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배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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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5-06-17 10:41 조회 22 댓글 0본문
불만과 혼란을 부르는 업무배분,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요즘 핫한 충주시 유튜브 채널에 ‘공무원 업무분장 특’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영상 속 업무분장을 엉망으로 하는 상사 모습에 댓글 반응이 뜨겁다.
“현직 공무원으로서 화가 난다. 나는 바빠서 화장실도 못 가는데 옆자리 과장님은 하루 종일 주식창만 보고 있더라. 그런데 업무분장표 보면 이것저것 다 늘려 써서 일은 제일 많다”, “진짜 영상에 격하게 공감한다. 업무분장 시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은 그 업무가 신입 또는 갓 전입 온 직원에게 배분된다. 자기가 하기 싫었던 업무, 항상 문제가 생겼던 업무, 기타 잡무도 마찬가지다” 등 내용이다.
업무배분은 공동의 목표를 구성원들과 함께 달성해야 하는 관리자들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준과 근거 없이 진행된다면 ‘도대체 나한테 왜 이 일을 시키는 건가. 나는 아무 일 담당자인가’, ‘왜 다른 사람은 늘 일찍 퇴근하고 나는 왜 일이 계속 늘어나는 걸까’ 등의 혼란과 불만이 구성원에게 쌓일 수 있다.
관리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무엇을 기준으로 업무를 구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각 팀원들에게 줄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연초에 계획되지 않았던 돌발 업무들은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이다. 각 고민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들을 살펴보자.
업무배분에도 기준이 있다
먼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다. 업무배분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팀의 미션에 따른 업무 책임 및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만약 구성원들에게 ‘우리 팀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요? 이 팀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이 나올까.
누구는 ‘저는 A 업무도 하고 B 업무도 하고 C 업무도 하고 있는데… 정확한 저의 역할과 책임은 모르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이는 ‘팀 미션과 관련한 제 역할과 책임은 ‘OOO’이고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A 업무와 B 업무를 합니다’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이 둘 중 누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몰입하며 성과를 낼지는 예측가능하다. 즉 조직의 미션과 연계된 우리 팀의 미션을 정리하고 팀 미션에 기여할 수 있는 개별 미션이 주어지도록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팀원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R&R·role & responsibility)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다음은 '완결성'과 '유사성'을 기준으로 업무 간 영역을 명확히 해보자. 완결성은 업무프로세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속성을 가지고 묶는 것이다. 필자 조직은 주니어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직급별 교육을 운영하는데 각 과정은 담당자 한 명이 모집부터 운영까지 통으로 책임지고 있다. 전후 업무의 연계성이 높고 기업별 히스토리 파악 및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사성은 업무 성격과 수행 요건이 유사한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필요 지식과 기술 혹은 대상이 유사한 경우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사팀의 경우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관리’와 이와 관련된 돈을 관리하는 ‘급여관리’로 업무를 나누고 담당자를 따로 배정한다. 급여관리를 잘하기 위한 역량과 사람관리에 필요한 역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인사관리도 대상에 따라 ‘정규직’ 담당과 ‘비정규직’ 담당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제 '중요도'를 파악하기 위해 각 업무를 핵심, 부수, 기타업무로 구분해 보자. ‘핵심업무’는 우리 팀의 고유한 역할이 투영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다. 또한 내외부 이해관계자(구성원, 타 부서, 고객)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업무들이다. 다음은 ‘부수업무’로 팀 미션 달성에 필요하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다. 핵심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지원하며 이해관계자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마지막 ‘기타업무’는 팀 미션과의 연계성이 낮으며 일시적이거나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다. 일상적인 팀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 포함된다. 관리자는 팀 전체 성과에 중요한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부터 먼저 구성원들에게 배분해야 한다.
업무량 산정의 주의점
두 번째 어려움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즉 업무량 산정에 대해 생각해보자. 업무량은 해당 업무를 얼마나 자주(반복성),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수행하는지(소요시간)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생각해보자. 우리 조직은 1년에 10번 정도 채용을 하고 매 채용 시 평균 20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면 1년에 약 200시간이 도출된다. 1년 근무시간을 2080시간(8시간 X 5일 X 52주)으로 본다면 약 10%의 업무량이라는 것이다. 물론 업무가 항상 정확하게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량을 산출하는 것은 업무배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본적인 활동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업무량의 기본인 업무의 소요시간과 해당 업무의 수준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 있다. 팀 대결에서 리조토 100인분을 담당했던 요리사가 매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자 해 본 적인 없는 동료 요리사가 불안해하며 계속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대량의 리조토 조리 경험이 풍부한 요리사는 단 20분 만에 맛이 일품인 리조토를 만들어 낸다. 업무별 업무량과 난이도까지 고려해야 균형 있게 업무배분을 할 수 있다.
예고 없이 닥친 돌발 업무,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마지막은 돌발 업무다. 돌발 업무란 연초 업무분장 시점에는 없었던, 연중 돌발적으로 발생해 별도 배분이 필요한 업무들이다. 톱다운 수명 업무, 정부기관 협조 요청, 돌발 사고·사건 처리 등이 있다.

많은 관리자들이 팀의 우수한 인재에게 무조건적으로 맡기거나 혹은 본인이 맡아서 짊어진다. 돌발 업무야말로 팀장의 결단력(배분)과 정당성(근거)이 필요하다. 앞서 학습한 원칙들을 활용해 보자.
먼저 돌발 업무가 개인에게 배분된 담당업무에 속하는지를 살펴본다. 둘째,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상자가 있는지를 살핀다. 마지막, 중요도와 난이도를 고려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적합한 구성원인지를 살펴 배분할 수 있다. 이때 성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당신은 ‘1인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젊은 세대들은 ‘팀 내에서 최소 1인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떠올린다고 한다. 온라인게임에서 팀전을 하면 자신이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개인별로 수치까지 표시가 되는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료보다 더 많은 업무를 부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적은 업무를 부여할 경우 불만이나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도 혹은 책임감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이 사고방식을 고려할 때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1인분’을 산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