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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실리콘밸리가 푹 빠진 이상한 회의 "Kill the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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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8-07 15:18 조회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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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의 안건은 하나입니다. 우리 회사를 3년 안에 망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내세요.”
 
이 이상한 안건이 정말로 오늘 회의에 올라온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컨설턴트 리사 보델(Lisa Bodell)이 고안한 ‘킬 더 컴퍼니(Kill the Company)’라는 회의/워크숍 기법인데요. 규칙은 하나입니다. ‘경쟁사 CEO라고 생각하고, 우리 회사를 시장에서 완벽하게 몰아낼 방법을 가장 구체적이고 잔인하게 찾아낼 것’ 그러면 평소엔 좀처럼 나오지 않던 서늘하고 날카로운 말들이 쏟아집니다. 조직이 정체되었지만 원인을 짚지 못할 때, 위기의 조짐이 보이는데 아무도 악역을 자처하지 않을 때 꺼내 드는 강력한 카드가 바로 이 기법입니다. 이렇게 도출한 공격 아이디어를 뒤집으면, 우리 조직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가장 시급한 방어 과제이자 혁신 과제가 됩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냥 “우리 회사의 문제점을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질문으로는 우리가 기대하는 진짜 답을 듣기 어렵습니다. 내부자의 입으로 던지는 비판에는 늘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약점을 지적하는 순간 불평꾼으로 몰리거나, 타 부서를 향한 공격이 되거나, 심하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 문제로 번지곤 하니까요. ‘킬 더 컴퍼니’는 구성원에게 ‘경쟁사 CEO’라는 가면을 씌워 이러한 비판에 대한 부담을 없애 줍니다. 내가 하는 말은 불만이 아니라 '경쟁사 CEO의 냉철한 분석'이 되기에, 눈치 대신 상상력과 솔직함을 발휘할 수 있게 되죠.

이 발상은 단순한 회의 기법을 넘어 스스로를 파괴하는 사업 전략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대표적입니다. 2004년, 그는 아마존의 주력이던 종이책 사업 총괄 리더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며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지금부터 자네 일은, 자네가 키워온 사업을 죽이는 거야.”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3년 뒤 전자책 리더기 ‘킨들(Kindle)’로 태어났죠.

판을 크게 벌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킬 더 컴퍼니의 진짜 본질은 생각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가상의 장치를 빌려주는 데 있는데요. 질문의 관점만 살짝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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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의 약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외부 컨설턴트도, 경쟁사도 아닌 현장의 구성원들입니다. 그들이 솔직하게 입을 열 수 있도록 판만 깔아주면 됩니다. 다음 회의에서 가볍게 던져보는 건 어떠세요? "우리가 경쟁사라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무너뜨릴 것 같습니까?"

답이 잔인하고 구체적일수록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리를 죽이는 법을 안다는 건 급소가 어디인지 안다는 뜻이고 그걸 입 밖으로 꺼냈다는 건 고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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