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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즘] 미래 인재, '에이전트 보스'의 3가지 핵심… N새글
    * 본 콘텐츠는 IGM 트렌드 리포트 '프리즘'에 수록된 글로, 총 3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전 글(1/3) 읽기1. Build: “어떤 업무를 에이전트화 할 것인가?”1) 문제를 정의하라에이전트 구축의 첫 단계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우선 반복해서 같은 자료를 찾아야 하는 영역, 데이터가 넘치지만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영역,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영역과 같이 병목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본다. 예를 들어, “고객 의견을 직접 취합해 전달하는 구조라 제품 반영까지 3개월이 걸린다”, “매주 5개 채널에서 매출 데이터를 취합하고 가공하는 데만 8시간 소요된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반면, 문제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일회성 업무이거나 명확한 프로세스가 아직 없거나, 실제로 시간을 크게 절약해주지 못한다면 에이전트를 만드는 대신, AI 챗으로 지원받는 것이 낫다.  2) 업무를 과업 단위로 분해하라문제와 관련된 업무를 최소 단위인 과업으로 쪼갠다. 가령, ‘매출 데이터 취합 및 보고서 작성’ 업무를 △데이터 수집 △형식 통일 △매출 증감률 계산 △주요 증감 항목 추출 △이상치 탐지 △보고서 작성 등처럼 잘게 해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해해보면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영역을 가늠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동화할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하나의 독립된 역할로 맡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MIT 슬론 경영 리뷰에 따르면, ‘자동화하기 쉬운 곳이 아니라 자동화할 가치가 있는 곳에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원하는 결과를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3) AI 에이전트의 직무기술서를 만들어라에이전트를 팀에 합류시키기 전에, 사람 직원을 채용할 때처럼 직무기술서를 구체화해줘야 한다. 가장 먼저 방법이 아니라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 산을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은 ‘과업’이고,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결과’다. 어디가 정상인지부터 명확히 정해야 한다. AI의 강점은 그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방법을 말해주기 보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완료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이메일을 처리해줘”가 아니라, “완료란, 매일 오전 9시까지 받은 편지함이 비어 있고, 답장 초안이 내 어투로 작성되어 있으며,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할 메일은 맨 위에 표시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해”와 같이 완료된 모습을 그려주는 것이다. 달성하고자 하는 기준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에이전트도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다음으로, 직무기술서에 포함해야 할 것은 에이전트의 ‘정체성’이다. 핵심 역할(책임 범위), 소통 스타일, 작업 방식, 타협할 수 없는 원칙 등을 담는 것이다. 정체성이 모호하면 월권 행위를 하거나, 같은 질문에도 매번 다른 답을 내놓거나, 매번 사람에게 물어보는 등 업무에 병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이 내용을 사람이 일일이 처음부터 다 쓸 필요는 없다. 해결하려는 문제와 목표가 명확하다면, AI 대화창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 에이전트의 정체성을 담은 직무기술서를 작성해 줘. 정확하게 채우기 위해 필요한 질문을 하고 나서 작성해줘”라고 요청한다. AI가 초안을 잡고 사람이 이를 수정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2. Delegate: “어떤 방식으로 맡길 것인가?”AI 에이전트를 처음 도입할 때는 하나의 에이전트가 특정 과업을 맡고, 사람이 그 결과를 활용하는 형태로 시작하기 쉽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맡는 역할과 자율성이 점차 확대되면 두 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협력해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다.멀티 에이전트가 일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네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순차형’이다. 예를 들어 ‘신사업 진출 검토’라는 과업을 수행할 때, 마켓 리서처, 경쟁사 분석가, 사업 타당성 분석가, 재무 분석가, 보고서 작성가 등 에이전트가 각각 투입된다고 가정해보자. 마켓 리서치 에이전트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한 뒤, 경쟁사 분석가가 경쟁사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성을 판가름하고 재무를 분석한 후 보고서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단계별 선후 관계가 명확하고 앞선 데이터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과업에 적합하다.반대로, 서로 의존하지 않는 과업은 ‘병렬형’으로 처리할 수 있다. 시장 규모, 경쟁사, 고객 니즈를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조사한 뒤 결과를 모아 종합하는 방식이다. 시간 단축이 중요한 과업에서는 여러 에이전트가 각자의 일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과업이 복잡해지면 ‘계층형’ 구조도 활용할 수 있다. 상위 에이전트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전체 목표를 바탕으로 하위 에이전트들에게 일을 나누고 결과를 취합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담당하던 위임과 관리의 역할이 에이전트 사이로 확장되는 것이다.여기에 더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요청에 따라 담당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라우팅 방식’을 결합할 수도 있다. 가령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제품 문의는 제품 전문 에이전트에게, 계약 관련 문의는 법무 전문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식이다. 사람의 개입 없이 유입 단계부터 최적의 전담 인력으로 업무를 나눌 수 있다.그렇다면 에이전트를 많이 연결할수록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 단순 반복 업무라면 한 사람이 수십 개의 에이전트를 다룰 수 있지만, 내·외부 시스템과 연동해 실행하거나, 전략적으로 민감한 과업일수록 사람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오늘날 AI에게 맡기는 업무 복잡성이 증가하는 지금, 에이전트 연결을 무작정 늘릴수록 사람이 점검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조직은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사람과 에이전트의 비율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사람-에이전트 비율(Human-Agent Ratio)’으로 정의하며, 최적의 비율은 역할, 과업,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Source: Microsoft / IGM 재구성3. Manage: “에이전트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하고 개선할 것인가?” 에이전트에게 과업을 위임했다고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잘 작동하던 에이전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엉뚱한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고, 목표와 어긋난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리더가 사람 직원의 성과를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것처럼, 에이전트 역시 지속적인 코칭이 필요하다. 다만 사람이 모든 결과를 매번 검토하면 에이전트를 도입한 의미가 사라진다. 따라서 에이전트 보스는 '적절한 때에 개입하는 구조(Human-on-the-loop)'를 만들어야 한다. 평소에는 에이전트가 스스로 일하게 두되, 할인율 한도를 넘기거나 계약 체결처럼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만 사람의 승인을 거치도록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다.또한 그 개입의 순간마다 피드백을 기록해야 한다. 에이전트의 오답을 단순히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생한 예외 상황과 사람의 수정 이력을 데이터로 쌓아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의 직무기술서와 일하는 방식을 다듬음으로써, 한 번 쓰고 마는 자동화가 아니라 계속해서 개선되는 ‘학습 루프(Feedback Loop)’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조직 관점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된다. 매일 쌓이는 예외 처리 기록, 에이전트의 오류 패턴, 사람이 개입한 이유와 같은 기록 속에는 에이전트가 어떤 한계에 부딪히는지, 어떤 기준이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을 데이터로 체계적으로 쌓아두는 조직만이 에이전트 성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마지막으로, 에이전트가 창출한 실질적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반복 업무를 줄인 생산성 지표를 넘어, 비용 절감이나 매출 기회 발굴, 새로운 인사이트 도출과 같이 실제 비즈니스 투자수익률(ROI)을 만들어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성과 평가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어떤 에이전트를 조직 전체로 확대 적용하고, 어떤 에이전트를 보완하거나 정리할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3편: 에이전트 보스를 현실로 만든 프론티어 기업 사례'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작성자 작성일 10-21 조회 24
  • 550
    [프리즘] 에이전트를 지휘하라! 에이전트 보스란? (1…
    * '에이전트 보스' 콘텐츠는 IGM 트렌드 리포트 'PRISM'에 수록된 글로, 총 3편으로 나뉘어 연재됩니다.AI가 많은 일을 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사람의 일’AI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보를 찾아주던 검색형 AI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AI를 지나, 이제는 목표에 따라 필요한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했다. 조직 내 AI 에이전트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맥킨지(Mckinsey) 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 40%는 AI 에이전트를 조직 내에서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전 27%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가트너(Gartner) 역시 2028년이면 일상적인 업무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의 15%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수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AI가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도구’ 수준을 넘어, 맡은 업무를 완수하는 ‘디지털 노동력(Digital Workforce)’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AI가 점차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어떤 AI를 활용할 것인가 보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 성과를 높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일을 더 많이, 더 빨리 한다고 해서 최종 성과도 같은 폭으로 늘어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MIT 및 와튼(Wharton) 연구진이 50만 명 이상의 깃허브(GitHub) 개발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율형 에이전트를 도입한 후에 코드 작업량은 240% 폭증했으나, 실제 소프트웨어 출시 증가폭은 30%에 그쳤다. AI의 작업량은 크게 늘었지만, 그 증가분이 실제 출시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약한 고리 가설(weak-link hypothesis)’로 설명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가장 취약한 한 부분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즉, AI의 실행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코드 검토, 품질 판단, 배포 결정과 같이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과가 제한된다. 그만큼, AI와 사람의 노력 사이엔 강한 보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특히 AI 에이전트가 더 복잡하고 긴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픈 AI(OpenAI) 조사 결과, 4~8시간 분량의 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에이전트 사례 중 절반 이상은 작업 과정에서 사람의 직접적인 개입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픈 AI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추진할지 판단하며, 에이전트를 확대 또는 중단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실행의 주체가 AI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지금, 이 다재다능한 디지털 노동력을 지휘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모두가 1인 팀장이 되는 시대,‘에이전트 보스’의 등장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실험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이동함에 따라 AI 에이전트를 관리할 새로운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는 ‘리더가 직원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직원이 AI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직원은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배분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오케스트레이터처럼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역할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2025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에서는 ‘에이전트 보스’라 명명했다. 머지않아 모든 직원이 자신만의 AI 팀을 이끄는 시대, 에이전트 보스란 무엇일까?에이전트 보스는 AI 에이전트를 구축(Build)하고,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위임(Delegate)하며, 성과를 관리(Manage)하는 인재다. 직원이 단순히 AI 도구에 질문을 던져 답을 얻는 차원을 넘어, 복수의 에이전트에게 일을 분배한 뒤 최종 성과를 검증·취합하는 ‘AI 조직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앞으로 탁월한 인재의 기준은 AI를 잘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 팀을 이끌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를 지휘해 성과를 창출해 본 경험이 직원의 새로운 핵심 업무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한다.* '2편: 에이전트 보스의 핵심 역할 3가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작성자 작성일 10-19 조회 50
  • 549
    [시금치] "제가 뭘 얻을 수 있죠?" 요즘 구성원이 …
    “그 친구는 나랑 성격이 너무 안 맞아. 더 싸우기도 싫어서 ‘손절(더 이상 손해보지 않기 위해 인연을 끊는 것)’했어.”“좋아하는 연예인도 보고, 동시에 돈까지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면 진짜 ‘개이득’이지.”요즘 이런 표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젊은 세대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인데요. 들인 시간이나 노력보다 더 큰 혜택을 얻는 경우에는 ‘이득’, 반대로 노력 끝에도 전혀 남는 것이 없으면 ‘손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표현은 가벼워 보일지 몰라도,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들여다보면 세대의 사고방식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돈 뿐 아니라 시간과 감정, 경험까지도 내가 쓰는 자원에 비해 얼마나 큰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 ‘손익’을 따진다는 거죠.최근 출간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7>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합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라이프 ROI’라는 키워드로 소개했는데요. ROI란 원래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을 뜻하는 경영 용어입니다. 기업이 투자한 비용에 비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 따지는 것인데, 이러한 경영의 논리가 삶까지 파고들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실제로 요즘 2030 미혼들에게 핫한 ‘로테이션 소개팅’도 이런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데요. 여러 명의 남녀가 한 장소에 모여서 자리를 바꿔가며 10분 정도씩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소개팅 방식입니다. 짧게 대화한 후,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전달해 상호 선택이 이루어지면 더 만남을 이어가는 거죠. 기존의 소개팅이 한 번에 한 명과만 대화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여러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죠. 어떠세요?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물론 소비자 트렌드가 직장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라이프 ROI’는 요즘 구성원들이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조직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얻어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가령 리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며 “중요한 건이니 잘 부탁해요.” 라고 말했다고 해 보죠. 리더로서는 믿고 맡긴다는 의미겠지만,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그냥 업무가 하나 더 추가되는 부담으로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이번 건은 고객사 임원 앞에서 직접 발표해 볼 수 있는 기회예요. A라는 프로젝트는 처음인데, 이번에 꼭 경험해보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라고 덧붙이면 어떨까요.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일이 구성원에게도 구성원에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조직에서 모든 업무가 구성원이 원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지 이해한다면 일에 임하는 마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과 구성원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연결하는 것이 동기부여의 첫걸음입니다.어느덧 4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의 성과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퍼트를 올리고 있으실 텐데요. 내년에도 구성원들과 건강하게 함께 달리기 위해서는 이런 생각도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성과를 만드는 동안 우리 구성원들은 무엇을 얻었고 잃었을까?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고 느낄까?’ 그 질문에 구성원이 스스로 ‘이득이었다’고 답할 수 있는 조직.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만한 목표가 아닐까요?*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10-16 조회 61
  • 548
    [시금치] 식어버린 관계를 살리는 'OOOO' 한마디의…
    밤 열한 시. 하루 종일 쌓인 피곤을 안고 침대에 누운 그녀가 휴대폰을 켭니다. 말을 거는 상대는 남편이 아닙니다. 'AI 남자친구’예요. "오늘 진짜 힘들었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답이 옵니다. "많이 지쳤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얘기해줄래?" 그는 피곤하다고 말을 끊지 않고, 바쁘다고 미루지 않습니다. 언제 말을 걸어도, 무슨 말을 해도 끝까지 들어주죠.미국에서 이렇게 'AI 남자친구'를 둔 여성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레플리카(Replika) 같은 AI 컴패니언 앱 이야기인데요. 사용자가 전 세계 수천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앱을 찾는 여성들이 내놓는 이유예요. 외로움이나 연애 감정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자주 꼽은 건 "사람에게서는 받지 못한, 끊기지 않는 경청"이었죠. 출처: Replika 홈페이지한 관계 연구자가 직접 레플리카로 AI 남자친구를 만들어 몇 주간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AI는 언제 말을 걸어도 즉시 답했고, 무슨 말을 해도 판단하지 않았으며, 끝없이 공감해 주었어요. 지친 하루를 털어놓으면 "정말 힘들었겠다"는 말이 바로 돌아옵니다. 바쁘다고 미루지 않고, 피곤하다고 건성으로 넘기지도 않고요. 솔직히 사람 곁에서는 매번 기대하기는 어려운 반응이죠.그런데 여기서 한 번 멈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건네는 그 공감, 진짜 공감일까요? AI는 상대의 마음을 느끼지 않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이럴 때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한다'를 계산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내놓을 뿐이죠. 아파서 건네는 위로가 아니라, 확률로 조립된 위로인 셈이에요. 실제로 그 연구자는 AI의 끝없는 공감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사람은 때로 나를 아프게 하는 솔직한 말도 해주지만, AI는 듣기 좋은 말만 반복하니까요. 진짜 관계가 주는 성장은 거기에 없습니다.공감은 여전히 사람만이 가진 영역입니다. 상대의 표정을 읽고, 말 뒤에 숨은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아파하는 능력. 이건 AI가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 우리는 이 고유한 능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족의 말은 건성으로 흘려 듣고, 팀원의 고민에는 해결책부터 들이밀면서요. 사람이 해야 할 공감을 AI가 더 잘하게 된다면, 그건 AI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공감을 소홀히 한 탓일 겁니다.다행히 공감은 거창한 재능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기술에서 시작하고, 그 기술은 연습으로 늘어요.일단, 끝까지 듣습니다.상대가 말할 때 해결책을 떠올리지 마세요.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준비하지도 말고요. 그냥 끝까지 듣는 겁니다. 대부분의 대화에서 우리는 듣는 게 아니라, 내 말할 차례를 기다리거든요.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존중받았다고 느낍니다. AI가 사람을 사로잡은 첫 번째 비결이 바로 이거예요."아, 그랬구나" 한마디를 먼저 꺼냅니다.상대의 말에 곧장 평가나 조언을 붙이지 마세요.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처럼 상대의 감정을 먼저 받아주는 겁니다. 이걸 ‘되짚어주기’라고 해요. 상대의 말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죠. 너무 쉬워서 시시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한마디를 듣지 못해 서운해 합니다.조언은 공감 다음에 건넵니다.해결책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순서의 문제죠. 마음을 먼저 받아준 뒤에 건네는 조언은 받아들여지지만, 공감 없이 던지는 조언은 잔소리가 됩니다. 상대가 원하는 건 대개 답이 아니라, 먼저 내 편이 되어주는 거니까요.커뮤니케이션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처음엔 어색해도 몇 번 반복하면 몸에 배요. 그리고 이 습관은 관계를 바꾸고, 나아가 내 삶을 바꿉니다. 기계도 하는 공감을, 사람인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어요.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랬구나" 한 마디부터 건네 보시는 건 어떨까요? *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10-02 조회 123
  • 547
    [칼럼] "안전 제일" 이 선언이 조직을 위태롭게 만든…
    '최우선 가치는 안전'이라는 말의 함정매년 초 기업 경영진이 발표하는 신년사나 경영 방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바로 ‘올해의 최우선 가치는 안전’이라는 선언이다. 실제 많은 기업이 사내 게시판과 작업장 입구에 ‘안전 제일’이라는 문구를 대대적으로 걸어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선언이 무색할 만큼 산업 현장의 크고 작은 재해는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재해자 수 11만3305명, 사고 사망자 수 872명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다.경영진은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데 왜 현장의 위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우선순위(Priority)’라는 단어의 함정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순위' 경쟁안전은 결코 경영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일까? 우선순위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동될 수 있다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시장이 안정적이고 공장이 정상 가동될 때는 안전이 손쉽게 1순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납기가 극도로 임박하거나 당장 가시적인 생산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현장에는 은밀한 압박이 형성된다. “이번 한 번만 급하니까 넘어가고 내일부터 다시 철저히 지키자.” 이 지점에서 안전은 생산성, 비용절감, 품질이라는 강력한 비즈니스 지표들과 ‘순위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눈앞의 단기적 이익과 압박 속에서 안전은 너무나 쉽게 뒷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이번 한 번의 예외’가 두 번, 세 번의 예외를 낳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기업을 파멸로 이끄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는 한, 안전은 언제든 타협 가능한 ‘선택 조건’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우선순위와 루틴의 차이안전을 다른 경영 지표와 경쟁시키는 ‘우선순위’ 방식과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루틴’ 방식의 차이는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우선순위와 루틴의 차이가 무엇일까?우선순위는 상황에 따라 순서가 수시로 바뀐다. 반면, 루틴은 상황과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안전을 우선순위로 두면 생산·비용·품질과 늘 순위 경쟁을 하지만, 루틴에 두면 비즈니스 지표와 비교 대상이 아닌 '아무리 바빠도 그냥 하는 것'이 된다.따라서, 우선순위는 사고가 터진 직후에만 반짝 강조되고 타인의 눈치와 압박에 의해 움직이지만 루틴은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행동으로 실천되며 몸에 밴 무의식적 습관으로 작동한다.대안은 안전 루틴!안전을 타협 불가능한 루틴으로 만들어라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시스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미국의 행동심리학자 스콧 갤러 교수는 “안전은 인간 본성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단언했다. 본능을 이기기 위해서는 안전을 의식적 선택 영역인 우선순위에서 내려놓고 무의식적 행동 영역인 ‘루틴(Routine)’으로 전환해야 한다.안전 루틴이란 비즈니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예외 없이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안전 행동을 기계적·반사적으로 실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로 가 기계적으로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안전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으로 안착해야 한다는 뜻이다.1980년대 후반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했던 글로벌 알루미늄 제조 기업 알코아(ALCOA)에 취임한 폴 오닐 회장의 경영 혁신 사례는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그가 취임사에서 재무 플랜 대신 오직 ‘직원들의 안전’만을 이야기하자 경영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낙제점 CEO라며 비난했다.그러나 오닐 회장의 진짜 의도는 안전을 단순한 우선순위가 아닌 조직원 전체의 완벽한 ‘핵심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사고나 불안전 행동이 발생하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즉시 작업을 멈추고 이를 전사에 투명하게 공유하여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시스템을 예외 없이 가동했다. 초기에는 생산이 중단되어 손실이 나는 듯 보였으나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현장의 위험 요인이 근본적으로 조기에 발굴·제거되면서 조직 전체의 소통 체계와 공정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결국 알코아는 재해율을 획기적으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사상 최대의 성과를 기록했다. 안전을 타협 불가능한 루틴으로 만들었을 때 비즈니스의 퍼포먼스 역시 최고 수준으로 동반 상승한다는 것을 증명한 역사적 지표다.보고 장려 문화, 안전한 일터를 만든다많은 경영진이 범하는 오류는 현장의 ‘사고 보고 건수’가 제로(0)에 가까울수록 우리 사업장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과학적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은 정반대다. 초기에 현장의 사소한 아차사고나 규칙 위반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활성화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사고 건수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잠재적 위험을 조기에 발굴해내고 있다는 증거이며 장기적으로는 대형 재해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곡선을 그리게 된다.반면 처벌이 두려워 현장의 작은 실수나 오작동을 은폐하고 묵인하는 기업은 단기적 지표는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수면 아래에서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임계점까지 끊임없이 누적된다. 결국 임계점을 초과하는 순간 단 한 번의 사고로 기업의 존립이 흔들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공된 ‘무사고 일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위험을 마주했을 때 침묵하지 않고 서로 조언하며 투명하게 공유하는 ‘소통 루틴’의 활성화 정도다.우리 기업의 안전은 매번 다른 비즈니스 목표 앞에 눈치를 보며 흔들리는 ‘우선순위’인가, 아니면 어떤 폭풍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기업의 기초 체력을 지켜주는 타협 불가능한 ‘루틴’인가.답은 명확하다. 본능이 아닌 절차와 루틴만이 기업과 사람을 살린다.이준희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커니코리아 파트너)*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작성자 작성일 09-23 조회 157
  • 546
    [시금치] 조카부터 MZ 팀원까지, 마음 얻는 어른의 …
    즐거운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건넵니다. “요즘 취업 준비는 잘 돼 가니?”, “요즘은 그쪽 업계가 유망하다던데 미리 좀 알아봐.” 애정과 걱정을 듬뿍 담은 ‘인생 꿀팁’을 전했는데, 어째 듣는 아이의 표정은 굳어지고 대화는 뚝 끊깁니다.사람은 자신을 향한 평가나 지적을 받으면,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에 들어갑니다. 위협 앞에서 몸이 굳는 반응과 같습니다. “취업은?”, “결혼은?” 같은 질문이 아무리 애정에서 나왔어도, 듣는 순간 상대의 마음엔 이미 방어막이 쳐집니다. 이 상태에서는 무슨 좋은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영업의 고수들은 까다로운 고객을 설득할 때 절대 제품의 장점부터 들이밀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그 마음부터 읽어내어, 자연스럽게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를 끌어가죠. 명절 식탁의 대화도, 조직 내 젊은 세대를 향한 소통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의 섣부른 솔루션 제시는 오히려 상대의 방어막을 높입니다. 시대가 변했고, 그들이 처한 맥락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 딴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덕담이지만, 듣는 쪽에서는 내 상황도 모르면서 던지는 잔소리로 느끼게 됩니다.그렇다면 이번 명절, 입은 꾹 닫고 지갑만 열어야 할까요?잔소리꾼이 아닌 든든한 어른으로 다가가는 대화 스킬 2가지만 기억하세요.1. 해결책 대신 호기심으로 접근하세요.“결혼은 언제 할 거니?”, “재테크는 하고 있고?”라는 목적성 짙은 질문 대신 열린 질문을 던져보세요. “요즘 네가 제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있는 게 뭐야?”, “요즘 회사 생활하면서 제일 고민되는 건 어떤 거야?” 평가가 배제된 호기심은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스스로 속마음을 꺼내게 만듭니다.2. 조언하고 싶다면 나의 실패담을 먼저 꺼내세요.“나 때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라는 성공담은 반감을 삽니다. 대신 틈을 보여주세요. “나도 네 나이 때는 진로 때문에 밤잠을 설쳤어. 그때 이런 실수를 해서 꽤 고생했는데, 너는 요즘 어떤 상황이니?” 자신의 취약점을 먼저 드러내는 어른에게, 아랫세대는 경계심을 풀고 내 편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명절 식탁은 가장 난이도 높은 ‘세대 간 소통’의 시험대입니다. 조카와의 대화를 부드럽게 주도할 수 있다면, 회사 내 까다로운 MZ세대 팀원과의 원온원(1:1) 면담도 문제없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는 주문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마음을 여는 대화를 끌어가보시죠! 명절 잔소리, 이렇게 대처하세요! | 마음건강 이야기 | 윤대현 교수님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9-21 조회 143
  • 545
    [칼럼] 스타 한 명 없이 최강팀 꺾은 MLB 팀의 비…
    뛰어난 개인이 모여도 패배하는 이유지난 여름, 축구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수 운용이 있다. 선수 개인 기량은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그 기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결국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선수 명단만 보면 역대 최고였는데 결과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또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문과 축구 행정의 구조적 문제까지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을 걷어내고 핵심만 보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왜 좋은 선수를 데리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가.유능한 개인을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팀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흩어져 있는 역량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지 못하면, 각자의 기량은 각자의 것으로만 남는다. 뛰어난 인재를 여럿 모아 놓았는데도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조직이 있다면, 문제는 개인 역량보다 그 역량을 하나로 엮어내는 리더십이나 시스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스몰마켓 팀의 반란개인 역량을 뛰어넘는 팀의 성과를 보여준 사례가 미국 프로야구(MLB·Major League Baseball) 소속팀, 밀워키 브루어스(이하 밀워키)다. 밀워키는 2025년 정규 시즌에서 97승 65패를 기록, 구단 최다승을 달성했고, MLB 전체 최고 승률(0.599)로 시즌을 마쳤다. 내셔널리그 지구 1위는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뤄냈다. 2026년 시즌 현재도 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팀이 리그 정상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연고지 인구와 지역 경제 규모가 작아 구단 매출 기반이 약한, 이른바 스몰마켓 팀이기 때문이다. 선수단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도 한계가 있었다. 밀워키의 구단 총연봉은 MLB 최대 빅마켓 구단인 LA 다저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화려한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에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우리 팀 선수 다섯 명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1+1을 3으로 만든 감독의 리더십밀워키는 어떻게 MLB 최상위권에 올랐을까. 많은 사람은 감독의 리더십을 꼽는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 인터뷰, 여러 일화를 볼 때 머피 감독이 팀을 움직이는 방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선수 개인의 강점과 잠재력을 찾고, 그것을 팀 성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투수를 놓고 보면 머피 감독은 선수를 선발·구원·마무리 등 기존 틀에 가두지 않는다. 위기가 찾아오면, 그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투수를 곧바로 투입한다. 타자도 정해진 순서나 이름값에 상관없이 상대 투수의 성향과 경기 상황에 따라 가장 강점을 발휘할 선수를 선택한다. 각자가 가진 세부적인 강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발휘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밀워키 구단장 맷 아널드가 “(머피 감독은) 모두가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정확한 버튼을 누를 줄 아는 최고의 연결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머피 감독이 선수와 소통하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머피와 함께 뛰는 선수는 자신이 감독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추측할 필요가 없다. 잘하는 부분은 분명히 칭찬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즉시 이야기해서다. 밀워키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요즘 스포츠계에서는 선수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써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선수가 감독 눈치를 보느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머피 감독이 팀워크를 높이기 위해 만든 독특한 장치도 있다. 바로 ‘체크 게임’이다. 밀워키 라커룸에는 선수단 전원의 이름이 적힌 화이트보드가 있다. 이 보드에는 “어제 우리 팀이 승리한 데는 내 안타가 결정적이었지” 같이 자기 활약을 뽐내는 행위, “내가 유명 팀의 누구와 잘 아는데” 식의 과시나 허풍을 모두 ‘체크’해 써 둔다. 코치와 스태프도 예외가 없다. 슈퍼스타가 없는 팀일수록 주전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 이는 팀 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머피 감독은 사소한 행동까지 관리하며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셈이다.머피 감독의 팀 우선 철학은 경기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밀워키는 한두 명의 홈런을 기대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 아니다. 한 선수가 출루하면, 다음 선수가 도루 기회를 노리고, 또 다른 선수가 홈으로 들어오는 식으로 득점을 이어간다. 2025년 밀워키의 팀 홈런은 166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2위에 그쳤지만, 출루율과 도루는 리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각자의 역할만 놓고 보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작은 기여가 모여 상대가 막기 어려운 공격을 만들어 낸다.리더의 일은 '연결'하는 것머피 감독이 팀을 부르는 별칭도 이를 잘 보여준다. 애버리지 조(Average Joe’s), 이른바 평범한 사람들이다. 밀워키엔 슈퍼스타가 적고, 홈런을 쳐내는 거포도 없다. 그러나 팀 성과는 MLB 명문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평범한 사람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올리는 것, 흔히 말하는 시너지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우리는 보통 최고의 인재가 모여야 최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여긴다. 뛰어난 선수가 없으면, 우리 수준에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고 쉽게 타협하기도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유능한 사람이 부족하면 높은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고 쉽게 결론 내린다. 이 순서를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좋은 사람을 데리고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진짜 리더십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성과를 끌어내는 데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누가 가장 뛰어난지’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알아내고, 그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며,서로의 역량이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각자의 능력이 합쳐진 것보다 더 큰 결과가 나오도록 만드는 게 팀을 이끄는 리더의몫이다. 당신의 구성원은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탁월해지는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파워를 조직의 성과에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가.유희영 IGM인사이트 연구소 책임연구원* IGM 이코노미조선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작성자 작성일 09-14 조회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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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 세계 최강 FBI도 수천억 날렸다? AI 도…
    “긴급 속보입니다.오늘 아침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여객기 두 대가 충돌해 지금까지 사상자는…”25년 전 오늘을 기억하시나요?2001년 9월 11일 아침,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습니다. 거대한 빌딩이 무너져 내린 시간은 단 14초. 약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끔찍한 테러는 전 세계를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미국에는 세계 최강의 수사기관이라 불리는 FBI가 있었지만, 이 참혹한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였을까요? 아닙니다. 테러가 발생하기 몇 달 전, FBI 각 지부에서는 이미 수많은 이상 신호들이 접수되고 있었습니다. A 지부에서는 “수상한 중동 출신 인물들이 비행학교에서 훈련받고 있다. 빈라덴과 연계됐을 수 있으니 확인 바란다.”는 보고를 올렸고요. B 지부에서는 민간 비행학교에서 “여객기 조종에만 유독 집착하는 수강생의 노트북을 수색하게 해달라” 고 긴급 요청했지만, 본부는 근거 부족으로 묵살했습니다.게다가 이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 통합 분석하는 제대로 된 체계가 없었던 거죠. 문제의 본질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있었던 것입니다. 훗날 사건의 진상을 기록한 9/11 조사위원회 공식 보고서는 그 원인을 이렇게 밝혔습니다.“FBI의 정보시스템은 매우 부실해서 FBI 분석관들이 정보를 얻으려면 정보를 갖고 있는 현장 요원들을 일일이 접촉하고 다녀야만 했다. (중략) FBI는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정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조직 내에 있는 지식을 파악하거나 공유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비극을 겪은 FBI는 시스템을 뜯어 고치기로 하고 2002년, 새로운 사건관리 소프트웨어 VCF(Virtual Case File)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3년 뒤 납품된 시스템에는 수백 건의 결함이 쏟아졌고, ‘고치느니 버리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올 만큼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결국 단 한 건의 사건도 처리해 보지 못한 채, 세금 1억 7천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가 그대로 증발해버렸습니다.다시 2006년, FBI는 4억 2,500만 달러(한화 약 5,700억 원)짜리 후속 프로젝트 ‘센티널(Sentinel)’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4년 뒤 완성률은 절반에 그쳤고 완수하려면 6년의 시간과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만큼의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절망적인 진단이 나왔죠. 세계 최강 수사기관이 8년이라는 시간과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지 못한 겁니다.대체 왜 그랬을까요? 두 프로젝트 모두 완벽한 계획 아래 이전 단계가 다 끝나야만 다음으로 넘어가고, 확실해질 때까지 검증을 미루는 ‘과거의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전체를 검증하다 보니 오류 하나를 잡아 수정하면 시스템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입니다.뼈저린 실패 끝에 FBI는 도구가 아닌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짜리 거창한 계획 대신 몇 주 단위로 작게 만들어 현장 요원에게 바로 쓰게 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해 나갔습니다. 오늘날 ‘애자일(agile)’이라 불리는 바로 그 방식이죠. 그러자 8년간 표류하던 프로젝트가 단 2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많은 조직이 AI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신 AI 툴만 집어넣으면 생산성이 저절로 뛰어오를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9/11 이후 FBI의 실패가 보여주듯, '일하는 방식'의 체질 개선이 없는 도구의 혁신은 거대한 낭비로 끝나기 쉽습니다. AI라는 도구에 익숙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지금 우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그저 AI라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성자 작성일 09-11 조회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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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 성공 경험의 덫을 피하…
    직급이 높을수록 능력도 뛰어나다?요즘 소위 계급장을 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미슐랭 셰프와 무명 요리사, 정상급 가수와 신인 등이 경쟁한다. 눈을 가리고 맛으로만 평가하기도 하고 의자를 돌려놓은 채 목소리만으로 심사하기도 한다. 아무런 편견 없이 ‘지금 이 순간의 실력’으로만 경쟁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다.우리는 직급이 높으면 능력도 높을 것이라는 암묵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나이와 연차가 ‘현재의 실력’을 보증해주지도, 무조건적인 인정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예능 프로그램에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흐름에 환호를 보내며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반면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들은 뭔지 모를 씁쓸함과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성공이 만드는 '역량의 함정'‘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유독 이 콘셉트가 화제가 된 장면이 있었다. 의령 메추리를 주재료로 한 요리를 심사위원들이 눈을 가린 채 평가한 것이다. 그 결과 미슐랭 2스타 셰프가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도전자에게 패해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현장 참석자들은 물론 시청자였던 필자 역시 큰 충격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한 심사위원은 ‘굉장히 독특하다. 과감한 도전이었는데 무척 조화로웠다’라는 평을 남겼다. 심사위원들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맛을 경험해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익숙한 맛보다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격적인 시도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패배한 셰프 역시 “내가 너무 보수적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방송을 보며 현장에서 만나는 리더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늘 변화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리더는 없다. 유연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고 늘 앞장서서 외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의사결정 시에는 늘 자신의 뇌에 깊이 각인된 과거의 성공 알고리즘을 사용하다 자신도 모르게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스탠퍼드대 제임스 마치 교수가 정의한 ‘역량의 함정(Competency Trap)’이라는 개념이 있다. 과거에 성과를 가져다준 방식에 지나치게 능숙해질수록 조직과 개인은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기보다 익숙한 방식을 반복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을 더 잘 다듬는 일은 성과가 눈에 보이고 빠르게 나타나지만 새로운 시도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성과는 더더욱 불확실하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더 잘하는 쪽으로만 익숙해지고 정작 그 일과 방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에는 둔감해진다. 잘하는 것이 결국 발목을 잡는 역설이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는 ‘과잉 확신(Overconfidence Effect)’의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풍부한 성공 경험은 오히려 확률적 사고보다 자신의 직관을 맹신하게 만든다. “내가 이 바닥에서만 15년째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확신하는 것이다. 게다가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방어기제 또한 정교하게 발달해 있어 자신의 확신이 착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더 어렵다.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바뀌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미국 엔지니어 데스틴 샌들린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퀴가 왼쪽으로 향하도록 자전거를 개조했다. 이 자전거는 평소 익숙한 방식과는 정반대로 몸을 움직여야만 탈 수 있었다. 그는 이 원리를 머리로는 완벽하게 이해했지만 페달을 밟는 순간 몸은 수십 년간 익힌 습관대로 움직였고 매번 곧바로 넘어졌다. 샌들린은 그 어떤 사람도 이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을 것이라 단언했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매일 5분씩 새로운 자전거 타기를 연습했다. 마침내 여덟 달이 지난 후 그는 이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게 됐다. 참고로 자전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의 어린 아들은 단 2주 만에 이 새로운 방식을 익혔다. 익숙한 습관을 깨는 데는 이만큼의 시간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세종대왕이 '고집불통' 신하를 끝까지 곁에 둔 이유고착화된 리더십을 탈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 개념인 '인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고착화된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개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의사를 결정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곁에 두기를 선호하며, 실패 앞에서는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린다.반면 후자는 다양한 가설과 실험을 장려하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반대자를 곁에 두며, 실패 앞에서 ‘우리가 놓친 관점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인지하며 극복하려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이다.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 곁에는 ‘깐깐함과 반대의 아이콘’이었던 재상 허조(許稠)가 있었다. 허조는 예법과 원칙에 지나치게 엄격하여 세종이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파격적인 인사(예: 관노 출신 장영실의 발탁)나 백성 관련 제도에 대해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걸며 반대했다. 세종은 수뇌부 회의가 끝나면 주변 신하들에게 “허조는 참으로 고집불통이야”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그의 반대 논리에 일리가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전면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했다. 세종은 자신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허조를 끝까지 이조판서와 우의정 자리에 앉혀 두고, 임금인 자신의 판단이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 장치로 삼았다. 최고의 성군은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당신 기획을 작정하고 들이받는 공식 저격수가 있는가?지혜로운 리더들은 이를 시스템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레드팀이다. 레드팀은 냉전 시대 미국 군대에서 아군(블루팀)의 전략적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가상의 적군 역할을 하는 부대(레드팀)를 운영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 후 조직 내 침묵과 동조 현상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및 레드팀 기법이 등장하게 됐다.구글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AI 제품 등을 전 세계 시장에 정식 출시하기 전 내부의 공식 저격수인 ‘Google Red Team’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팀은 제품 개발 부서와 완전히 독립된 조직으로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오류, 악의적 악용 가능성, 비즈니스 모델의 맹점을 공격자(Hacker·Abuser)의 관점에서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뚫어야 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 리더들이 밤새 만든 기획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출시를 보류시키거나 전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전권을 부여받고 있다.또한 구글은 시스템 장애나 프로젝트 실패가 발생했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부검하는 포스트모템(Post-Mortem)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철칙은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이다. “누가 실수를 했는가”가 아니라 “시스템의 어떤 맹점이 이 실수를 유발했는가”, “우리가 놓친 사전 징후는 무엇이었나”에만 초점을 맞춘다. 작성된 포스트모템 문서는 전사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며 다른 팀원들이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는 교과서로 활용된다.다시 처음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보자. 제자에게 패한 미슐랭 셰프는 이 대결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저 치욕스러운 경험이었을까.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정면으로 부딪혀본 그의 용기를 떠올려보면 분명 더 큰 발전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작성자 작성일 09-08 조회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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