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빨라지는 로봇 자동화,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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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4-12 16:52 조회 2,352 댓글 0본문
중간층 일자리 사라지는 양극화 현상 심화될 것…‘기술과의 협업’ 필요
요즘 대학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학과는 어디일까. 바로 컴퓨터공학과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컴공과 졸업생들은 취업 걱정을 하지 않고 회사를 골라 갈 수 있다고 한다. 조직과 구성원들도 코딩·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들을 ‘열공’하며 경력 개발과 유지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대해 필자는 지난번 ‘스킬 갭을 줄이는 방법’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구체적인 과목의 학습 이전에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는 것도 중요할 터, 오늘은 현재 일을 둘러싼 몇 가지 변화를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디지털 중심으로 재설계되는 일자리들
우선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모든 일자리가 재설계되고 있다. 산업시대는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일(job)’을 표준화되고 전문화된 여러 과업(task)들의 통합된 형태라고 정의하고 이는 제조 공장뿐만 아니라 인사·법무·영업 사원·마케터 같은 폭넓은 범위의 사무직·지식 노동자의 업무에도 적용돼 왔다. 바로 이 부분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한 변화에 취약한 부분일 수 있다. 법률사무소는 정보 찾기를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일상적인 과업을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뉴스 웹사이트는 AI를 이용해 기사 작성을 시작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직관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전문가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세금 신고를 완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제조업 현장에서도 자동화와 로봇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5년까지 로봇으로 대체해 감소하는 노동 비용 수준을 국가별로 예측, 비교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33%로 조사됐다. 앞으로 조직은 성과 향상을 위해 비용 대비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과업’의 자동화 혹은 대체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업무 자동화가 가능한 세부 과업 파악부터 기술(기계)-인간 협업을 향상시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근본적인 재설계까지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노동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실적 압박 등에 따라 정규 고용의 고정 인건비를 수요의 갑작스러운 증가가 있을 때만 발생하는 변동 인건비로 바꾸고 싶어한다. 명실상부한 조직의 핵심이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업무 유연성,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업무를 스스로 하는 자율성을 중시한다. 더 빠른 성장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단일 고용주를 통한 경력 추구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업무 형태를 추구하기도 한다. 또한 낮은 출산율과 수명 증가에 따라 많은 경제권, 특히 선진국들과 아시아의 노동력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고령 노동자들은 재정적 혹은 지속적인 활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은퇴 시기를 넘어 그들의 경력을 연장하고 있다. 동시에 신흥 경제권은 점점 더 많은 젊은 노동자들을 글로벌 노동력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설사 정규직 유무에 관계없이 생산적인 일을 찾고 싶어한다.
이러한 다양한 욕구들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개별 노동자들이 단기 과업 혹은 프로젝트 일자리에 응찰하는 고용 형태인 긱 경제(gig economy)의 급격한 성장을 가져 왔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05~2015년 순증가한 일자리의 94%가 대안적 일자리에 속하는 독립적인 계약자나 프리랜서의 일이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는 인재가 어디에 있느냐에 관계 없이 고용주와 개인들의 연결·결합·활용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더해 유연근무·원격근무 형태가 모든 조직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오토매틱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600여 명의 직원들이 전부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통적인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는 전체 직원의 30%를 회사 밖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애자일 워킹(Agile Working)’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업무 목표만 달성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일해도 좋다는 취지이고 이를 통해 조직과 개인 모두 공간과 시간 비용을 절감했다. 탄력적인 노동 시간과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경력 개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조직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투입된 노력과 시간(input)보다 결과(output)를 강조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수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코웬 교수는 미래에 기계지능이 ‘모든’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대체할 것이고 기계 혁명에 적응하는 사람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1% 대 99%로 나뉘는 극단적 양극화가 아니라 ‘평균’으로 대변되는 중간층(평범한 능력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것도 분명히 존재
그렇다면 이 중간층에 속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할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미래에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업 중 하나는 회계사다. 실제 유엔이 발표한 ‘유엔 미래 보고서 2045’에는 세무사·회계사·재무설계사가 없어질 직업이라고 언급돼 있다.
하지만 한국고용정보원이 AI·로봇 전문가 21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 1위로 회계사(22.1%)가 뽑히기도 했다. ‘단순 회계 업무는 AI 로봇이 처리할 수 있지만 상황에 맞게 복잡한 재무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계사 본연의 업무를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단순 관리 업무를 하는 전통적인 관리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C레벨이라고 하는 최고 임원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힘들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우리의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생각해 보자. 먼저 일을 직업(job)이 아닌 직무(task)별로 가능한 한 자세히 분석해 보고 그중 쉽게 디지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직무와 대체하기 힘든 부분으로 나눠 봐야 한다. 그리고 대체 가능한 직무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과감히 적용해 효율을 높여야 하고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감성적 역량이 필요한 업무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조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텔레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갑작스러운 업무 폭주에 대비해 고객센터에 전화 영업 로봇을 시범 운영했다. 그 결과 임시 인력 고용 없이 오토메이션봇만으로 약 70%의 서비스 문의와 결제 처리에 성공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성공 경험을 계기로 ‘1인 1로봇’을 선언하며 로봇 자동화(RPA) 교육을 전사에서 진행했다.
당시 2만3000명의 전 직원이 고부가 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RPA에 대해 전혀 모르던 한 교육개발부의 한 임원은 4일간 사내 봇 메이커 훈련을 받은 후 385번 클릭해야 하는 일을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내주는 ‘발봇(Valbot)’을 직접 개발했다. 55개 부서에 필요한 교육·개발 예산서를 작성하고 전달하는 하루 4시간 반씩 2주가 걸렸던 직무를 자동화한 것이다. 이제 그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고유 업무와 직원들의 코칭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필자의 아이는 다분히 문과적 소양을 보이고 있다. 그에게 미래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 부모로서 어떠한 준비를 시켜야 할지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생각해 봤다. 결론은 굳이 컴공과를 가지 않아도 기술과의 협업 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