 그다음에 낮 시간인 유럽의 직원이 그 문서를 꺼내어 업무를 이어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성과 측정 방식도 눈여겨봄 직하다. 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즉 투입 시간보다는 이뤄낸 결과로 성과를 측정한다. 또한 깃랩은 원격으로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고립감이나 번아웃을 걱정하여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정신건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친구 및 가족과 교류할 수 있는 휴식 일정을 보장한다’, ‘긴 근무시간은 장려하지 않는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깃랩의 원격근무부문장 대런 머프는 “직원들에게 늘 가족과 친구가 우선이고, 업무는 2순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이런 부분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기조 아래, 특이하게도 ‘잡담 시간’을 집어넣었는데, 직원들은 챗봇이 무작위로 선정해 준 동료와 매일 30분간 의무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또 구글 행아웃에는 랜덤룸(random room)이 있어서 누구든지 들러 수다를 떨 수 있다. 이기업의 성과는 어떨까? 지난해 2월 깃랩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에 나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이 50 배 성장했다”고 자랑했고, 2021년 기업 공개(IPO) 이후 기업가치도 20조 원 규모로 뛰었다고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어느 기업도 이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일하는 시간과 공간, 일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긴 여정에 나서야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직원들이 끊김없이 몰입할 수 있는 인프라는 기본이고, 성과 평가 및 보상 제도에 구멍은 없는지 계속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지켜야 할 ‘그라운드 룰’을 바탕으로 조직마다 세부 규칙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 정보나 기회에 있어 소외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없는지, 유대감이나 소속감은 탄탄한지를 살피는 것도 리더의 일이다. 이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챙기는 기업에 최고의 인재가 몰릴 것은 분명하다. 언제, 어디에서 일하더라도 같은 목표를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따로, 또 함께’를 향해 걸음마를 떼어야 할 때이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월간 인재경영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6-17 조회 3450
  • 103
    [칼럼] 구글·엔비디아의 상상력 원천은 SF 소설 ‘스…
    아이디어 고갈됐다면 SF를 보기 시작할 때…새로운 사업 아이템 찾는 데 활용해야 작년부터 메타버스가 화제다. 메타버스는 최신 용어처럼 보이지만 이미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핵심 개념으로 사용됐다.   이 소설은 많은 경영인과 개발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메타버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가상현실(VR) 게임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필립 로즈데일,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사업가는 이 책을 직원들에게 건네며 “이것이 우리의 사업 계획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F는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약자로 일각에서는 공상과학소설로 번역한다. 하지만 SF는 허황된 상상을 뜻하는 공상과는 다르다.   SF 작가로 잘 알려진 엘리엇 페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SF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SF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경영인들은 SF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우주의 500년 역사를 그린 소설 ‘파운데이션(1942년)’에서 영감을 받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소설 ‘다이아몬드 시대(2003년)’에서 묘사된 최첨단 교육 도구 ‘소녀의 그림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나이키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SF 전문가를 고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래 기술 실제 만드는 MIT   SF는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활용된다. 프랑스는 SF 작가들을 육군 소속으로 고용했다. SF 작가들의 임무는 첨단 기술이 군사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이고 이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는 일급 비밀로 취급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SF 작가를 국방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참여시킨 사례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SF를 학문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MIT는 ‘공상과학에서 최첨단 장비로(Science Fiction to Science Fabrication)’라는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SF에 등장하는 미래 기술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다. MIT는 SF 작가들과 협업해 ‘12개의 내일(Twelve Tomorrows)’ 연간지도 발행하고 있다. 이 잡지는 매년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12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반대로 현실의 기술이 SF 작품 창작에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SF 작가 9명을 자사 기술 연구소에 초대해 극비 기술들을 공개했다. 이들은 연구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SF 소설을 집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을 초청한 이유로 SF에서 영감을 얻어 기술이 발전하는 것처럼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SF 작가에게 영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래전에 나온 SF의 상상력은 오늘날 실제 기술로 현실화되고 있다. 드라마 ‘전격 Z작전(1982~1986년)’에 등장한 음성 명령으로 조종하는 자동차는 자율 주행차 개발에 영감을 줬다.   영화 ‘에일리언 2(1986년)’에서 주인공 리플리가 에일리언과 싸울 때 착용한 파워 로더(Power loader)는 오늘날의 웨어러블 로봇과 비슷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 등장한 홍채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생체 인식 기술은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SF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을 보여주는 세 가지 SF 작품을 통해 미래를 상상해 보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에는 VR ‘오아시스’가 등장한다. VR은 현실이 차단된 100% 가상 환경이다. 주인공 웨이드는 고글·헤드셋·장갑으로 구성된 햅틱 슈트(haptic-suit)를 입고 트레드밀(treadmill) 위를 걷고 뛰며 가상 세계를 경험한다.   영화 속 VR 기기는 실제로도 만나볼 수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테슬라스튜디오가 만든 VR 슈트는 가상 세계의 바람·물·뜨거움·통증을 실제 감각으로 구현한다.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보자   테슬라스튜디오는 VR 슈트가 “우주 비행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엑토VR은 가상 세계를 걸을 수 있는 VR 신발을 선보였다. 신발 바닥에 전동 바퀴가 달려 있어 사용자가 걷는 속도를 인식해 반대 방향으로 구른다. VR 신발은 한정된 공간에서 VR를 체험할 때 발생하는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영화 ‘스파이더 맨 : 파 프롬 홈(2019년)’에는 AR 기기가 등장한다. AR은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기술이다. 주인공 피터가 AR 안경을 쓰고 친구를 쳐다보면 친구의 스마트폰이 해킹돼 문자 메시지 내용이 허공에 뜬다. AR 안경은 애플·구글·삼성전자와 같은 공룡 기업들이 뛰어들어 개발 중이다.   지난해 소셜 미디어 기업 스냅은 AR 안경을 공개했다. 아직 양산 체제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스냅은 다양한 AR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AR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년)’에는 MR 게임이 등장한다. MR은 AR과 VR이 합쳐진 것으로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주인공 유진우가 MR 렌즈를 끼면 눈앞에 가상의 무기가 보이고 무기를 손에 들고 마치 진짜처럼 적과 싸울 수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MR 기술을 접목한 협업 플랫폼 ‘메시’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존재와 만나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SF의 상상력은 현실이자 미래 가능성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왜 학교에서 SF를 가르치지 않는가. 역사를 가르치면서 미래학 과목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를 탐구하듯이 미래의 가능성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라며 SF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미래에 펼쳐질 일들의 미리 보기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상상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사실 기업들이 상상력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비용·시간·기술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생각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SF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보자.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6-09 조회 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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