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100세 시대가 만든 노다지, 롱제비티 이코노미 (1/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2026-08-19 10:26 조회 14 댓글 0본문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체중 관리, 호르몬 추적, 근테크(근력과 재테크의 합성어), 새로운 취미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셀프케어 루틴을 만들고 있다. 현대의학이 수명을 늘린 시대, 관심은 자연스럽게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서 ‘사는 동안 얼마나 잘 사느냐’로 옮겨갔다. 그리고 이 변화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 맥락에서 거대한 경제 현상, ‘롱제비티 이코노미’가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실버산업이나 헬스케어 트렌드가 아니다. 롱제비티 이코노미란 무엇이고, 기업은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수명이 길어진 자리에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롱제비티(Longevity)는 AI, 기후변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개인으로서도, 사회 전체로서도 어떻게 나이 드느냐만큼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것은 없다."
런던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이자 롱제비티 포럼 설립자인 앤드류 스콧(Andrew Scott)은 강조한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따르면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을 단 1년만 늦춰도 미국에서만 38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 롱제비티는 개인의 건강 차원을 넘어, 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다.
롱제비티 이코노미(Longevity Economy·장수경제)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지난 프리즘 10호에서 다룬 에이지테크(AgeTech)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고령자를 위한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롱제비티 이코노미는 고령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건강·장수 관련 지출 5,000억 달러 중 41% 이상을 Z세대와 밀레니얼이 차지한다. 이들 중 30%는 1년 전보다 건강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됐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기성세대의 23%를 웃도는 수치다. 더 오래, 더 잘 살기 위한 투자가 전 세대의 소비 코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수요는 헬스케어는 물론, 금융, 레저, 식음료, 보험,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롱제비티 이코노미에서는 기대수명(LifeSpan), 건강수명(HealthSpan), 재무수명(WealthSpan), 목적수명(PurposeSpan)이라는 4가지 수명을 정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를 나머지 세 수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건강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건강하더라도 돈이 바닥나면 존엄이 무너지며, 모든 것을 갖춰도 삶의 이유가 없으면 공허하다. 이처럼 기대수명과 나머지 세 수명 사이의 불균형(Misalignments)은 개인에게는 불안이지만, 기업에게는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는 지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1. 건강수명(HealthSpan)
"아프기 전에 지갑을 연다! 건강 최적화 시장의 부상"
기대수명이 늘었다는 것이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길어진 수명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건강수명 탓에, 유병기간이 오히려 길어졌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183개국 분석에 따르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사이의 격차가 2000년 이후 13% 증가해 약 9.6년까지 벌어졌다. 생의 마지막 10여 년은 크고 작은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격차가 커지면서 건강에 대한 소비 목적도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플 때만 병원을 찾지 않는다.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 나아가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건강 시장의 무게중심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다시 예방에서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다. 최적화란 유전자와 생체 데이터, 생활 습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신체, 인지, 에너지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가령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약물은 체중과 대사 관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연속혈당측정기는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새로운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2023년 설립된 미국 예방의학 스타트업 ‘펑션 헬스(Function Health)’는 AI 기반으로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혈액검사와 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멤버십 회원은 연 365달러(하루 1달러)로 연 2회에 걸쳐 호르몬, 심장, 갑상선, 신장, 암 신호 등 160개 이상의 바이오마커를 검사 받는다. 일반 건강검진이 30여 개 항목을 살펴보는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촘촘한 수준이다. 핵심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건강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 있다. AI가 검사 결과를 분석하면 의료진 검토를 거쳐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랜이 제공된다. 건강검진을 일회성 관리가 아닌 지속적인 데이터 관리 서비스로 바꾼 펑션 헬스는 2025년 연 매출 1억 달러, 회원 20만 명을 돌파하며, 기업가치 25억 달러(약 2조 8000억원)를 인정받았다. 같은 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건강을 잃은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는 수요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 본 콘텐츠는 IGM 트렌드 리포트 '프리즘'에 수록된 글로, 총 2편으로 나누어 전달합니다. '2편: 재무수명과 목적수명'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References>
· “The longevity revolution is here. Our systems still think we die at 65”, 2026.4.23, Forbes
· “How The Longevity Economy Could Reshape Work And Growth”, 2026.3.24, Forbes
· “Can We Afford Longevity?”, 2026.1.22, The World Economic Forum
· “Future-Proofing the Longevity Economy: Innovations and Key Trends”, 2025.3, The World Economic Forum
· “The $2 trillion global wellness market gets a millennial and Gen Z glow-up”, 2025.5.29, Mckinsey
· “The ‘evergreen economy’: Harnessing the power of healthy longevity”, 2024.7.3, Mckinsey
· “These 6 ‘longevity economy’ principles can help an ageing population live well”, 2024.2.8, The World Economic Forum
· “How employers can unlock the potential of the longevity economy”, 2024.1.17, The World Economic Forum
· “Healthy Longevity”, Mckinsey Health Institu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