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프로 포커 선수가 알려주는 '진짜 의사결정 고수'의 조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2026-06-26 17:52 조회 8 댓글 0본문
20년간 세계 최정상에서 활약한 프로 포커 선수, 애니 듀크(Annie Duke)를 아시나요?

출처: 위키백과
그녀는 카드판을 떠난 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며 ‘사람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가’를 집요하게 파고든 결정 전문가인데요. 그녀가 짚어낸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인지적 오류가 있습니다. 바로 ‘리절팅(Resulting)’입니다. 결정의 좋고 나쁨을 오직 눈앞의 결과로만 따지는 뇌의 고약한 버릇을 뜻하죠.
그녀는 카드판을 떠난 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며 ‘사람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가’를 집요하게 파고든 결정 전문가인데요. 그녀가 짚어낸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인지적 오류가 있습니다. 바로 ‘리절팅(Resulting)’입니다. 결정의 좋고 나쁨을 오직 눈앞의 결과로만 따지는 뇌의 고약한 버릇을 뜻하죠.
포커판을 보세요. 좋은 패를 들고 확률에 맞게 정석대로 베팅해도, 마지막에 숨겨진 카드 한 장 때문에 허무하게 질 수 있잖아요. 반대로 형편없는 패로 무모하게 올인을 외쳤는데 기가 막힌 운으로 판을 쓸어 담을 때도 있죠. 그러니 단 한 판의 승패만 보고 “그때 베팅하길 잘했다, 무모했다”를 논하는 건 완전히 번지수가 틀렸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결과만 보고 판단합니다. 잘되면 훌륭한 결정, 안되면 틀린 결정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 본능적인 습관이 우리의 판단력을 조용히 망가뜨린다고 합니다.
비즈니스는 ‘체스’가 아니라 ‘포커’?
애니 듀크는 “인생과 비즈니스는 체스가 아니라 포커에 가깝다”고 단언합니다. 체스는 모든 정보가 판 위에 투명하게 드러나 있어 운이 끼어들 틈이 없고, 실력이 곧 결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포커는 다르죠. 상대의 패는 가려져 있고, 마지막 카드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 일도 그렇지 않나요? 아무리 빈틈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완벽한 전략을 짰어도 글로벌 정세가 하루아침에 뒤집히고, 경쟁사가 엉뚱하게 움직이고, 운이 등을 돌리면 참담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잖아요. 거꾸로 허술하기 짝이 없던 판단도 기막힌 호재를 만나 대박으로 빛이 나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 다음인데요. 결과만 보고 채점하면, 조직은 엉뚱한 교훈을 학습하게 됩니다. 우연히 성공한 사람은 ‘아, 대충 감으로 질러도 되는구나’를 몸에 새기며 자만에 빠지고, 정석대로 준비했다가 운이 나빠 실패한 사람은 ‘꼼꼼히 따져봐야 다 헛수고네’라며 애써 만든 좋은 습관을 내다 버립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찍은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고 “다음에도 안 하는 게 정답”이라 할 순 없고, 밤새 공부했는데 하필 안 본 데서 나와 망쳤다고 “공부가 헛수고”라 할 순 없잖아요. 좋은 결과가 나쁜 과정을 정당화하지 못하듯, 나쁜 결과가 좋은 과정을 부정하지도 못합니다.
‘운 나쁜 결정’과 ‘틀린 결정’을 구분하는 눈
물론, 결과가 나쁘면 반드시 뼈아프게 뜯어봐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봐야 할 것은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결정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마땅히 챙겼어야 할 정보와 리스크를 놓쳤다면 그건 분명히 ‘틀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검증과 노력을 다했는데도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어긋났다면, 그건 틀린 결정이 아니라 ‘운이 나쁜 결정’입니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나쁜 운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우리의 판단력과 좋은 시스템까지 싸잡아 쓰레기통에 버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흔들리지않는 판단력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 결과 말고 ‘그때의 판단 기준’을 복기하세요. 일이 끝난 뒤 성공과 실패로만 심플하게 채점하지 마세요.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던 시점에, 우리가 가진 정보 안에서는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는가?” 운 덕분에 우연히 성공한 결정은 다음 판에서 반드시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반대로, 과정이 옳았다면, 결과가 나빴더라도 그 판단은 버리지 말고 품고 가세요.
- “될까, 안 될까”대신 “확률이 몇 퍼센트일까”로 생각하세요. 세상일은 흑과 백이 아니라 대부분 그 사이 어딘가의 회색지대, 즉 ‘확률’입니다. 의사결정을 이분법이 아닌 확률로 바라보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함부로 확신하며 자만하지 않게 되고, 실패해도 “내가 무능해서 망했어”가 아니라 “확률이 그랬군”이라며 차분하게 다음 판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 결정하기 전에 ‘폭망한 미래’를 미리 그려보세요. “이 프로젝트가 반년 뒤 완전히 엎어졌다면, 대체 뭐 때문이었을까?” 결정을 내리기 직전, 의도적으로 실패를 상상해보는 겁니다. 신기하게도 닥치기 전에 실패를 떠올리는 순간, 대박 환상에 가려져 평소엔 보이지 않던 치명적인 리스크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좋은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을 높이는 것’뿐이죠. 그래서 진짜 고수는 한 판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결과라는 운의 장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카드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다음 판을 준비합니다.
그러니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결과 이면의 ‘진짜 과정’을 찬찬히 복기해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면 어떨까요?
* 매주 금요일, IGM 시금치를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