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MS를 주저앉힌 것은 애플도 구글도 아닌, '리더십 이너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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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5-08-22 15:24 조회 7 댓글 0본문
“아이폰은 절대 성공 못합니다.”
(There’s no chance that the iPhone is going to get any significant market share. No chance.)
2007년 애플이 첫 아이폰을 내놨을 때, 마이크로소프트(MS) 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한 말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은 정치인, 법조인, 금융권 종사자들이 주로 쓰는 ‘업무용 기기’였는데요.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비싸고, 물리적인 키보드도 없어, 직장인들이 이걸로 이메일을 쓸 리 없다며 실패를 확신했죠. MS는 애플처럼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지 않고 삼성, 모토로라 등 다양한 제조사에 모바일 운영체제(OS)를 공급했는데요. 아이폰이 나온 뒤에도, 물리적인 키보드를 전제로 한 업무용 모바일 OS 전략을 유지합니다.
(출처: 영어검색엔진 ‘Project 스노우볼’)
그러나 2007년 이후, 모바일 시장은 말 그대로 새 판이 짜였습니다. 풀터치스크린이 대중화되고, 앱 생태계가 확산됐죠. 스마트폰은 더 이상 업무용 기기가 아니라 누구나 쓰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습니다. 애플은 이런 변화 흐름을 선도했고, 구글도 변화에 발맞추며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배포해 수많은 제조사를 끌어들였죠. 반면, 기존 전략을 유지한 MS의 점유율은 급락합니다. 뒤늦게 MS도 OS를 개편하거나 노키아와 손잡고 ‘윈도우폰’을 내놨지만, 이미 판세가 굳어진 뒤였죠. 결국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퇴장합니다.
2016년, 스티브 발머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때늦은 후회를 털어놨습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몇 년 일찍 모바일 기기 사업에 뛰어들었을 겁니다.”
이 사례는 ‘리더십 이너샤(Leadership Inertia)’를 잘 보여줍니다. 리더십 이너샤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쥔 리더들이 기존대로 하려는 ‘관성’을 말하는데요.
리더십 이너샤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 과거 성공 방식이 지금도 맞다고 믿는 성공의 덫
- 변화의 필요성은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혁신 역량 부족
- 변화가 주는 불편함을 피하고자 ‘내가 있는 동안은 그대로 간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
문제는, 리더십 이너샤가 조직의 변화를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시장에서 뒤처질 위험을 키운다는 점인데요. 우리 조직도 리더십 이너샤에 빠진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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