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실패한 리더를 3천 년째 영웅으로 기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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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8-14 15:09 조회 9 댓글 0본문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오디세이>, 보셨나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자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거친 바다와 괴물에 맞서 싸우는 10년 간의 험난한 여정을 다루고 있죠. 인물의 깊은 내면과 딜레마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놀란 감독 답게, 한 인간이자 리더로서 고뇌하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오디세이아를 읽어본 적 있다면 아시겠지만, 사실 결과만 놓고 보면 오디세우스는 0점짜리 리더거든요. 전쟁 후 고향을 향해 함께 출발했던 수많은 선원과 부하들은 전원 사망했고,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오디세우스 본인 단 한 명뿐이었죠. 비즈니스로 치면 완전히 실패한 프로젝트고, 조직 관리 관점에서는 최악의 참사입니다. 그런데 왜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 돌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는 몇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위대한 영웅의 모험담’으로 기억될까요? 그가 ‘성공한 리더’여서가 아닙니다. 그의 고난이 오늘날 리더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정답이 없는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거대한 소용돌이, 식인 괴물, 그리고 알 수 없는 신의 계시 앞에서 그는 끊임없이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전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일부의 희생을 감수하는 결정을 직접 내려야 했고, 지시에 따르지 않는 구성원들로 인해 깊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오디세우스의 모습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결정과 책임 앞에 결코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절망 속에서도 ‘이타카’라는 목적지를 향해 끝까지 나아가죠.
우리는 흔히, 훌륭한 리더는 모든 결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경영 환경은, 영웅 오디세우스가 헤쳐 나가야 했던 거친 바다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니까요. 리더는 종종 희생을 알면서도 ‘차악(次惡)’을 골라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며, 때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참혹한 실패를 맛보게 되기도 합니다. 만약 지금 폭풍우를 헤치며 ‘우리의 이타카’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시다면,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길을 잃고 노가 부러진 위기 속에서도 책임감을 짊어지고 다시 키를 잡는 태도가 아닐까요?
완벽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 앞에 또다시 결단을 내리고, 그 무게를 홀로 견뎌내고 있을 이 시대의 모든 오디세우스에게 깊은 응원과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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