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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기업 수명 평균 불과 12년 예상…장수하려면 …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면 오래가지 못해…‘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해야 올해 필자가 들은 새해 인사의 거의 대부분은 건강에 대한 얘기였다. 만약 ‘기업’에 새해 덕담을 한다고 가정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도 건강이 아닐까 싶다. 한국무역협회는 1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58년 기준 61년에서 2027년에는 12년 수준으로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강하게 100년을 사는 것은 이제 인간이나 기업에 중요한 소망이 됐다. 오랫동안 장수하기 위해 과연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을 먼저 살펴보면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단기 실적주의’다. 기업이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숙명이다. 하지만 단기 실적주의의 덫에 걸리면 당장의 눈앞의 실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 성과를 위한 행동과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런 기업들은 직원들을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기고 직장 내 갑질 행동에 눈감는다. 외부 협력 업체들을 쥐어짜고 대리점 밀어내기 같은 전술을 구사한다. 제품의 유해 성분을 알고도 무시한다거나 공장의 유해 물질을 무단 방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동들이 통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이러한 기업들을 향한 목소리들이 드러나고 있다. 변화된 기업의 목적과 역할 소비자들은 스스로 작한 기업, 나쁜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착한 기업에는 ‘돈쭐’을, 나쁜 기업에는 불매 운동을 선사한다. 구성원들은 ‘우리 회사는 직원을 노예·하인·로봇·소모품이라고 여긴다’며 직장 내 비인격적 대우를 익명 플랫폼에 고발한다. 학자와 투자자들은 기업의 역할과 목적이 변화됐다는 것을 역설한다. 2021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기업의 힘은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기업들은 재무 실적만 산출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나아갈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에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커니는 ‘인간 중심적 기업(HCE : Human Centric Enterprises)’을 제시한다. 인간 중심적 기업은 기업의 목표를 단기 재무 성과 중심에서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가치로의 확장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이자 기업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으로 인정받는 경영 방식이기도 하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이제 기업들은 ‘착하게’ 돈을 벌어야 하고 ‘사람과 사회’를 향한 좋은 철학과 가치 전달을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구성원들의 행복과 삶을 존중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심리적·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좋은 원자재와 공정한 거래 관계를 확보·유지하고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가 기업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인간 중심적 기업은 기업이 사회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사회봉사를 잘하는 기업이 되자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이런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비전–사업 모델과 전략–사업 및 조직 운영–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상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고 진실한 행보를 보인다면 현재의 초연결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에게 ‘좋은 기업’, ‘착하게 돈 버는 기업’으로 인식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 낼 것이다. 이제 건강한 인간 중심적 기업으로 가기 위해 리더들이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핵심 사안들을 살펴보자. 먼저 회사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실천이 필요하다. 기업의 목적은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어야 하고 이것을 임직원이 명확히 이해하고 공유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인간 중심적 기업 구축의 출발점이다. ‘좋은 가치’ 창출을 위한 사업 모델 필요 글로벌 에너지 그룹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미션은 ‘모든 사람이 에너지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직원·이해관계인·시장과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회사의 정책과 제도들을 꾸준히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슈나이더의 구성원들은 회사의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로 자신들을 인식하고 스스로 롤모델이 되고자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사업 수행 과정과 결과를 통해 장기적으로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적 유통 기업인 코스트코와 월마트를 비교하면 시간당 평균 임금과 각종 고용 조건 측면에서 코스트코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원 친화적 고용 조건이 가능한 것은 코스트코의 독특한 사업 모델 때문이다. 고객 회원제, 품목별 소수 브랜드의 극단적 선별 구매,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사업 모델을 통해 효율적인 구매 체계를 확보하고 높은 고객 충성도(멤버 유지율 90% 이상)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손익분기점 수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달성함으로써 직원 친화적 고용 조건의 유지를 위한 재원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 중심적 기업은 단순히 도덕적 가치 차원에서 추구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 모델과 유기적으로 연계됨으로써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의 실현과 사업 모델 측면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 사이에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에 대한 다양성 존중과 포용성의 확산이다. 이는 창의성 촉진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과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45개의 다른 국적은 가진 1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노피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정체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사노피만의 공통의 기업 문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조직 내 소수 그룹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적 경청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편견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이런 편견을 인정하고 개인적 정체성을 존중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리더들에게는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교육하면서 리더는 모든 대화에서 직접적(Direct)이고 공감적(Empathetic)이고 정직(Earnest)하고 생산적(Productive)이어야 한다는 ‘DEEP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도 인간 중심적 기업과 리더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지식의 가치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사명을 가진 조직에서 10여 년 넘게 일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간 중심적 기업들이 중요해지고 번성하는 이러한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부디 당신의 조직도 100살은 거뜬히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보기
    작성자 작성일 03-01 조회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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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
    2023년 새 달력으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훌쩍 시간이 가 버리면 올해도 눈 깜짝할 사이 끝나겠구나 싶습니다. 한편 작년부터 이어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와 경기 침체를 비롯해, 혼란스러운 경제ㆍ경영 환경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위험 요소들까지… 새해라면 응당 "해 보자! 할 수 있다!"와 같이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해야 할 텐데, 어쩐지 이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불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신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네요.   거대한 가속의 소용돌이 속에서 리더는 리더대로, 구성원은 구성원대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초조함과 두려움을 느끼실 텐데요. 이런 때일수록 '한결같은 마음', 그리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대하는 가장 정직한 태도가 아닐까 '이 분'을 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故 심성락 아코디언 연주가인데요. 심성락 선생님은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관통해 온 거장으로 꼽힙니다. 수 많은 가수들의 앨범 작업을 함께 했고 '봄날은 간다' 등 숱한 한국 영화에서도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고등학생 때부터 작년 말 타계하시기 전까지, 삶 전체가 음악 활동이었지만 사실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답니다. 음악이 좋아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왔을 뿐, 계획을 갖고 '이걸 하겠다', '저걸 하겠다' 같은 생각도 없었다고 합니다. 노래자랑 프로그램 반주를 시작으로 묵묵히 연주자의 길을 걸었던 그는, 2011년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로 생존하는 연주자에 바쳐진 헌정공연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 사고 탓에 새끼손가락이 없지만 부지런히 건반을 누르는 그의 손,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데요.새해 벌써부터 지쳐 계실지도 모를 여러분들께 그의 연주가 잔잔한 위로가 되기를, '나'를 믿고 뚝심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 얻으시기를 바라며 영상 추천합니다. 부디 안전하고 마음이 따뜻한 주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故 심성락 연주가의 음악 듣기출처: <놀면 뭐하니?> 유튜브 채널 '한국 아코디언의 전설 심성락, 별이 되다 MBC 200104 방송'*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27 조회 1268
  • 166
    [시금치] 남몰래 찾아오는 무서운 '보어아웃(boreo…
    번아웃(burn-out)의 반대말, 보어아웃(bore-out)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보어아웃이란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지쳐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잃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이 보어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어아웃이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출근하기 때문에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직장생활 권태기, 보어아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뇌의 작동 원리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뇌에는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십 개의 신경전달물질이 있습니다. 도파민(dopamine)은 ‘의욕’과 관련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요. 도파민이 잘 분비된 사람은 일에 흥미가 있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반면,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일이 재미없고 무기력함을 느끼죠. 의욕의 원천, 도파민은 ‘새로움’을 경험할 때 뿜어져 나옵니다. 따라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신입사원 때에는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만, 일이 익숙해진 N년 차에는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생활 3년, 6년, 9년마다 권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직장인 369 법칙’이라는 말도 있죠. 그런데 N년 차 직장인도 일에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른바 ‘업무 크래프팅(task crafting)’인데요. 업무 크래프팅이란 일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스스로 영역을 넓히거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무 크래프팅을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리더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직장 내 부캐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업무 크래프팅을 도울 수 있습니다. 부캐(부캐릭터)란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용어로, 본래의 캐릭터가 아닌 추가로 만든 캐릭터를 일컫는 말인데요. ‘직장 내 부캐 활동’은 주 업무 외에 부가적으로 시도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IGM에도 부캐 활동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컨텐츠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이 직원의 부캐는 MC인데요. 스피치 스킬, 돌발 상황 대응력, 유머 감각 등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주며 다양한 IGM 행사에서 MC를 맡고 있습니다. · 본캐(본캐릭터) 활동: 주로 담당하는 업무 · 부캐(부캐릭터) 활동: 개인의 장점, 흥미를 반영해 부가적으로 시도하는 업무 우리 구성원의 열정 온도는 몇 도인가요? 혹, 열정이 식어가는 구성원이 있다면 업무 크래프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순간 끓어오르는 열정의 강렬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매주 금요일, IGM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24 조회 1849
  • 165
    [칼럼] 소니가 자동차 만드는 이유… “게임의 판 재점…
    매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가 올해도 성황리에 끝났다. CES는 신기한 제품을 경험하는 자리이면서 우리가 알던 경쟁 방식이 파괴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자리다. 소니가 자동차를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고,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을 비롯한 전 세계 일상생활 기기 140억 개를 연결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이제는 자동차 산업이라고 하지 않고 모빌리티 생태계라고 말한다.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내놓았을 때 경쟁사들은 다른 종류의 자동차 정도로 인식하고 대응했지만, 충전소를 열심히 짓고, 자동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걸 보면서 테슬라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는 ‘모빌리티가 육체라면 소프트웨어는 정신’이라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광고한다. 유머러스하지만 절박하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카카오, 네이버 등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독과점 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특정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자 슈퍼 앱으로 진화하는 중이다.야놀자는 숙박에서 여가를 위한 모든 서비스로,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서 지역 커뮤니티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지주 내 금융 회사들의 서비스를 연결하고,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금융네트웍스라는 브랜드로 통합 앱을 출시했다. 그러나 자칫 고만고만한 서비스가 나열된다면 고객이 나를 찾아오던 분명한 이유가 희석될 수 있고 슈퍼 앱 간에도 서로 비슷해진다면 출혈이 증가하고 새로운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소니’ 테슬라가 자동차를 정보기술(IT) 제품으로 새로 정의한 후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참여자가 됐다. 아마존이 음성 인공지능(AI) 비서로 일상생활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연 이후, 이제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만든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통신 표준인 매터를 활용해 초연결되는 시점까지 왔다. 경쟁의 양상은 변화무쌍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경쟁자와 파트너를 어떻게 식별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최고경영자(CEO)들은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론 애드너 다트머스대 교수는 저서 ‘올바르게 승리하라’에서 복잡하고 파괴적인 생태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와 전략을 이야기한다. 회사마다 고객 통찰을 통해 가치 제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원, 파트너 관계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가치 제안은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하려는지 밝히는 선언이다. 다만 가치 제안에 활동, 자원, 파트너를 직접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형성된 산업의 틀 안으로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이러한 위험을 극복할 방안으로, 가치 제안을 가치요소들의 구성으로 바꿔서 바라보라고 주장한다. 가치 요소는 고객 입장에서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요소를 의미한다. 가치 제안에 드러나 있거나 암시돼 있는 가치 요소를 꺼내어 식별하고, 각각의 가치 요소가 어떠한 위협을 받고 있는지, 가치 요소 간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면, 산업, 기업, 기술의 관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치 요소 파악에 실패한 코닥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코닥은 2000년에 디지털 시장에 전력을 쏟겠다고 표명했고 디지털 인쇄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시장을 장악했다. 디지털카메라 덕분에 사진을 많이 찍으니 인쇄도 많이 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한동안은 맞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충분히 커지고 화질이 좋아져 사진을 인쇄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디지털 인쇄 시장 자체가 붕괴돼 버렸다.  기존 코닥의 가치 제안은 ‘이미지를 통해 추억을 되살리고 공유한다’였다. 고객이 돈을 지불할 가치 요소를 분해하면, ‘이미지 촬영’ ‘인쇄’ ‘감상’ ‘공유’였다. 스마트폰의 커진 화면이 ‘감상’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인쇄’를 대체했고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해 ‘공유’를 대체했다. 코닥이 가치 요소 전반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폈다면, 스마트폰이 ‘이미지 촬영’ 요소에서 기술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다른 가치 요소에 미칠 영향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험사에도 대입해보자. 국내 여러 보험사의 가치 제안에서는 ‘보험 그 이상’ ‘건강’ ‘안전’ ‘고객의 미래를 지키는’ ‘더 나은 삶’ 등의 키워드가 확인된다. 가상의 보험사를 상정해서 가치 요소를 식별해보면, ‘건강 증진’ ‘질병 예측’ ‘보장 설계’ ‘치료 지원’ ‘사후 케어’로 나타내 볼 수 있다. 현재는 ‘치료 지원’ 요소에서만 매출이 일어나고 있더라도 고객 통찰은 다른 가치 요소로 뻗어있다. 이들 가치 요소에는 많은 시장 참여자가 포진하고 있고 발 빠른 보험사들은 제휴나 투자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높은 보험 가입률, 가속되는 고령화, 웰빙 욕구에 따른 당연한 움직임으로만 생각하면 경쟁의 맥락을 놓칠 수 있다. 가치 요소로 분해해서 큰 그림 속에서 구체적으로 조망할 때,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으며 어디에서 위협이 등장할지를 분석할 수 있고 회사 내부에서 공동의 이해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해진 고객 통찰 통한 가치 제안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데이터와 AI를 지렛대로 미국, 유럽, 중국에서 급성장해 왔고 우리나라도 규제를 푸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 공인인증서 폐지, 오픈뱅킹 시행,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촉발된 변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났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규제가 풀리면 지금은 보험사에 도움 주고 있는 업체들이 건강, 질병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에게 정교하게 맞춘 보험 상품을 직접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손해보험 회사를 설립하고 첫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고객이 운전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해서 사고율을 낮추고 보험료를 함께 낮추는 서비스를 미국 텍사스주에서 성공했고, 다른 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가. 중국 핑안보험의 자회사인 핑안굿닥터는 자체 의료진을 보유하고 AI로 진료를 보조하고 있다. 또한 약국, 병원과 제휴하여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의 일부 보험사도 헬스케어 자회사를 만들어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붕괴할 때 핵심 역량인 화학 기술을 토대로 의약품 위탁생산으로 전문화하면서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틈새시장에서 방어할 수도 있고 가치 제안을 수정하여 다른 가치 요소를 추가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고객 통찰에 따른 가치 제안에서 출발해야 하고 내가 위치한 가치 요소와 나와 협력하는 파트너의 상황에 맞추어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생태계 파괴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어떤 경쟁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기 어려워지는 주요한 원인은 디지털 기술에 있다. AI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인 GPT3.5에 기반해 만들어진 챗GPT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척척 답변한다. 검색엔진 ‘빙’으로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이 약 9%에 불과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도 이미 람다(LaMDA)라는 거대 언어 모델로 만든 챗봇을 공개한 바 있다. 두 거대 테크 기업의 경쟁에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LG, 네이버, 카카오, KT가 거대 AI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상담, 작문, 연구, 추천 같은 응용 서비스가 쉽고 빠르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윤리, 개인 정보 같은 첨예한 이슈가 현명하게 다루어지는 가운데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은 내가 인지하지 못한 곳으로부터 와서 내가 위치해 있는 가치 요소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CEO들은 질문 속에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 회사를 도와주는 보완재는 무엇인가. 그들이 가진 기술로 가능한 최대치는 무엇인가. 그때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어떻게 미리 알아차릴 것인가.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2-23 조회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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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 팬데믹보다 심각한 OO 위기가 코 앞… 답을…
    글로벌 식량 위기로 인한 공포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가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면 기후 위기로 인해 곡물과 육류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식량 부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렸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1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역은 전쟁터가 되었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도 막히게 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고요. 러시아는 비우호국에 대해 농수산물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라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먹고 사는 문제'는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므로 인류가 계속되는 한, '식(食)' 산업만큼 가장 큰 지속가능한 시장도 없을 텐데요. 동시에 지구에 가장 해로운 산업이기도 합니다. 경작으로 인한 토양 오염, 물 낭비, 남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악화,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 인간의 배를 채우기 위한 식품의 생산과 가공부터 유통, 서비스, 배달까지 가치사슬 전 과정이 환경파괴적이라는 것이죠.하지만 늘 그렇듯! 답을 찾아내는 기업들이 있죠. '농업 분야의 애플' 이라 불리는 미국의 수직농장 스타트업 '에어로팜'은 햇빛 대신 LED 빛을 이용하고, 흙과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배양액을 재활용한 수경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합니다. 그렇다고 물도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기존 수경재배보다 40% 정도 적은 물을 쓰고요. 아파트형 복층 구조 시스템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면적 당 연간 생산량은 일반 농장보다 약 400배 뛰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13만 개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CT 시스템은 품질과 수확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죠. 우리나라에는 사막에서도 농사를 짓는다는 스타트업 '엔씽'이 있는데요. 모듈형 수직농장 '큐브'를 개발해서 햇빛, 흙, 농약 모두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균일한 작물은 모듈형 컨테이너 안에서 1년 365일 재배할 수 있으며,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 습도 등 재배 환경을 조절해 식감, 맛, 성분을 바꾸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막이 대부분인 중동지역에서 채소를 키워 현지 호텔, 레스토랑, 마트 등에 공급해 이제 사막에서도 싱싱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미래식품공급원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 개발로 이미 유명한 '비욘드미트'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임파서블푸드'. 두 회사 모두 햄버거용 패티가 필요한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에 메뉴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세포 배양을 통해서 얻는 인공 고기, 배양육은 동물 윤리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코카콜라, 펩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슈퍼푸드로 '식용 곤충'에 주목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첨단 기술로 무장해 인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지금, 우리 기업은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나요?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20 조회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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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 '이것' 모르면 "아재?" Z세대 핫플레이스…
    코로나19가 촉발했던 비대면 시대,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는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대표주자인데요. 미국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 55%가 가입한, 초중생의 놀이터입니다. 가상화폐로 구입한 아이템으로 3D 아바타를 꾸미고,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며, 직접 게임을 창작해 수익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미국의 유명 가수는 가상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요.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습니다. 엔데믹 영향으로 메타버스 인기가 주춤한 듯 보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은데요. 딜로이트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427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연간 20조원의 수익을 내는 것에 비하면, 메타버스 시장은 정말 어마어마하죠?그리고 여기!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SNS 서비스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본디(Bondee)’인데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시아에서 공식 버전이 출시된 후, 3주 만에 500만 이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두 인기 앱 1위(2/16 기준)를 차지했습니다.본디는 기존 소셜 미디어들이 가진 장점이 모두 합쳐졌는데요. 싸이월드처럼 아바타와 방을 꾸며 자신을 표현하고, 카카오톡처럼 친구와 채팅할 수 있습니다. 또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일상을 공유합니다.반면, 기존 소셜 미디어와의 차별점은 추가할 수 있는 친구를 50명으로 제한한다는 것인데요. 한정된 사람들과만 교류하기 때문에 기존 SNS와 달리 광고나 방대한 게시물을 보지 않아도 돼서 피로감이 덜합니다. 그렇다고 폐쇄적이기만 한 것만은 아닙니다. 배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플로팅’이라는 공간으로 가면, 모르는 아바타들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요. 쪽지를 병에 담아 바다에 띄워 보내며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본디는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지, 또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영리하게 본디에서 마케팅을 펼칠지 몹시 궁금해지는데요. 백문이 불여일견! 여러분도 함께 Z세대의 핫플레이스를 경험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기술 변화와 요즘 트렌드의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매주 금요일, IGM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17 조회 1609
  • 162
    [칼럼] 이직 시 연봉 협상에서 이기는 방법
    상대에 대한 철저한 정보 파악 뒤 임해야 실패 가능성 낮춰만약 당신이 직장을 옮긴다면 연봉 협상을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 누구나 많이 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알아서 많이 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관점이 서로 다르니 문제다. 회사는 될 수 있으면 적게 주려고 한다. 반대인 셈이다. 여기서 양자 간에 미묘한 협상이 벌어진다. 지난해 12월 충청권 대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정보기술(IT) 전문가 A 부장.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한국 굴지의 IT 업체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다. 평소 일하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더 좋은 것은 지방을 떠나 서울로 이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부인에게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줄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었다.회사는 정규직 채용에 앞서 ‘3개월 수습’이라는 인사 제도가 있다고 했다. A 부장은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수습이라는 제도는 신입 사원에게 적용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12년 경력자인 본인에게도 해당된다고 하니 찝찝하다.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 인사 책임자에게 전화했다.그는 “죄송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성과나 역량을 잘 알고 있잖아요. 수습 기간 3개월을 거쳐야 된다는 사실이 금방 받아들여지지가 않네요”라고 말했다.그러자 인사 책임자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회사 내규라고 했다. A 부장은 물러서지 않고 경력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 인사 책임자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정말 예외적으로 수습 기간을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그다음 연봉 협상이 있었다. 회사 측 제시 금액은 예상보다 낮았다. 지금 받고 있는 연봉 수준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며 강하게 연봉 인상을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는 A 부장의 요구도 들어줬다. 거기에다 부장 직위에 자녀 학자금 수당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연봉 협상까지 끝내자 인사 책임자는 물었다.“이제 됐습니까.”“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서울로 이사하는 것은 저와 제 아내에겐 작은 일이 아닙니다. 아내는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판교 근처에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할 테고요. 그래서 말인데, 근무 시작을 한 달만 미뤄도 되겠습니까.”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더니 인사 책임자는 대답했다.“그 문제는 조금 생각해 보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면담이 끝난 후 회사에서 한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2주가 지났다. A 부장에게 한 통의 e메일이 날아왔다. 인사 책임자였다.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A 부장님, 우리 회사는 그동안 말씀드렸던 채용 제의를 철회합니다.”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한 대 맞은 기분이다. 회사가 그의 요구 사항 대부분을 다 들어줬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풀려간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사실 근무 시작을 한 달 뒤로 미루는 것은 별것 아니다. 회사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입사 제의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A 부장은 그저 얘기를 한 번 꺼내 보고자 했을 뿐이다.만약 즉시 근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시기를 맞췄을 것이다. 왜 인사 책임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던 A부장은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인사 책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알아봤다. 지인은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 지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상황은 끝난 것 같네요.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떠났더라고요. 연애할 때도 그런 식이라면 결혼 생활은 더할 것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인사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채용해야 할 정도냐는 것이 그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결국 일은 무산됐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론 A 부장은 그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가족과 여전히 잘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큰 디딤돌이 됐을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린 것에 대해서는 크게 자책하고 있다.요구와 욕구를 구분할 줄 알아야A 부장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A 부장이 눈치가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맞다. 인사 책임자의 반응에 적절히 행동했어야 했다. 사실 남의 얘기이고 지나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비단 연봉 협상뿐만이 아니다. 협상을 하다 보면 언제 어느 때 적절하게 치고 빠져야 하는지에 대해 쉽게 답하기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위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협상 포인트를 살펴보자.첫째, 상대에 대한 정보 파악이다. 정보는 협상의 기본이다. 상대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다. 모른다면 물어봐야 한다. A 부장은 그래서 물어봤다. 근무 시작을 한 달만 미뤄도 되겠느냐고. 물어봐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질문의 방법이 좀 순진했다고 보인다. 이것에 대해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정리해 보기로 하자.둘째는 협상의 마지노선이다. 상대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다. 이걸 어떻게 파악하고 어디까지 밀어붙여야 할 것인가. 무척 어려운 부분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의 마지노선을 공개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다. 유일한 방법은 상대 제안보다 좀 더 나가 보는 것이다.예를 들어 제한 속도가 시속 100km인 고속도로에서 시속 105km로 달린다고 해도 속도위반으로 걸리지는 않는다. 운이 좋다면 시속 115km까지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시속 120km를 넘긴다면 자신의 운을 과신하는 것이다. 운을 과신하게 되면 A 부장처럼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때 노련한 협상가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한다.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대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맞대응한다고 꼭 일이 잘못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상대에게 뭔가 추가로 요구할 때 상대 또한 당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협상은 상호작용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를 마지노선까지 몰고 가려고 한다면 그로 인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셋째는 요구(position)과 욕구(interest)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헷갈려 한다. 요구를 욕구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A 부장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커리어를 향상시키고 오랜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근무 시기 조정은 사실 ‘마이너 팩터(minor factor)’였다. 조그만 조건 때문에 커다란 가치를 놓친 셈이다.나은 조건을 얻어내는 데서 오는 장점만 생각했다. 즉 요구 조건에만 얽매이다 보니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챙기지 못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그것은 상대가 자신의 요구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시각이다. 어쩌면 인사 책임자는 채용 시점에서 이런저런 근무 조건을 검토하고 조직 내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그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결정된다면 형평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나중에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에만 몰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꽂히기 마련이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의 양보가 필요하다. 상대의 상황도 동시에 고려하는 협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넷째는 질문의 기술이다. 만약 A 부장의 마지막 질문이 결렬의 원인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았을까. 노련한 협상가는 부드럽게 유도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을 그냥 수락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꽤 괜찮은 조건이지 않은가. 그 정도에서 수락해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다른 선택, 즉 그 제안을 그대로 수락하는 대신 다른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예를 들어 “네, 그대로 하시죠. 그런데 근무 시기를 한 달 후로 늦추는 것은 어렵겠죠”라고 넌지시 조건을 슬쩍 걸어 보는 것이다. 그것도 가볍게, 그냥 지나치듯이…. 이것이 질문의 기술이다.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작성자 작성일 02-15 조회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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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 공기 중 탄소만 골라 공격! 기후 어벤져스를…
    NEWS“더는 ‘만년’설이 아닌 알프스 산맥, 2100년이면 빙하는 거의 완전히 사라질 것”“국토 60% 이상 가뭄으로 뒤덮인 미국,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까지…”“대홍수로 국가의 1/3이 잠긴 파키스탄, 1800여 명 사망하고 700만 명 기후난민 발생”“5만여 년 갇혀 있던 빙하 속 고대 바이러스, 해빙과 함께 되살아나…”작년에도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죠. 단기간에 물폭탄이 쏟아져 서울과 중부권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되었고요. 겨울철 극심했던 가뭄은 한 해 농사일을 그르치게 만들었고, 바싹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가 되어 6월까지도 대규모 산불을 일으켰습니다.UN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 높아지면 더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이미 수차례 경고해왔습니다.2022년 4월에 발표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에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퇴출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1.5℃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지금 감축 수준으로는 2.7℃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의 운명이 달린 바로 지금,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여기, 공기에 떠다니는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탄소포집 기업인 클라임웍스(Climeworks)인데요. 이 기업은 ‘직접 공기포집(DACㆍDirect Air Capture)’ 기술로 공기를 흡입해 필터로 탄소만 걸러냅니다. 이 탄소를 돌에 주입하면, 탄소가 2년 안에 돌로 굳어져 지하 암반층에 영구적으로 격리시킬 수 있습니다.아이슬란드에서 가동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공기포집 공장은 연간 4천 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고, 이는 600명이 내뿜는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게다가 이 공장은 재생에너지와 폐기물 에너지로 구동되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많이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하면 저장하는 탄소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클라임웍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 이상의 탄소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현재 클라임웍스는 자체적으로 탄소 감축이 어려운 기업들 대상으로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서 이미 배출된 탄소 제거도 함께 해야 하는데요. 공기 중 탄소를 없애는 기술을 가진 대표 기업으로서 탄소포집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억 5000만 달러(약 8402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기후테크의 다른 예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에너지 및 자원 효율이 높은 공정 프로세스, 그린수소, 대체식품과 정밀농업 등을 들 수 있는데요. 벤처 투자 정보기업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올해 기후테크에 투자된 금액만 약 17조원에 달하고,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369개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기후테크를 향해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일상은 물론, 비즈니스의 가장 큰 파괴자는 기후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주는 마지막 경고를 결코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13 조회 1059
  • 160
    [시금치] 입에 발린 칭찬은 고래도 도망가게 한다! 칭…
    “칭찬받다” vs. “인정받다” 비슷해 보이지만 칭찬과 인정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칭찬은 구성원의 행동(Doing)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이번 프레젠테이션 너무 좋았다.”, “1분기 목표를 달성하다니, 참 잘했다.”와 같은 거죠. 반면, 인정은 존재(Being)에 초점을 두는데요. 구성원을 인정하는 것은, 구성원이 조직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조직이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칭찬의 대상 (Doing) : 행동, 선택, 좋은 결과 등· 인정의 대상 (Being) : 가치, 강점, 역량, 정체성, 노력과 변화의 과정 칭찬과 인정,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구성원의 긍정적인 행동만 칭찬했다면, 앞으로 구성원의 존재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동기부여의 대가, 지그 지글러(Zig Ziglar)는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생각될 때 더 잘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실제로 글로벌 직장문화 연구기관인 Great Place To Work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7%가 ‘리더 및 조직으로부터 받는 인정’이 업무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은 인정을 받음으로써 일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죠.출처 : Great Place To Work구성원이 인정받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회의나 타운홀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이 생각날 텐데요. 물론 중요한 성과를 크게 인정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시금치에서는 매일 실천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덕분에’라는 매직 워드입니다. 매직 워드란 마법 같은 힘을 갖는 단어를 의미하는데요. ‘덕분에’라는 말에는 존중, 지지,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자네를 인정하네”라고 말하기 보다는 구성원 덕분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는지 말함으로써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죠.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평소 앞에 나서지 않는 구성원도 존재는 인정받고 싶어하죠. 하지만 현실에서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 의료 관련 기관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29%가 “1년 동안 노고를 제대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오늘, ‘덕분에’ 매직 워드를 활용해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말 한마디에 구성원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2-10 조회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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