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리더의 에너지 충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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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5-03 17:55 조회 5,056 댓글 0본문
당신과 어린 아이가 함께 탄 비행기가 지금 비상 착륙한다면 누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할까. 부모가 먼저일까, 어린 아이가 먼저일까. 이륙 전 기내 방송을 유심히 들었던 사람들이면 맞힐 수 있는 질문이다. 바로 '부모가 먼저 써야 한다'가 정답이다. 부모가 먼저 안전해야 위급 상황에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조직에 대입해 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조직 구성원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 일상이 무너져 버리는 상실감, 고용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어서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과연 우리의 걱정과 불안이 모두 사라질까. 많은 전문가들은 더욱 강력한 바이러스의 유행, 디지털 기술적 격차에 따른 양극화 심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세계적 경기 침체 공포 등과 같은 또 다른 위기가 계속 닥쳐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조직과 구성원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의 심신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한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의 원인
스포츠 심리학자인 짐 로허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장기간 꾸준히 내는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을 컨설팅하면서 경험한 비법을 기업의 최고 리더들에게 적용해 왔다.
그와 연구진은 엄청난 성과 압박 속에서 장시간 일하는 리더들이 번아웃되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모(스트레스)와 에너지 갱신(회복) 과정의 의식적 반복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또 비즈니스에서의 최고 성과는 개인의 지적 능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서적·정신적·영적 영역이 모두 조화롭게 작동될 때 달성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접근 방법을 통해 비즈니스 리더들의 업무 성과가 극적으로 향상되고 건강과 행복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에너지 레벨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리더들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수면이 중요하다.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이른바 '라떼 시대'의 격언이다. 현재도 성공한 삶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를 비롯해 펩시콜라의 전 최고경영자(CEO) 인두라 누이,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등 성공한 기업인들은 수면 시간이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우리는 어떻게든 잠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최근 만난 한 기업 CEO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면 시간 4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하루 4시간 정도만 자고도 활력이 넘치게 일할 수 있는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들은 사실 유전적인 요소가 많다고 한다. 만약 선천적인 쇼트 슬리퍼가 아닌 사람들이 일부러 잠을 줄이거나 잘 시간이 부족해 혹은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어떻게 될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신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루 4~5시간밖에 자지 못하면 신체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이다. 조직의 최고 리더가 이 상태에서 온전히 업무를 과연 볼 수 있을까. 수면 과학자들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적합한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8시간 수면이 나의 경쟁력을 만들어 주기에 잠자는 시간을 우선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잠자고 싶어도 여러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리더들이다. 글로벌 리더십 기관인 '창조적 리더십 센터(CCL :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서 384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25%는 1주일에 며칠은 업무 걱정에 잠을 못 잔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처방은 취침 전 '워크 프리(work free) 시간' 갖기다. 잠자기 전 최소 한두 시간은 명상, 가벼운 목욕,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거리 두기 등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써야 한다.
다음은 '화(분노)'라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화는 리더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갉아먹는다. 많은 CEO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많이 느꼈을 감정일 것이다. 화가 심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15의 법칙'으로 화를 다스려라
스트레스 호르몬(아드레날린·코르티솔)이 과잉 방출되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응고 물질이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늘 드라마속의 회장님들은 버럭 화를 내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또 대뇌의 기억 저장 장치인 해마 등의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력 등의 인지 기능 또한 저하된다. 그렇다면 리더의 분노가 조직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CEO가 사소한 일로 직원들을 불같이 질책하면 '감정 합선'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전기 합선'이 전자 기기를 망가뜨리고 심하면 화재를 일으키듯이 직원에게 상처를 입히고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부정적 감정은 긍정적 감정 전파 속도의 15배가 된다. 대부분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한 사람에게 전이된다.
부부싸움을 한 후 아이한테 화풀이하면 아이는 인형이나 반려견에게 화풀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사에게 욕먹어 가며 거칠게 훈련받은 사람이 관리자가 됐을 때 감정 조절 나사가 쉽게 풀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불쑥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이럴 땐 '15의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한 실험에서 운전자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줬더니 심장 박동과 스트레스지수가 빠르게 올라갔는데 약 15초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화가 났을 때 평소보다 긴 심호흡을 15번 정도 하는 것이 화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잠시 15초간 눈을 감고 화나게 하는 대상과 멀어지게 하는 방법과 밖으로 나가 15분 정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천천히 '참을 인(忍)'자 세 번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초 즈음이지 않을까 싶다.
주의 집중력도 중요하다. 인지과학계의 거장 대니얼 레비틴의 저서 '정리하는 뇌'에서는 우리 뇌의 '몽상 모드'와 '중앙 관리자 모드'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몽상 모드는 뇌가 아무 생각 없이 휴식하는 상태다. 반면 중앙 관리자 모드는 어떤 일에 완전히 집중하는 상태를 뜻한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발휘되는 모드다. 한 모드가 활성화되면 다른 모드는 작동되지 않고 이 두 모드 사이에서 주의 스위치가 신경 자원과 대사 자원을 할당한다. 또 주의 필터가 머리에서 떠도는 여러 정보 중에서 지금 필요한 중요한 정보만 통과시키며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중앙 관리자 모드로 스위치를 바꿔도 주의 필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필요 없는 정보들이 계속 새나오면서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리더들이 위기 상황 시 빠르고 적합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주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몽상 모드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말 그대로 머리를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불멍(모닥불을 쳐다보며 멍때리기)' 또는 '물멍(물을 쳐다보며 멍때리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예다.
명상을 훈련해도 좋다.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편도체와 같은 뇌 영역이 덜 활성화되고 감정을 조절하기 쉽게 되면서 주의력이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살펴볼 부분은 타인과의 관계다. 많은 리더들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이 불안할수록 자기 의견을 숨김없이 말해 줄 타인이 필요하다. 힘들 상황일수록 가족이나 친구들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필자가 상담한 모 CEO는 그동안 일 때문에 신경을 못 썼던 딸과 배우자와 하루 30분의 대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명상도 효과적인데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깊어지면 타인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자비와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어려운 시대에 구성원들과 함께 성과를 내야 하는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불확실성과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에너지 충전을 위해 신체적·감정적·정신적·영적 부분에서 당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IGM 세계경영연구원 임주영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