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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앞의 혁신보다 중요한 것? 다음 세기를 내다보는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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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5-08-26 10:20 조회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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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Science Fiction) 소설, 드라마나 영화는 당대 인간 상상력의 가장 극적인 표현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상상은 과학기술의 나침반이 돼줬다. 1960년대 영화 ‘스타트렉’의 물질재조합장치가 지금 3D프린터가 되어 무엇이든 찍어내는 것이 진짜 현실이 될 줄 그 시대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1970년대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한 홀로그램, 1980년대 드라마 ‘전격Z작전’의 자율주행자동차, 이 외에도 수많은 SF에 단골 소재로 나왔던 인공지능(AI)이나 로봇, 하늘을 나는 택시나 생체 인증 등 한때는 오직 영화 속에서만 가능했던 상상이 기술을 통해 대부분 현실화됐다.

영화적 상상력이 구체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기술이 급격히 진화하며, 다시 누군가는 한발 앞서 ‘다음 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더 나은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모빌리티와 생명과학, 이렇게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시작했지만 공통의 철학으로 연결되는 두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인간의 이동 능력을 확장하겠다는 ‘그래비티인더스트리(Gravity Industries)’와 세계 최초로 멸종 동물을 복원해 지구 환경을 되살리겠다는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인간 비행을 현실로!

그래비티인더스트리는 발명가이자 전직 해병 장교인 리처드 브라우닝(Richard Browning)이 2017년에 만든 영국의 제트팩(공중 비행을 위해 착용하는 장치) 스타트업이다. 브라우닝은 어렸을 때부터 ‘인간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는 상상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전투기 조종사, 외할아버지는 헬리콥터 제조사 최고경영자(CEO), 그의 아버지는 항공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였으니 아주 허황된 상상은 아니었던 듯하다.

하지만 그의 상상이 진짜 성공할 것이라고 여기는 주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수많은 테스트와 실패가 반복됐다.

그는 기존의 항공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 구조와 균형 감각에 기반해 완전히 새로운 비행 슈트를 고안했다. 팔과 등에 소형 제트 엔진을 부착해 사용자가 몸의 움직임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입은 슈트가 현실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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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ravity Industries


나아가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영국 호수지방구조대와의 협업에서 그래비티인더스트리의 슈트를 착용한 구조 요원이 30분 이상 걸리는 산악 구조 미션을 단 90초 만에 수행했고, 네덜란드 해병대 및 영국 공군과 함께 군사훈련에도 참여한 것이다. 지금은 의료 이송, 재난 대응, 산업 작업자용 이동 수단 등으로 적용 가능성을 확대 중이다.

그래비티인더스트리는 2023년까지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데모 비행을 진행했다. 교육, 군사, 응급 구조 등 다양한 기관과의 파일럿 협력을 통해 기술 검증을 마쳤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행 교육 프로그램 ‘그래비티 비행 체험(Gravity Flight Experience)’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파는 것은 서비스 그 이상의 가능성이다. 그래비티인더스트리의 데모 영상은 수백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은 인류가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는 법을 제시하고 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처럼 멸종 동물 복원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미국에서 설립된 생명공학 스타트업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을 활용해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버드 의대의 세계적 유전학자이자 이 기업의 공동 창업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는 “멸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매머드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매머드가 생태계에서 수행하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머드는 시베리아 툰드라에서 초원을 유지하고 나무를 쓰러뜨리고 땅의 눈을 밟음으로써 토양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 툰드라는 얼어붙은 땅속에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얼음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배출될 위험에 놓여 있다. 따라서 매머드를 다시 생태계에 도입하면 동토층의 보존과 기후변화 속도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이는 단순히 생명 복원을 통한 과거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빙하 속 유해로는 완전한 매머드 유전체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아시아코끼리의 DNA에 북극 매머드의 유전자 조각을 삽입해 시베리아 툰드라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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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lossal Biosciences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는 대형 벤처캐피털은 물론이고 비욘세, 패리스 힐튼 같은 유명인까지 투자자로 나서며 설립 3년 만에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 기준 100명 이상의 유전체학자와 생물학자들이 매머드 외에도 도도새, 타스마니아 호랑이, 스텔러바다소 등 다양한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텍사스와 호주, 동남아시아 지역에 복원 실험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복원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희귀 질병 치료제 연구와 보존 유전자은행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야생동물 보존과 인간 질병 유전자 연구 등에도 응용될 수 있어 생명공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생태계 교란, 윤리적 문제, 생명체의 상품화 가능성 등 해결해야 할 질문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질문들마저 ‘다음 세기의 과제’로 받아들이며 정면으로 응답하고자 한다. 이들의 기술은 인간의 오만이 아닌, 지구 시스템의 회복을 위한 선택지로써 미래를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발 앞서 질문하라

그래비티인더스트리,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 이 두 기업의 중요한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 시장의 수요나 유행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먼저 정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광고보다 실험에 투자하고 기존 산업 문법보다 다른 산업에서 영감을 받는다. 비행 장비 회사가 인명구조를 먼저 상상하고 생명공학 기업이 동물 복원에서 기후 솔루션을 찾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산업과 산업 사이, 인간과 기술 사이, 현재와 미래 사이의 경계를 넘는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단순히 제품·서비스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솔루션이다.

기술은 상상력을 따라 진화하고 상상력은 이제 단순한 꿈이 아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됐다. 누군가는 ‘지금’을 개선하는 데 머무르지만 진짜 혁신가는 ‘다음 세기’를 준비한다. 그래비티인더스트리와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가 증명하듯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미래를 선점하려는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하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 기업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한발 앞선 기술보다 중요한 건 한발 앞선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다음 세기를 움직일 진짜 힘이 될 것이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소장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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