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소통법, ‘원온원 미팅’의 성공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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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6-26 09:51 조회 2,212 댓글 0본문
매일 만보기를 차고 회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1만 보를 걷는 리더가 있다. 망해 가던 캠벨 수프를 회생시킨 전설적인 인물, 더글러스 코넌트 전 캠벨 수프 최고경영자(CEO)다. 보통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1만 보를 걷지만 코넌트 CEO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걷는다고 한다.
복도나 식당, 회의실 등에서 구성원들과 마주칠 때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까요”,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직원들의 상황을 살폈다고 한다. 일명 ‘걷기 경영(managing by wandering around)’을 실천한 코넌트 CEO는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그들의 삶을 돌보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코넌트 CEO처럼 오다가다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글·메타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리더들은 ‘원온원 미팅(one-on-one meeting)’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원온원 미팅 방식을 벤치마킹해 도입하고 있다. 원온원 미팅은 리더가 구성원의 상황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별도의 원온원 미팅을 챙기는 것이 바쁜 리더의 시간을 뺏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원온원 미팅은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모든 리더가 투자해야 하는 필수 활동”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리더와 미팅한 구성원들은 약 3배 더 높은 몰입도를 보인다고 한다. 높은 몰입도는 생산성과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과 관리 프레임워크인 ‘OKR’의 창시자로 알려진 앤드루 그로브 전 인텔 CEO는 “한 번의 원온원 미팅으로 구성원 업무의 질을 2주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온원 미팅은 모든 리더가 투자해야 하는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시간, 원온원 미팅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온원 미팅을 실행할 때 리더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T.P.O’로 정리해 보자. 여기서 T.P.O는 원온원 미팅에 적합한 시간(Time)과 장소(Place) 그리고 원온원 미팅의 목적(Objective)을 말한다. 첫째, 시간(Time)이다. 원온원 미팅은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을 기본으로 하며 회당 30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번이 많다고 서로 동의하면 격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리더는 업무가 익숙한 시니어 직원보다 신입이나 성과가 낮은 구성원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시니어 직원이더라도 어려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 업무의 세부 사항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을 늘려야 한다.
참고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셰릴 샌드버그 메타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격주로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기적인 원온원 미팅은 리더와 구성원들이 계속 정보와 피드백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 가는 데 도움이 된다. 샌드버그 전 COO는 원온원 미팅을 통해 자신과 상사가 “같은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장소(Place)다. 원온원 미팅은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업무 모드를 끊고 진솔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원온원 미팅을 실천하는 많은 리더들은 회사 근처에 대화하기 좋은 카페를 미리 알아봐 둔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즐겼던 산책 미팅도 좋은 방법이다. 잡스 창업자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산책했다고 한다. 걸으면서 얘기하면 다른 방식의 회의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간다고 한다.
만일 사무실 밖에서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방음이 잘 되는 회의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셋째는 목적(Objective)이다. 원온원 미팅의 목적은 구성원의 상황과 관심사를 파악함으로써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원온원 미팅의 초점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성원이 지난달 또는 지난주에 무엇을 했는지 점검하기보다 업무 수행의 어려움, 커리어패스, 장·단기 목표 등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
원온원 미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리더는 구성원의 개인적인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사생활을 캐물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리더가 구성원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리더는 각 구성원에게 맞춤화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리더는 회사나 업무와 관련 없는 주제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을 구성원에게 미리 알려 대화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인 벤 호로위츠는 원온원 미팅은 “보고서나 이메일로 논의하기 어려운 모든 긴급한 문제, 아이디어, 지속적인 어려움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리더는 원온원 미팅 내용을 간결하게 메모해 히스토리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이전 원온원의 미팅 내용과 연결해 대화가 점차 깊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메모하지 않으면 여러 구성원들과의 대화가 뒤죽박죽 섞이거나 구성원이 이야기한 내용을 잊어버릴 수 있다.
지금까지 원온원 미팅 시 리더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런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 자체가 잘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일단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과 대화할 때 듣기보다는 계속해 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리더 자신의 위치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바를 구성원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원온원 미팅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미팅이 아니라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 시간이 되게 하려면 리더는 의식적으로 입보다 귀를 열어야 한다. 원온원 미팅을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구성원들의 말에 귀 기울임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랩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