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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직 성과 높이려면 ‘약한 연결’의 힘을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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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12-09 17:59 조회 4,1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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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만나지 않아 소홀한 관계가 오히려 필요로 하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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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하나로 똘똘 뭉치는 팀워크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팀 성과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매일 만나는 팀원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느라 팀 경계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가끔 만나는 아는 사람의 가치’에 주목한다. 매일 만나는 가까운 사람보다 가끔 만나는 지인이 인생을 바꿀 기회나 중요한 정보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미국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스탠퍼드대 교수의 실증 연구로 입증됐다. 그라노베터 교수는 1973년 보스턴 근교 뉴튼에 거주하는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구직 과정을 연구한 바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연고, 구인 광고, 채용 시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중 개인적인 연고를 통한 취업 사례들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처럼 자주 만나는 사람이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 준 비율이 17%에 그친 것이다. 반면 나머지는 가끔 만나거나 거의 만날 일이 없는 지인의 도움으로 구직에 성공했다. 


소통이 잦으면 정보가 중복된다 

언뜻 생각하면 가까운 사람이 더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라노베터 교수는 만남의 빈도와 가까운 정도에 따라 ‘강한 연결(strong ties)’과 ‘약한 연결(weak ties)’을 구분하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자주 만나고 친밀한 사이인 강한 연결은 생활 환경이 비슷하다. 또 평소 많이 소통하기 때문에 주고받는 정보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취업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가끔 만나는 사람은 약한 연결과 주고받는 정보가 새로워 취업에 도움이 된 것이다.

그라노베터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팀에 새로운 정보를 유입해 주는 약한 연결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팀 경계 너머에 있는 사람들과의 약한 연결은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다른 팀 구성원을 만나 잡담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설계해 보자. 이는 ‘워터 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 워터 쿨러 효과는 사무실 내에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비공식적인 대화를 하게 돼 사내 의사 소통이 활발해진다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음식은 사람들을 한자리로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구글은 커피와 다과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마이크로 키친(micro kitchen)’을 운영한다. 구글에는 1300여 개의 마이크로 키친이 있는데 서로 다른 사업부나 팀이 접하는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다.

업무를 하다가 출출할 때 마이크로 키친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팀 구성원을 만나도록 의도한 것이다. 패스트 컴퍼니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선정한 미국 안경 유통 업체 와비파커는 ‘런치 룰렛(lunch roulette)’을 운영하고 있다.

런치 룰렛은 매주 1회 룰렛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들이 함께 요리해 식사하는 제도다. 원격근무 상황에서도 이런 만남이 가능하다. 온라인 협업 플랫폼 기업 깃랩에서는 매일 챗봇이 무작위로 선정한 사람들이 모여 30분간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근무 시간 중 누구든지 들러 잡담할 수 있는 ‘랜덤 룸(random room)’을 구글 ‘행아웃’에 만들었다.


이와 함께 다른 부서 구성원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약한 연결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부탁하는 행동이 모르는 사이를 아는 사이로 바꿔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교 역할을 하는 ‘브리지’를 찾아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무능력해 보일까봐’, ‘민폐가 될까봐’, ‘거절당할까봐’ 등의 이유로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린다. 더욱이 다른 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더 어려워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구성원들이 부서 경계를 넘어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하게 하려면 이를 장려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웨인 베이커 미시간대 교수는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의 고리(reciprocity ring)’ 활동을 개발해 구글·제너럴모터스(GM) 등의 기업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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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의 고리 활동은 보통 20명에서 24명이 참여하는데 인원수 제한은 없다.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참여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말하면 다른 참여자들은 상대방을 도울 수 있는 정보나 인맥이 없는지 잠시 고민해 보는 식이다.

베이커 교수는 개인적인 주제로 한 차례 진행한 다음 업무와 관련된 주제로 넘어갈 것을 추천한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만들고 나면 일과 관련된 부탁을 할 때 도움을 얻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제도를 운영한다.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에는 같은 팀 구성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제작이나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직원 누구나 참석해 영화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미 다른 팀 사람들과 교류가 활발하고 팀 외부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는 팀 구성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중개인 역할을 한다.

모튼 한센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런 직원을 ‘브리지(bridge)’라고 부른다. 브리지를 발견하려면 다양한 직무를 수행한 장기 근속자나 사내 비공식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브리지 활동을 업무의 일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즉 일과 시간 중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비워 주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 40여 년 전 진행된 그라노베터 교수의 연구는 약한 연결이 가지는 의외의 힘을 보여줬다. 자주 만나지 않아 소홀하기 쉬운 약한 연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회와 정보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변화가 빠르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오늘날, 약한 연결의 힘은 더 크게 발휘된다. 내가 아는 것(what I know)만으로 미래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와 연결된 사람(who I know)을 동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팀 경계를 넘는 잡담과 부탁하기 그리고 브리지 직원을 활용해 우리 회사 부서들을 느슨하게 연결해 보자. 각 부서에 고여 있던 정보와 지식에 물꼬가 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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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1110073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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