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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 구호 메아리가 되는 것을 막는 리더의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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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3-02 17:04 조회 5,0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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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번 깜짝했는데 2월 중순이다. 올해의 출발이 예상보다 조금 미진하더라도 설날을 맞으며 심기일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때로는 현명한 일이다.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의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변화'와 '혁신'이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과 조직의 새해 다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이는 기업과 조직의 환경 변화가 극심한 탓이라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여전히 기대하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한국무역협회에서 발간한 '한국 서비스업의 연구개발(R&D) 현황과 수출 경쟁력 진단'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3500개 기업 중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혁신에 성공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10% 미만에 불과했다. 리더들이 매년 신년사에서도 강조하고 있고, 현장에서 구성원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변화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대 이하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직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것은 한 두 사람의 역할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조직 전 구성원의 힘이 결집해야 가능해진다. 구성원이 위기감을 느끼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을 수행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변화 관리의 스승인 미국 작가 존 코터(John Kotter)도 조직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을 강조한다. 그는 변화 관리에 실패하는 기업 중에서 50% 정도는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해 결과적으로 실천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구성원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인식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의 수행은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구성원이 인식하는 리더의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소통하려 한다. 이러한 행동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도 여겨진다. 미국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도 열번 이상 얘기한 것이 아니면 한 번도 얘기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하면서, 한 가지를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수백 번은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경영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구성원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수백 번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과연 구성원은 리더가 의도한 바대로 생각하고 움직일까?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속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해외 학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하나는 효율성(effectiveness) 관점으로, 커뮤니케이션 수행자가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원, 관계 등을 활용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는 리더의 개인적 역량과 관련이 있다. 다른 하나는 적절성(appropriateness) 관점으로, 커뮤니케이션 수행자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또는 대인 관계적인 기대를 얼마나 잘 설명하고 충족하는지에 대한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사실 커뮤니케이션 상대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리더가 똑같은 얘기를 해도 듣는 상황과 구성원의 기대 수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메시지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 '긍정심리자본' 확충 위한 높은 수준 관계 만들어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적절성 관점이다. 리더가 어떠한 내용으로 어떠한 방법을 활용해서 말할 것인가도 물론 중요한 부분이고,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구성원에게 내 의도대로 들릴 것인지, 어떻게 인식될 것인지는 더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해야 하는 대목이다. 내가 뭔가를 아무리 강조하고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주장하더라도 구성원에게는 공염불로 들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염원하는 리더라면 깊게 고려해야 할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한다. 필자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구성원의 변화에 적응하는 다양한 노력과의 구조적인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 대상은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과 이에 준하는 은행, 대기업의 사무직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실증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구성원의 인식이나 행동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구성원에게 '변화'와 '혁신'을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하더라도 실제적인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열심히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것은 부질없는 짓을 한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실망할 일은 아니다. 필자의 연구에서는 구성원이 변화에 적응하려는 다양한 노력에 '긍정심리자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심리자본은 자기 효능감, 희망, 복원력, 낙관주의로 구성된 개인의 복합적인 긍정적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긍정심리자본은 리더와 구성원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계를 형성할 때 더욱 확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신뢰와 존중이 있고, 구성원이 리더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경험하면 긍정심리자본은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구성원의 긍정심리자본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정리하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구성원의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을 미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리더는 우선적으로 구성원과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구성원의 긍정심리자본이 확충될 때 비로소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구성원의 노력이 유발된다는 점이다.

올 한 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리더라면 이를 구성원에게 주장하고 외치기 전에 구성원과는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그래서 구성원의 심리 상태는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 얘기가 허공을 떠도는 메아리에 불과할 수 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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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 세계경영연구원 강성호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page=1&t_num=1361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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