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24시간 세포공장, ‘바이오파운드리’가 만드…
* '바이오 기술' 콘텐츠는 IGM 트렌드 리포트 '프리즘'에 게시된 글로, 총 2편으로 나뉘어 연재됩니다. 이전 글 보기(1) 제약 산업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돼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COVID-19 백신. 미국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모더나(Moderna)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백신을 설계한 뒤, 팬데믹 발생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용 승인을 받았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걸리는데, 모더나는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대규모 배포까지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초고속 개발 뒤엔 숨은 공신이 있었다. 바로 미국 바이오파운드리 선도 기업인 ‘깅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다. 깅코 바이오웍스는 다양한 생산 조건을 자동화된 실험으로 검증해, 백신 원료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냈다. 기존에 대규모 생산 경험이 거의 없었던 백신 후보 물질을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접종할 수 있도록 공정을 최적화한 것이다. 덕분에 백신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공급 단계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었고, 팬데믹 대응 속도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는 매우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말라리아 치료제 원료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은 원래 ‘개똥쑥’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다. 문제는 식물 재배 시간이 길고 공급이 불안정하여 가격 변동이 컸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합성생물학 기업 아미리스(Amyris)는 식물 유전자를 효모에 조합해 아르테미시닌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약 10년 간의 개발 끝에, 2013년 상용화에 성공했고 실제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아미리스는 바이오파운드리를 도입하면서 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약 2.5분마다 새로운 균주를 만들어내 7년 간 15개의 신약 물질을 상용화했다. 말라리아 치료제 하나를 상용화하는 데 10년 걸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또한, 생산 수율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약 36개월에서 4개월로 9배 단축했다. 이처럼 합성생물학에 기반한 바이오파운드리는 규모나 속도, 경제성 측면에서 바이오 산업이 가진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2) 화학 산업일본 종합화학 기업 스미토모 화학(Sumitomo Chemical)은 석유가 아닌, 미생물 발효를 통해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화학 산업은 석유나 동물의 원료를 추출한 뒤, 고온·고압의 화학 공정을 거쳐 향료나 화장품, 산업용 소재를 만들어왔다. 이 방식은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 문제를 야기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미토모 화학은 2021년부터 깅코 바이오웍스와 협업해 화석연료 대신, 사탕수수, 옥수수, 펄프 같은 바이오매스를 먹이로 삼아 화학 물질을 뱉어내는 미생물 공정을 실험하고 있다. 깅코 바이오웍스는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해 특정 화학 물질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을 설계하고 최적의 생산 조건을 초고속으로 찾아낸다. 스미토모 화학은 이 최적의 균주를 받아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실제로 2025년, 스미토모 화학은 미생물 기반 원료(바이오 에탄올)를 활용해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 가동에 성공했다. 이들은 2030년대 초까지 상용화와 라이선싱을 목표로 연구 속도를 내고 있다. 스미토모 화학 부사장 우에다 히로시는 “화학 산업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정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가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3) 농업 산업화학 비료는 농경지에 주기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필수 자원이다. 특히 옥수수나 밀과 같은 곡물은 성장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질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가는 시즌 초기에 대량의 비료를 살포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작물이 영양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는 비료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희석되어,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고질적으로 반복된다. 이러한 비료의 과잉 투입은 농가에 비용 부담을 지울 뿐 아니라 토양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생명과학 기업 바이엘(Bayer)은 깅코 바이오웍스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화학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작물 뿌리에 기생하며 스스로 질소를 생성하는 미생물을 개발 중이다. 이들은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수천 가지 유전자를 디지털로 설계하고, 다양한 토양 환경에서도 생존하며 질소를 생산하는 강인한 균주를 찾아내기 위해 반복적인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합작사인 조인 바이오(Joyn Bio)의 CEO 마이클 밀레(Michael Miille)는 “아직 화학 비료를 완벽히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기술을 통해 비료 사용량을 25%만 절감해도 농가의 비용 효율화는 물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질소 기반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실험실을 넘어, 미래 바이오 경제를 이끌 엔진으로실험실에서 시작된 합성생물학은 이제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는 도구를 넘어, 생명체를 빠르게 설계하고 생산하는 새로운 제조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COVID-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확인한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의 저력은 이미 제약, 농업, 화학, 소재 등 산업 전반으로 급격히 확산 중이다.이러한 변화는 기업 차원의 실험을 넘어, 국가의 바이오 주권을 결정짓는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 생태계를 주도하는 미국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제조 역량을 국가 차원에서 키우고 있고, 중국은 바이오 경제 규모를 GDP의 1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석유화학 기반 제조의 30%를 합성생물학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작년 12월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사업단을 전격 출범시켰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혁신에 나선 지금, 우리가 늦으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며 “향후 2~3년이 한국 바이오 제조의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바이오 기술이 우리 산업과 실제 비즈니스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이 거대한 전환점에 주목해야 할 때다.<References>· “백신 제조 수십배 빠르게!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본궤도”, 2025.4.10, 서울경제· "합성생물학의 데이터 기반 글로벌 연구동향과 국가경쟁력 분석", 2024.12.30,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아하 바이오! 반도체파운드리만 있나? 바이오파운드리도 있다”, 2023.12.7, 한국생물공학회·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 2022.11.2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새 균주 만드는데 단 2.5분…'바이오파운드리'가 BT 판을 바꾼다”, 2020.7.22, 한경비즈니스· “Inside Ginkgo and Bayer’s quest to rewrite the fertilizer rulebook: The race to create next-gen nitrogen-fixing biologicals”, 2025.11.3, AFN· “Sumitomo Chemical Achieves Scale-Up of Its Proprietary Process for Producing Propylene Directly from Ethano”, 2025.8.20, Sumitomo Chemical· “Ginkgo Bioworks and Sumitomo Chemical Announce Expanded Partnership To Develop Functional Chemicals with Synthetic Biology”, 2023.7.18, Sumitomo Chemical· “U.S loans $1.1 bln to Ginkgo Bioworks for pandemic effort”, 2020.11.25, Reuters· The Bio Revolution: Innovations transforming economies, societies, and our lives, 2020.5.13, Mckinsey & Company
작성자 작성일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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