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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착한 사람 증후군’에 빠진 협상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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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5-25 14:00 조회 5,4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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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본질은 ‘이득’을 취하는 것…흥정을 ‘인간성의 훼손’과 연관시키면 안 돼 

협상하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공격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쉽게 물러서는 이들도 있다.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협상 유형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도 그래서 천차만별이다. 어떤 유형의 상대를 만났느냐, 어떻게 협상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협상이 ‘상호작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부드럽고 착한 스타일이다. 이들은 상대와 부딪치는 것이 싫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또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누른다.


상대에게 한두 번 요구해 보다가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 쉽게 양보해 버린다. 차라리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후 스스로를 달랜다.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만한 이유도 없었고 더 이상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이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자기 합리화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식의 협상이 계속해 반복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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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을 부각시켜야 협상에서 이긴다


수도권에 거주 중인 40대 중반의 회사원 A 씨는 평소 남들과 갈등이 생겨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조용한 성격이다. 웬만하면 자신이 한 발 물러선다.


얼마 전 그는 지방 도시로 발령이 났다. 이사를 앞두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아파트는 파란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입주한 지 오래돼 내부 시설이 꽤 낡았다.


만약 공사를 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한 달 정도의 시간도 걸린다. 그가 아파트를 팔려고 마음먹은 가격은 5억원이었다. 주변 시세를 살펴보니 그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잠재 매수자를 만난 그는 일단 5억 원을 요구했다. 매수자는 아파트 내부가 낡아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하다며 4억7000만원을 제시했다.


결과도 그래서 천차만별이다. 어떤 유형의 상대를 만났느냐, 어떻게 협상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협상이 ‘상호작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부드럽고 착한 스타일이다. 이들은 상대와 부딪치는 것이 싫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또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누른다.


조금 실망했지만 그는 단지 내 어느 아파트든지 내부 공사는 필요하며 공사하고 나면 나중에 팔 때 비용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낡은 창호와 칠이 벗겨진 마룻바닥을 트집 잡으며 그 이상 내지 않으려고 했다. A 씨는 주변의 같은 크기의 아파트 시세를 들먹였지만 소용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A 씨의 마음속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승강이하는 것이 피곤해졌다. 남들과 ‘돈’을 놓고 싸우기 싫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양보하기로 했다. 거래는 매수자가 제시한 가격에 마무리됐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오면서 약간 손해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위로했다. ‘아파트를 팔 때는 누구나 조금씩 손해 보는 것이 정상 아니겠냐’고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위 사례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꼈는가. 왜 굳이 그 금액에 거래했는지 그리고 다른 매수자가 나오길 기다릴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물건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상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거래를 끝냈다.


조금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런데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유형의 협상가들이 많다. 상대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면 쉽게 자신의 주장을 접는다.


‘이런저런 단점이 있는데 어떻게 높은 가격을 부르겠어’, ‘상대가 부르는 가격을 보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적정 가격을 내가 어떻게 판단하겠어’라는 식이다. 자신이 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A 씨의 아파트는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낡은 내부 시설 같은 부정적인 면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에 집중했다. 이런 유형의 협상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준비 단계에서 주어진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서 자기 의심이 고개를 들고 더 높은 목표치를 잡는 데 집중하지 못한다. 그 결과 협상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안전한 금액을 찾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대목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모리 타헤리포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저서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Bring Yourself)’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첫째, 확신과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내놓은 물건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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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순서가 결과를 좌우한다


자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먼저 자신이 가진 가치와 강점을 파악한 후 상대방을 설득할 논리를 준비한다. 물론 상대방의 반론을 고려하지만 반론 제기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의 ‘순서’는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 그들의 출발점은 두려움과 나약함이 아니라 자신감과 강한 협상 의식이다.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식한 채 자신의 가치에 의심을 품고 과소평가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제안에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최대한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의 타당성을 객관적인 자료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과 소통하기도 쉽고 자신의 의견을 밀고 나가기도 쉬워진다.


둘째 원인은 거래를 완료하면서 모두가 기분 좋은 상태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만족한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비싸게 팔거나 속여서 파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감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기에는 미묘한 사회적 이유가 작용한다. 그것은 도덕적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때로 상황의 본질을 숨기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방패막이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스스로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기보다 ‘상대방을 속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버리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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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자. “나는 최고의 거래를 하지는 못했지만 흥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거나 바가지 씌우지는 않았어요”, “인간적인 거래를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요”와 같은 말이 무슨 뜻일까. 흥정하는 것이 인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흥정은 인간성의 훼손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욕심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당당하게 제안한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해도 양측이 서로 만족하는 거래가 가능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굳이 재수 없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너무 굽히고 들어갈 필요도 없다.


모리 타헤리포어 교수는 이런 유형을 ‘착한 사람 증후군’이라고 분류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피한다. 그 대신 자신의 감정이나 걱정을 억누른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타인의 기분을 맞춰 주려는 성향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작동한다. 물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 요구에 동의하는데 익숙해져 자신에게 이로운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평소 ‘노’라고 거절하기 힘들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면 좋다.


첫째, 반사적으로 동의하려는 충동을 조심해야 한다. 평소 의욕 넘치고 ‘난 할 수 있어’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일수록 ‘예스’라고 말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협상의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릴 수 있다.


둘째, 한 가지를 ‘예스’하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준다면 자신에게 오는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잠자리가 편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 자리에서 ‘노’라고 하지 못했을까”와 같은 후회도 찾아올 수 있다. 포기하는 그 ‘무언가’는 당신 삶의 행복과 만족에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셋째, ‘예스’를 하는 것이 혹시 비현실적인지 아닌지를 점검해야 한다. 수용하려는 조건이나 내용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세 가지는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기대하며 우리는 ‘무리한’ 약속을 해버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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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512501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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