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뉴노멀 시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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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4-06 15:01 조회 5,712 댓글 0본문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가치투자를 지향하고 전 세계 투자회사들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로 대표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와 지속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으로 꼽으며, 사회적 책임 경영은 미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성공적 기업들의 사례와 사회 책임 경영을 위한 리더의 역할을 알아보자.
지금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1962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 “대기업과 국가적 책임”이라는 글을 재 개제했다. 그는 미국의 대기업과 경영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에 더해 국가정책의 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자율적인 기관이지만 행위, 관행, 영향력 측면에서는 공동체의 자산이자 ‘공적’ 존재이기에 이익 추구와 경제적 역할을 넘어 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울림을 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지난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리셋’을 제시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주주자본주의와 달리 근로자, 고객,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공존을 목표로 한다. 즉, 기업의 존재목적을 주주의 이익에서 더 큰 사회적 역할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는 기업이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그 지배구조가 건전해야 한다는 ESG경영(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필립 코틀러Phillip Kotler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존경받는 일류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한다”라며,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발표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1 이에 더해 전 세계 2,300여 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투자를 결정할 때 ESG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2 실제로 글로벌 ESG 투자 자산규모는 2012년 13조 2,000억 달러 에서 2018년 30조 7,000억 달러로 늘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40조 5,000억 달러로 급증했다.3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30%에 달하는 MZ세대의 특성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MZ 세대는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며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의 조사 결과, MZ 세대의 52%가 ‘친환경 등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한다’고 밝혔고, 89%가 ‘사회 환경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MZ 세대의 무려 92%가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그 회사에서 일할지 결정하겠다’고 답했다.4 미래의 주류 세력인 MZ 세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과 영세 사업자에게 유난히 가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비 및 생산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기업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글로벌 PR컨설팅사 플레시먼힐러드FleishmanHillard가 전 세계 8,817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으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이 소비자의 인식, 기업 브랜드와 성과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코로나19 위기는 기업이 단기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요구도 고려해야 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면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니다.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5
< 참고자료 >
1. 동아일보, “ESG 경영 펼치는 착한 기업에 고객·투자자 몰린다”, 2020.08.31
2. 아주경제, “미래 경영 체력, ESG에서 나온다”, 2021.01.20
3. 조선일보, “대세가 된 ESG투자…모르면 돈 못법니다” 2020.09.20
4. ESG경제, “MZ세대가 ESG 가치에 뜨겁게 호응하는 이유”, 2021.01.05
5. The PR News, “팬데믹 속 소비자들 ‘사회 문제 해결 위한 기업의 행동 기대’”, 2020.07.31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는 기업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헌활동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먼저,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재단을 설립해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록펠러 재단, 카네기 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내 사회 공헌 전담 부서를 두고 임직원 봉사활동을 추진 하거나 회사의 인프라를 공유하고, 공익 연계 마케팅을 통해 모금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방식은 기업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나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을 기업 활동의 목표로 한다.1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확대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초 김범수 카카오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김의장은 2018년 카카오의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를 설립하고, 교통 약자의 이동 문제나 장애 아동의 교육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또한 미래 세대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업가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 한국 재단’에도 기부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해진 빈부 격차, 교육, 소외,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 전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발표에 앞서 그는 “앞으로 카카오는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며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2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SK, 삼성 등 대기업들도 사회적 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코로나19 직후 손 소독제, 마스크 등 의료 용품을 자가 격리자와 취약계층에 기부했으며, 인력개발 연수원을 생활 치료센터로 제공하기도 했다. SK, LG, 한화 역시 직원 연수원과 기숙사를 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1조 원 대 자금을 투입해 협력사들을 지원했으며, 매출 손실을 겪고 있는 가맹점의 가맹금을 감면 하는 상생경영을 실천하기도 했다. SK텔레콤도 네트워크 협력사 등 비즈니스 파트너를 위해 1,130억 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마련했으며, LG는 협력사들에게 각종 컨설팅과 무이자 자금 등을 지원했다.3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비대면 컨설팅, 교육 지원과 라이브커머스 툴 기술을 제공해 왔다.4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은 이미 세계적 트렌드가 되었다. 활동 분야 역시 성장과 고용, 소득 불평등, 기후와 환경, 성별과 인종의 다양성,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 애플 CEO, 팀쿡은 올해 초 “흑인 대학과 협력해 전국에 학습 허브 100여 곳을 설립하는 등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약 1,098억 원을 투자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1년부터 친환경 활동, 다양성 증진 등 ESG 관련 성과를 반영해 경영진 보너스를 책정하기로 했다. 구글은 ‘탄소 제로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약 5조 4900억원을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 소비와 재활용 생수를 확대하기 위한 ‘워터 포지티브’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으며,5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6
Tech for Good –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힘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IT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으로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의 발전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한다는 ‘AI for Goo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I for Good’ 프로젝트는 지구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지구환경을 위한 AIAI for Earth’,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와 질병을 분석하고 예방하는 ‘인류의 건강을 위한 AIAI for Health’,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장애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접근성을 위한 AIAI for Accessibility’, 재난, 난민, 여성과 아동, 인권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한 AIAI for Humanitarian Action’, 문화유산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문화유산을 위한 AIAI for Cultural Heritage’의 5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금전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의 사용권과 AI 교육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6 또한 AI 해커톤Hackathon을 개최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AI 포 굿’에 참여해 지구환경 보호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자선단체 Google.org를 설립해 친환경 에너지, 건강과 보건, 정보기술의 접근성 등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투자하고 있으며, 매년 회사 이익의 1%를 Google.org에 기부해 왔다. 그 일환으로 ‘공익을 위한 인공지능AI for Social Good’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구글 AI 임팩트 챌린지Google Impact Challenge’를 통해 AI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했다. 구글은 왓타임Watt Time이라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전 세계 열병합 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지자체에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7 또한 Google.org는 기술 교육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데, 베트남 농촌 지역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50만 명에게 교육을 제공했고,8 우리 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캠퍼스’ 프로 그램을 진행하고 있다.9
최근에는 단순히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 벤처 창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미국 포오션4Ocean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팔찌를 판매하는 소셜 벤처다. 포오션은 팔찌를 판 수익으로 바다를 뒤덮고 있는 600만 파운드의 쓰레기를 청소했다. 국내 소셜벤처 닷Dot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다.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소외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크YOLK는 비전력 지역 아프리카 학교에 태양광 충전기 솔러 카우Solar Cow를 설치해 아이들의 학교 참석률을 높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대가로 전기를 나눠주는 방식이다.10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대/중소/벤처기업의 협업 생태계 구축
사회적 문제 해결이 필요한 분야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며, 이들 간 기술에 대한 이해나 지식수준, 자원에 대한 접근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다. 환경문제만 해도 기업, 시민단체, 환경 관련 정부부처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때문에 기업이 독자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생태계란 상호작용하는 조직이나 개인들에 기반을 둔 경제 공동체를 말하는데, 주체 간의 상생과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대기업이 먼저 생태계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소셜 벤처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H-온드림 사회적 기업 창업 오디션’과 ‘LG 소셜펠로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작은 벤처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프라 자원들, 예컨대 네트워크, 데이터, 솔루션, 시스템 등에 대한 플랫폼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석유회사 브라스켐Braskem은 소셜벤처 올버즈Allbrids가 친환경 신발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올버즈의 친환경 신발이 진정한 친환경 신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탕수수로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공유한 것이다.11 국내에서는 최근 SK텔레콤이 한국어 GPT-2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2 모델을 오픈 소스로 깃허브에 공개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모인다면 궁극적으로 테크포굿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를 설득 해 보조금, 탄소 가격제, 규제 등 다양한 방법과 인센티브를 도입한다면 사회적 이익과 기업의 이윤을 결합시키고, 더 많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NGO, 시민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니레버는 비누를 만들 때 사용되는 팜오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소싱하기 위해 세계자연기금, 열대림동맹 등 NGO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팜오일 인증 기준을 만들고, 작은 농가의 생산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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