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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꽉 막힌 협상을 푸는 열쇠…“상대를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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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9-17 14:24 조회 4,1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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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부정하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인정 욕구’ 자극은 ‘윈-윈’ 협상의 첫걸음 

 꽉 막힌 협상을 푸는 열쇠…“상대를 인정하라” [이태석의 경영 전략]


협상이 잘 안 풀리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상대의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협상에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게 되는 원인은 간단하다. 자신의 상황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 중심주의(egocentrism)’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꽂혀 상대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협상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세로는 꼬인 협상을 풀기 어렵다. 협상 초보자의 마인드다. 협상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려면 상대가 수락해 줘야 된다. 수락하지 않는데 어떻게 좋은 결과를 얻어 내겠는가. 결국 상대가 마음을 열어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상대를 인정해 줘야 한다. 인정받으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상대에게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의 ‘인정 욕구’를 자극해야 하는 이유다. 


진솔한 대화로 노사 분규를 해결하다 


수도권의 중소기업 A 사장은 3개월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정체돼 가슴이 답답한 마당에 노사 분규까지 겹쳤다. 노조의 주장은 임금을 10% 올려 달라는 것이다. 물가가 계속 올랐는데 몇 년간 임금이 동결됐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의 영업이익이 늘었으니 이제 경영 성과를 나눠야 한다며 분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은 다르다.

비록 실적은 늘었지만 생산성 정체,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임원진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잔업 거부, 조업 단축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통상적인 대처 방안은 대개 강경책과 온건책 두 가지다. 우선 강경책부터 살펴보자. 불법 점거, 업무 방해, 퇴거 불응 등 혐의로 노조 측을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고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활용하면 물리적 충돌, 고소·고발 사태 속에 사업은 더욱 큰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나중에 수습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서로 피해가 막심해진다.

반면 온건책은 대화로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간 수차례 협상에서도 조합은 강경하게 나왔다. 자신들의 요구가 최소한이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버텼다. 효과가 없었다.

A 사장은 우선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어떤 요구 조건이나 제안에 대한 욕심을 일단 접었다. 그리고 노조 지도부들과 그냥 가벼운 대화로 시작했다.

A 사장은 노조 지도부에게 현재 그들의 처지나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그들은 낮은 급여와 힘든 생활 형편을 토로했다. 임금 동결과 인사 적체 등 그동안 경영진에게 쌓인 불만도 함께 털어놓았다. 그런 조합원들의 감정에 A 사장은 일단 공감을 표시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장으로서 미처 챙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저 같아도 가만있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의 상황을 알아 달라고 얘기하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감정에 몰입했다. 경영진의 고충이나 이해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노조 지도부의 양해 아래 전 직원과 타운 홀 미팅을 수차례 진행했다.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A 사장은 계속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를 위해 쏟은 그들의 노력과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A 사장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느꼈는지 노조 지도부는 강경했던 자세를 조금씩 낮췄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감정에 공감해 주면서 대화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었다. 이젠 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A 사장은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경영 성과 내역을 낱낱이 공개했다. 제조 원가와 생산성, 일반 관리비, 영업이익, 금융비용 등을 세세하게 밝혔다.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 경쟁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까지 얘기했다. 위기에 몰려 며칠 밤을 새우며 마음 졸였던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A 사장은 임금 인상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에 입각해 엑셀표까지 보여줬다. 만약 합심해 제조 공정을 혁신하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면 임금 인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협상은 결국 사람의 문제 

양측은 힘을 합쳐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임금 인상은 다음 분기 성과에 따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어려웠던 노사 분쟁은 오히려 서로 격려하고 따뜻하게 한마음으로 재도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분쟁 전보다 훨씬 단합된 모습 아래 원가 절감, 신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위 사례가 건네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상황을 복잡하지 않게 만들었다. 제3의 세력(정부, 지자체, 노조 상위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았다. 당사자끼리 직접 문제를 풀었다.

둘째, A 사장은 진정성을 갖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했고 회사의 모든 자료와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자기 가치를 인정해 주며 자기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의 태도에 우호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어렵고 까다로운 협상도 출발점은 결국은 사람이다.

‘윈-윈’ 협상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머릿속을 그려 봐야 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적인 상태에 있는지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잘 못할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의 주장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꽂혀 상대가 얘기할 때도 본인이 전달하려는 것에만 집중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논리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상대 의견에 비난만 한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얘기는 당연히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협상장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약점을 잡아내고 말도 안 된다며 몰아붙여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상대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의 견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고 심지어는 무시당한다고 느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가 낙담하면서도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될 것이다.

셋째, 상대의 장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의 제안이나 아이디어에 분명히 장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거나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심하면 협상 자체를 뒤엎기도 한다.

이제 정리해 보자.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때 상대에게 맞서지 마라. 상대를 부정하면 상황은 도리어 악화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다.

문제를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편의 처지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이를 인정해 주면 엉킨 실타래가 풀린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물론 가족·친구·동료 사이에서도 꼭 필요하다. 특히 감정적인 이해관계인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다.

이런 말이 있다. “낚싯대에 공을 들인 낚시꾼보다 물고기가 좋아할 만한 ‘미끼’에 공을 들인 낚시꾼이 고기를 더 많이 낚는다.” 물고기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아는 낚시꾼이 바로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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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901539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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