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가자의 오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피드백’을 기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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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8-19 19:12 조회 4,237 댓글 0본문
/사진=게티이미지 뱅크피드백 기술은 성과 관리의 핵심…비대면 상황 속에서 더욱 중요해져
수년 전 대한민국의 ‘명의’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기억하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쁜 하루 일과가 끝난 후 그날 진료했던 환자들의 상태와 처방 등을 컴퓨터에 꼼꼼히 기록하는 명의의 모습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이런 그의 습관이 명의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기업의 관리자들도 의사가 환자의 회복을 돕듯이 구성원들의 성과 향상을 도모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성과를 주제로 한 대화, 즉 피드백 기술이 성과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구성원들은 상사의 피드백을 더 많이 더 빨리 더 개인 맞춤형으로 원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관리자들은 피드백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본인의 실무 현업이 바빠’, ‘관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하는 장소가 달라’ 등등 여러 이유로 구성원들과 만나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시간과 공간의 선택이 자유로운 비대면 상황이 늘어가면서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실무자들이 외면하는 ‘피드백’
꼭 필요하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제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웹이라는 공간에 성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관리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에서 피드백 기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회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관리자 스스로 피드백 기록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드백을 기록하면 관리자들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평가자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무리 시대와 성과 제도가 바뀌어도 구성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관리자들의 주요 업무다.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도 정확한 평가는 필수적이다.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제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거울 이미지 오류, 모든 직원들에게 최상급의 평가를 주는 구조적 관용, 최근 몇 주간의 업적이나 행동에 기초해 평가하는 최근 효과 등이 있다.
사실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에 따르면 학습 후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된다고 한다.
1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70%,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고백하는데 필자도 나이가 들어가며 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만 기억하는 굉장히 유용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평가나 피드백을 받는 구성원들이 상사가 자신의 업무와 성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거나 자신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간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까. 자신에게 다양한 인지적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상대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한 사실을 기반으로 피드백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이 훈련의 핵심은 바로 ‘그때그때 기록’하는 것이다.
둘째, 성과 향상을 위한 과정 관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과정 관리가 먼저다.
이를 위해 1년에 한두 차례 몰아서가 아니라 수시로 피드백해야 한다는 것을 관리자들은 늘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루틴의 힘’이라는 책에서 ‘전진의 가시화’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하고 있는 일이 진척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데 기록하면서 일한다면 자신이 처리한 업무의 증거물이 남게 되고 자신이 밟아 온 경로를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의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어
자신이 기록한 피드백의 양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어떠한 부분을 주로 보고 있는지, 긍정적(positive) 피드백과 교정적(corrective) 피드백 중 무엇을 더 많이 사용하는지와 같은 정성적인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피드백 행동이 강화되면서 좀 더 쉽게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피드백은 받는 상대에게 초점을 맞춰야 효과적이다. 피드백을 잘하는 관리자는 구성원 개개인에 맞춤화된 피드백과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혹시 건강을 위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을 계획이 있는가. 좋은 트레이너를 선택하기 위한 검증된 ‘꿀팁’을 하나 공유하면 반드시 트레이너의 기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헬스클럽의 원장은 한 동작이 끝날 때마다 무언가를 꼭 기록한다. 무엇을, 왜 기록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내가 신도 아닌데, 어떻게 현재 관리하고 있는 50명의 회원들에 대해 다 기억하겠느냐”며 “어떤 운동을 몇 회나 했는지, 그날의 몸 상태가 어떠했는지 잘 적어 놓아야 매회 고객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고객과의 대화 중 나왔던 특이 사항, 개인적인 고민 등도 적어 놓고 고객과 소통할 때 참고한다”고 했다. 운동 코치의 전문성과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쑥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둘째, 과정 관리를 통한 납득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필자가 평가자 교육에서 늘 강조하는 것은 연말 평가 결과가 서로의 예상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관리자가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온라인에 기록했다면 연말 평가에서는 그저 이미 공유했던 정보를 취합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만약 기록이 없다면 우리는 다시 평가의 공정성과 납득성 이슈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저성과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꼭 필요하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피드백 기록은 당사자에게 성과에 대한 책임을 일깨워 줄 것이고 조직의 안팎에서는 자신의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소중한 증거 자료가 될 것이다.
셋째, 관리자들은 적는 활동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역량이다.
표현되는 즉시 휘발되는 말하기와 달리 우리는 적으면서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잠시나마 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피드백 내용들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그리고 기록된 생각들은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해질 것이고 이는 자신의 피드백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런 활동을 잘하기 위해 관리자들은 구성원들의 자기 평가를 읽거나 피드백을 기록할 때 늘 스스로 질문을 떠올려야 한다.
구성원들이 구술하고 있는 내용 혹은 자기가 주는 피드백이 정확한 사실인지, 근거는 타당한지, 그런 주장이 의도가 있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등이다. 이런 시간을 통해 관리자들은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피드백을 연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피드백은 주는 자와 받는 자와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웹 성과 관리 시스템에서는 구성원이 무엇인가를 적게 되면 관리자에게 알람이 가도록 설정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그들의 노력에 진심을 다해 반응해야 하고 그 반응은 구성원들의 또 다른 반응과 노력을 촉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기에 모든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필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사안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명의처럼 하루 한 번 시간을 정해 구성원들의 메시지에 답하고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피드백을 기록해 보면 어떨까.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