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똑똑한 리더’ 보다 ‘따뜻한 리더’가 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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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1-01 10:37 조회 1,852 댓글 0본문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리며 미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서
탄탄대로를 걷다 37세에 ‘미국 500대 기업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란 기록을 세운 마리사 메이어….
하지만 2012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검색 포털 사이트 기업 야후(Yahoo)를 되살리겠다며 야심 차게 CEO에 취임한 그는 극심한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과 5년 만에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업 전략 등에 대한 잘못된 판단도 문제였지만 그 무엇보다 그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직이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다.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며 따르지 않는 직원은 해고했다. 또
직원들을 평가할 때 기계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하위 10%는 무조건 해고했다. 그가 CEO로 있는 동안 야후 엔지니어의 50%가 회사를 떠났다.
오죽하면 ‘마리사 메이어가 매주 수요일마다 사람들을 자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혼자 잘난 나르시스트’, ‘감정 없는 로봇’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과 ‘야후의 조직 문화를 망친 주범’이라는 비난이었다.
돌이켜 보면 메이어 전 CEO는 그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당시 ‘이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바로,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다.
인생 성취에 영향 미치는 ‘정서 지능’
정서 지능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과 성격심리학 전문가 존 메이어 뉴햄프셔 교수가 1990년 공동 개발한 용어다. ‘정서가 주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적으로 얼마나 똑똑한지를 가리키는 지능지수(IQ)와 구분된다. IQ는 타고나지만 정서 지능은 학습을 통해 계발될 수 있다. IQ가
학교에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정서 지능은 인생의 성취에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하버드대 교수가 정서 지능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이어 갔다. 그는 정서 지능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대인
관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나아가 골먼 교수는 정서 지능을 네 가지 핵심 능력으로 세분화했다.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관리 등이다.
먼저 자기 인식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정서 지능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인식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샤 유리크 조직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10~15%만이 자기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직에서 자기 인식을 잘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는 360도
다면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다. 상사·동료·부하 직원의 피드백을 통해 조직에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자기 관리는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자기 인식이 뛰어난 리더는 회의가 길어질 때 본인이 짜증을 잘 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에 자기 관리도 잘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이를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자신의 태도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조절을 잘하고 싶다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충동적이고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감정적 반응을 피해야 한다. 그 대신 침착하게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무의식적인 감정을 조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기에 대한 인식과 관리만큼 사회적 인식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적 인식이 뛰어난 리더는 공감을 잘 실천한다.
공감을 잘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라는 뜻은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상대의 말을 듣고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신뢰를 쌓는 것이다. 또 오늘날 사회적 인식을 높이려면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직 내 인력들의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존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 관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리더에게 대입해 보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지도하고 멘토링하고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좋은 리더
그렇다면 정서 지능이 높은 리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다음의 인물들을
통해 리더로서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알아보자.
첫째,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한다. 정서
지능이 높은 리더는 지시나 명령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공감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팀 쿡 애플 CEO를 보자.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쿡 CEO가 이끄는 애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만 해도 잡스의 비전과 카리스마가 회사의 주축이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으로 인해 회사 내부도 불확실성과 혼란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쿡 CEO는 이 상황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회사의 가치관과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혁신의 선두에 서 있고 고객들을 위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혁신과 열린 의사 결정을 촉진하기 위해 조직 내부를 개편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의 기업 가치는 몇 배로 불어났다.
둘째, 정서 지능이 뛰어난 리더는 구성원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인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CEO에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며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조직 전반에 심으며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교육 및
개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개발하도록 장려하며 기술업계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 정서 지능이 뛰어난 리더는 구성원의 감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잘 보듬을 줄 안다. 직원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것은 그 어떤 외형의 보상보다 큰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나델라 CEO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직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는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노력은
조직 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육성하는 데 바탕이 됐다.
이전까지 적대적이고 경쟁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 문화는 나델라 CEO 취임
이후 협업하고 포용하는 문화로 변화할 수 있었다.
넷째, 정서 지능이 뛰어난 리더는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항상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와 함께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
정리해 보자. 뛰어난 리더는 단순히 지적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갈수록 불확실하고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협력을 통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정서 지능이
강력한 리더십 도구가 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원하는가. 리더로서 정서
지능을 점검하고 이를 높이기 위해 실천해 보자.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랩장·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