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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헌신이라는 착각, 리더의 원맨쇼가 조직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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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7-31 13:47 조회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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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자신의 SNS, 엑스(X)에 올린 글 하나가 일본 열도를 달궜습니다. 취임 이래 하루 0~3시간만 자며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는 고백이었는데요. 주말 내내 관저에 갇혀 두꺼운 정책 자료를 새벽까지 읽었고, 수천 통 쌓인 이메일을 처리하느라 월요일 새벽까지 눈을 붙이지 못했다고 했죠. 공휴일이던 그날은 오랜만에 5시간이나 잤고, 오후에는 밀린 손수건과 속옷 다림질, 바느질까지 한꺼번에 해치웠다는 사소한 일상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목숨 걸고 국정에 애쓴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비판적인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시간을 그렇게 쓰는 게 맞느냐는 것이었죠. “쉬는 것도 일”, “업무 분담도 능력”이라는 지적이 쏟아졌어요. 무엇보다도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실제로 과도한 업무와 수면 부족은 우리의 전두엽 기능, 즉 비판적 사고력과 복잡한 의사결정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펜실베니아 의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는 상태가 2주간 지속되면 뇌 기능은 이틀 밤을 완전히 새운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데요.

문제는 당사자 스스로는 자신의 판단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리더는 자신이 여전히 멀쩡하고 명쾌하다고 믿지만, 사실은 거대한 전략적 오판을 내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리더가 음주 상태와 다름없는 뇌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셈이죠.

무엇보다 리더가 24시간 일에 치여 살면 조직의 미래에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 리더 자신이 조직의 가장 큰 ‘병목’이 됩니다. 리더가 모든 사안을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려 들다 보니, 모든 보고와 결재가 그의 책상 앞에서 막히게 됩니다. 리더 본인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일하고 있지만, 정작 조직 전체의 실행 속도는 느려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죠.

둘째, 사람이 크지 않습니다. 리더가 세부 사항까지 다 챙기고 대안까지 직접 제시해 버리면, 구성원은 스스로 고민하고 배울 기회를 빼앗깁니다. 몇 년이 지나도 조직 내에는 리더 한 사람만 판단할 줄 아는 상태가 고착화되고요. 결국 리더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잃고 멈춰 서는 무기력함만 남습니다.

셋째, 아무도 미래를 보지 않습니다. 이게 사실 가장 무서운 대가인데요. 리더의 시선이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메일과 회의에만 박혀 있으면, 조직 전체의 시선도 거기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1년 뒤, 3년 뒤의 시장 변화나 위기 요인을 내다보고 전략을 준비할 사람이 조직 내에 아무도 없게 되는 거죠.

빽빽한 일정대로 움직이고, 온갖 회의를 주재하며, 실무자가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 이것이 리더의 본질적 역할은 아닙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메일이 쌓이고, 누군가 계속 문을 두드린다고 해서 급한 일에만 매몰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미래 전략이나 조직의 체질 개선, 인재 육성 같은 일들은 늘 다음으로 밀리겠죠.

어차피 리더에게 일이 줄어들어서 여유가 생기는 날은 평생 오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의 여백을 만들지 않으면 일정은 잡무와 회의로 채워지기 마련이에요. 이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캘린더에 아예 꿈꿀 시간을 잡아두라고 조언했습니다. 회의 일정을 잡듯 아무 안건 없는 시간을 고정해두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텅 빈 시간을 보는 것이 불편하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조바심이 들 수 있는데요. 그러나 그 불편함이 익숙해질 때면 리더의 시선이 오늘보다 미래를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매일 일에 치이기만 하는 삶은 헌신의 증거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몰라요. 내가 다 챙겨야 안심이라는 조바심은 리더의 시선을 오늘에 잡아 둡니다. 놓을 건 과감히 위임하고 의도적으로 여유를 확보해 조직의 다음 행보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진짜 해야 할 일이겠죠. 지금 당신의 캘린더에는 미래를 꿈꿀 시간이 확보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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