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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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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4-05 10:12 조회 1,77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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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춰 수시로 변하는유연한 리더십갖춰야

요즘 세대는 상하 관계가 엄격한 조직을 싫어한다. 상사가 권력을 틀어쥐고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수평적인 관계를 원한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구성원과의 합의를 중시하고 파트너로서 동등한 관계를 가진 조직 문화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들이 권위적인 리더십을 원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리더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호한 느낌도 든다. 조금 깊이 들어가 보자. 경영자 코치이자 하버드 메디컬스쿨 심리학과의 제프리 헐 박사의 조사 결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70%는 파트너적인 동등한 관계를 원하고 있지만 동시에 보스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한 멘토,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보스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은 무엇일까. 조금 과장되게 얘기해 보겠다. 구성원들을 밀어붙이는 리더가 있다. 반면 구성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리더가 있다. 어느 쪽이 최고의 리더십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눈치챘는가. 결론부터 말해 보자.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유능한 리더는 필요에 따라 한쪽 모드에서 다른 모드로 전환하기도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제프리 헐 박사는 수년간 상반된 리더상을 두고 고민한 결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아스트라제네카·마이크로소프트·픽사 등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살펴보니 유능한 리더는 상황에 맞춰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롭게 혁신하는 문화 갖추려면

 

40대 후반의 어느 권역외상센터장의 얘기를 해보자. 권역외상센터는 365 24시간 교통사고·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응급 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곳이다.


그는 외과·마취과·통증의학과를 통합 관리한다. 그의 하루는 대개 새벽 5 30분에 시작된다. 커피 한잔을 한 모금 털어 넣고 수술실에 들어간다. 그가 메스를 잡고 신호를 내리자 환자의 피가 분수처럼 훅하고 뿜어 나왔다. 사람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장을 보는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팀워크와 협업, 전문성과 능력이다. 연주 지휘자는 자신이지만 이 공연에 간호사도, 마취과 의사도, 장비 기술자도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연주자가 없다.


3시간 동안 두 건의 수술이 끝났다. 그는 회의실로 곧장 가지 않는다. 산부인과 병동 복도를 거쳐 간다. 유리창을 들여다보면서 새로 태어난 생명의 기적을 잠깐이라도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면 수술실에서의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진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유머 감각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무실로 돌아와 겉에 입은 수술복과마음의 수술복을 모두 벗고 넥타이를 멘다. 회의실에는 동료 의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센터 운용 정산표를 들여다보고 예산을 논의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수술실의 위계질서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제기될 때도 그는 겸손한 자세로 경청했다. 수술실의 공연은 회의실의 합주로 바뀌었고 그는 합주단의 일원이 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후배 의사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 지 얼마 안 된 내과의사와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자리다. 전문의는 심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실력에 대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후배의 고충을 진지하게 들은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꼭 필요한 조언 몇 마디를 해줬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변신한다. 권위 있는 의사에서 일개 팀원으로, 후배를 위한 코치로, 환자 가족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으로 말이다. 여러 역할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다른 사례를 보자. 수없이 들었겠지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2014년 취임 이후 회사는 상당한 성장과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 출신인 그는 포용성과 다양성의 문화를 강조해 왔다.


직원들이 협력적으로 일하고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키워 왔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결정적인 경영 전략을 구현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유연한 리더십 효과가 크다. 사실상 스티브 발머 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마디로 천재 집단이었다. 누가 더 똑똑한지, 더 많이 알고 있는지 경쟁하는 문화였다.



조직이 경직되면 쇠퇴하기 쉽다


분명히 조직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문화였다. 직원들은 자신의 노하우와 기술을 공유하지 않았다. 나델라는 조직 문화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지위의 고하를 떠나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배우게 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조직은 협력적인 환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거대한 조직을 이끌고 가야 하는 그에겐 강한 리더십이 동시에 필요하다.


명확한 기대치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직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스스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시장은 급변하고 고객의 니즈는 수시로 바뀐다. 조직이 경직된다면 쇠퇴하게 쉽다. 민첩하고 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균형 잡힌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식 부족 때문이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모호해 우왕좌왕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연한 리더십의 이점을 알지 못하거나 어떻게 행사하는 것인지 방법을 인식하지 못해서다. 또 다른 원인은 성과에 대한 압력이다.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업무 진행 속도가 디뎌지면 마음 급한 리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


결과를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스타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성향이다. 경쟁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협력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있다. 경쟁적인 리더는 지시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협력적인 리더는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을 선호할 수 있다.


요즘 시대의 성공적인 리더십 비결은 한마디로 언제 나서고 언제 물러나야 할지를 아는 것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리더십 모드를 리더가 파악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시그널을 보내는 방법을 아는 데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야구팀의 위대한 감독 토미 라소다는 이렇게 말했다.


관리(managing)란 손에 비둘기를 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세게 쥐면 죽고 너무 느슨하게 쥐면 날아갑니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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