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폭적인 직원 경력 개발 지원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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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7-01 09:47 조회 4,361 댓글 0본문
구성원들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적절한 학습 경험 제공은 이제 필수
조직 구성원들의 경력 개발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 먼저일까. 개인일까, 아니면 조직일까.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한 조직에서의 평생 고용이 가능한 상황에서 조직에의 충성을 대가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급여를 제공받았다.
요즘에는 달라졌다.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교육 종사자들조차 자신들이 정년까지 일할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이런 변화는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급속한 기술 발전과 저성장,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등의 변화 속에서 ‘인건비’는 기업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
기업은 인력 운영 형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생산 시설을 외국으로 옮기거나 첨단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가 도입되면서 전통적 산업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또 가볍고 빠르고 유연성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해 아웃소싱·파트타이머·인력 플랫폼 등과 같은 다양한 인력 활용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은 어떨까.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변화에 적응한다. 구성원들 역시 이제 자신의 경력을 조직이 책임져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기대할 수가 없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자신의 경력 개발에 그 어느 세대보다 관심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라진 평생직장의 개념
이들은 부모님들이 명퇴하는 것을 목격했다. 게다가 100세 시대라 일도 더 오랫동안 해야 하는데 한 직장에서 평생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이들에게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열정과 충성심이 보이지 않는다고 폄훼할 수 있을까. 실제로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야근도 불사하고 퇴근 후에도 공부하며
바쁘게 생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제 경력 개발의 주체가 조직에서 개인으로 옮겨 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무경계 경력(boundaryless career)’, ‘프로티언 경력(protean career)’과 같은 개인 중심의 경력 개발 유형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현대 경력 개발의 대표 격인 프로티언 경력은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그리스 신화의 프로테우스를 형용사화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력을 변화시켜 가는 모습을 말한다.
과거 세대가 생존과 성취를 추구하며 일했다고 하면 MZ세대들은 보다 가치 지향적인 태도로 일을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의 발전보다 개인의 발전과 성장 그리고 만족을 우선시한다.
구세대들이 주도하는 획일적인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보다 본인의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유롭게 직장을 옮기고 일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조직에서는 필요한 인재들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본인의 경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이직하는 구성원들, 이제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성원 개인 주도적인 경력 개발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우선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력 욕구와 목표를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 한 직원은 상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최고 임원이 되겠다는 경력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다른 직원은 본인의 업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전문가가 되기를 원할 수도 있다.
개인의 라이프사이클 상황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이전과 다른 경력 욕구를 가질 수도 있다. 조직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부모가 되면서 육아를 위해 승진을 포기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제 경력 개발 모습이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의 형태로 변화한다는 기본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다음은 개인들의 경력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최근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관리자들의 피드백이 강조되고 있는데 개인의 경력 개발도 주요 안건으로 포함된다.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의 체크인 프로세스는 최소 분기에 한 번 이상 진행되는 관리자와 구성원의 피드백 면담이다. 현재 역할과 소망하는 진로, 조직에서의 새로운 기회,
향상시켜야 할 역량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직원들의 장기 비전 파악이 중요한 이유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져 있는 셰릴 샌드버그가 구글에서 실시한 제도도 흥미롭다. 구글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가 그들 자신에 대한 경력 전망이라는 것을
파악한 셰릴 CEO는 리더가 직원들의 장기 비전을 파악하고 18개월 정도의 계획을 세우는 ‘경력 대화’를 도입했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본인의 삶에서 정말 원하는 것, 그들의 꿈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경력 목표에 대해 그저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던 구성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듣고자 하자 눈을 빛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부서의 한 직원은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회장과 같은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했고 다른 직원은 농장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장기 비전을 파악한 리더들은 이제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고 현재 수준은
어떠한지 구성원과 함께 분석한다.
구글 임원이 장기 목표인 구성원은 관리 경험과 분석 기술, 프레젠테이션 기술 등이 중요한 역량으로 도출될 것이다. 한편 농장주가 꿈인 직원은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아닌
관리 기술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향후 6~18개월간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실제 농장주가 되고자 했던 직원은 구글에 조금 더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관리 경험을 쌓은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결국 뛰어난 리더로 성장했다.
개인의 성장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조직의 성과와 연결한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의 경력 개발과 관련한 적절한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리더십을 예를 들어 보자. 상위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리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면 리더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 MZ세대들은 리더로 성장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리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열망 또한 높다고 하니 다양한 상황에서
다수의 직원이 리더 역할을 통한 리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제공하자.
교육을 통한 간접 경험, 직급에 상관없이 맡은 일이나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 등에서 다른 사람을 이끌어 목표를 완성하는 비공식적 리더 경험 등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많은 리더 후보군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첫머리에 던졌던 질문을 살짝 바꿔 보자. 만약 경력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개인이 손해일까, 조직이 손해일까. 둘 다 엄청난 손해다. 구성원들의 성장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과 리더들이 개인 주도적 경력 개발을 물심양면 지원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고도 충분하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6092568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