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 한 명 없이 최강팀 꺾은 MLB 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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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9-14 10:30 조회 9 댓글 0본문
뛰어난 개인이 모여도 패배하는 이유
지난 여름, 축구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수 운용이 있다. 선수 개인 기량은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그 기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결국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선수 명단만 보면 역대 최고였는데 결과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또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문과 축구 행정의 구조적 문제까지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을 걷어내고 핵심만 보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왜 좋은 선수를 데리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가.
유능한 개인을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팀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흩어져 있는 역량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지 못하면, 각자의 기량은 각자의 것으로만 남는다. 뛰어난 인재를 여럿 모아 놓았는데도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조직이 있다면, 문제는 개인 역량보다 그 역량을 하나로 엮어내는 리더십이나 시스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몰마켓 팀의 반란
개인 역량을 뛰어넘는 팀의 성과를 보여준 사례가 미국 프로야구(MLB·Major League Baseball) 소속팀, 밀워키 브루어스(이하 밀워키)다. 밀워키는 2025년 정규 시즌에서 97승 65패를 기록, 구단 최다승을 달성했고, MLB 전체 최고 승률(0.599)로 시즌을 마쳤다. 내셔널리그 지구 1위는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뤄냈다. 2026년 시즌 현재도 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팀이 리그 정상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연고지 인구와 지역 경제 규모가 작아 구단 매출 기반이 약한, 이른바 스몰마켓 팀이기 때문이다. 선수단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도 한계가 있었다. 밀워키의 구단 총연봉은 MLB 최대 빅마켓 구단인 LA 다저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화려한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에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우리 팀 선수 다섯 명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을 3으로 만든 감독의 리더십
밀워키는 어떻게 MLB 최상위권에 올랐을까. 많은 사람은 감독의 리더십을 꼽는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 인터뷰, 여러 일화를 볼 때 머피 감독이 팀을 움직이는 방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선수 개인의 강점과 잠재력을 찾고, 그것을 팀 성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투수를 놓고 보면 머피 감독은 선수를 선발·구원·마무리 등 기존 틀에 가두지 않는다. 위기가 찾아오면, 그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투수를 곧바로 투입한다. 타자도 정해진 순서나 이름값에 상관없이 상대 투수의 성향과 경기 상황에 따라 가장 강점을 발휘할 선수를 선택한다. 각자가 가진 세부적인 강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발휘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밀워키 구단장 맷 아널드가 “(머피 감독은) 모두가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정확한 버튼을 누를 줄 아는 최고의 연결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머피 감독이 선수와 소통하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머피와 함께 뛰는 선수는 자신이 감독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추측할 필요가 없다. 잘하는 부분은 분명히 칭찬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즉시 이야기해서다. 밀워키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요즘 스포츠계에서는 선수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써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선수가 감독 눈치를 보느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머피 감독이 팀워크를 높이기 위해 만든 독특한 장치도 있다. 바로 ‘체크 게임’이다. 밀워키 라커룸에는 선수단 전원의 이름이 적힌 화이트보드가 있다. 이 보드에는 “어제 우리 팀이 승리한 데는 내 안타가 결정적이었지” 같이 자기 활약을 뽐내는 행위, “내가 유명 팀의 누구와 잘 아는데” 식의 과시나 허풍을 모두 ‘체크’해 써 둔다. 코치와 스태프도 예외가 없다. 슈퍼스타가 없는 팀일수록 주전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 이는 팀 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머피 감독은 사소한 행동까지 관리하며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셈이다.
머피 감독의 팀 우선 철학은 경기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밀워키는 한두 명의 홈런을 기대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 아니다. 한 선수가 출루하면, 다음 선수가 도루 기회를 노리고, 또 다른 선수가 홈으로 들어오는 식으로 득점을 이어간다. 2025년 밀워키의 팀 홈런은 166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2위에 그쳤지만, 출루율과 도루는 리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각자의 역할만 놓고 보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작은 기여가 모여 상대가 막기 어려운 공격을 만들어 낸다.
리더의 일은 '연결'하는 것
머피 감독이 팀을 부르는 별칭도 이를 잘 보여준다. 애버리지 조(Average Joe’s), 이른바 평범한 사람들이다. 밀워키엔 슈퍼스타가 적고, 홈런을 쳐내는 거포도 없다. 그러나 팀 성과는 MLB 명문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평범한 사람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올리는 것, 흔히 말하는 시너지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최고의 인재가 모여야 최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여긴다. 뛰어난 선수가 없으면, 우리 수준에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고 쉽게 타협하기도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유능한 사람이 부족하면 높은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고 쉽게 결론 내린다. 이 순서를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사람을 데리고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진짜 리더십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성과를 끌어내는 데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누가 가장 뛰어난지’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알아내고, 그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며,서로의 역량이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각자의 능력이 합쳐진 것보다 더 큰 결과가 나오도록 만드는 게 팀을 이끄는 리더의몫이다. 당신의 구성원은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탁월해지는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파워를 조직의 성과에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가.
유희영 IGM인사이트 연구소 책임연구원
* IGM 이코노미조선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