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똑똑한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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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3-07 18:57 조회 4,223 댓글 0본문
한계에 부딪친 과거의 성공 방정식…기계적 협력 넘어 혁신과 다양성에 기반한 협업 추구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변해 왔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과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인 분업화, 탁월한 인재 한 명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성공 스토리가 많았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좌충우돌하는 현재는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협업과 시너지가 성장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협업과 시너지가 미래의 성장 방식의 핵심 키워드인 이유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명확한 것은 사회의 변화와 기업의 업무 환경이 고도화·세분화·전문화되면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협업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고 있다. 이런 협업 성공 사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집단 천재성’ 통한 협업의 가치와 효과
창의성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린다 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집단 천재성(collective genius)’을 통해 협업의 가치와 효과를 제시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더 많고 그 핵심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인지 다양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아폴로 신드롬’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해 뛰어난 인재들로만 구성된 집단의 성과와 효과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효과 모두 다양성을 기초로 한 협업의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모두가 중요시하고 필요로 하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좋은 취지와 의지를 갖고 협업에 참여하고 실천하지만 성과는커녕 좋지 않은 경험과 상처만 남기고 조직의 깊은 사일로의 함정에 빠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왜 잘 안 되는 것일까. 협업과 시너지를 위한 교육과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기업의 리더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상황과 배경에 따라 정말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내용을 몇 가지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계적인 협업을 하는 경우다. 말 그대로 협업 자체를 위한 협업을 할 때 방어적인 협업의 형태가 나온다.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의무 방어전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협업하면 당연히 창의적인 협업이 이뤄질 리 없다.
또 다른 경우는 심리적인 이유다. ‘나만 더 고생하고 주기만 해야 해’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는 호기심과 도전이 교감하는 협업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어느 조직에도 한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관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은 협업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없을 때 발생한다.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협업 과정에서의 이슈를 정리해 줄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동상이몽을 하는 경우도 협업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협업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이 협업을 통해 얻게 되는 가치·경험·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협업은 일어나지 않는다.
경영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최근의 사회 흐름과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는 이상적이거나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나라를 구하는 상황이나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대의명분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을 경우다.
마지막으로 현장의 솔직한 이야기도 있다. 그 사람이 싫어서 협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올바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협업을 그렇게 강조하는 데도 왜 잘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면 안 되는 이유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주도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제 조건은 조직원들에 대한 리더의 신뢰
잘 체계화된 분업과 물리적인 협력을 넘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똑똑한 협업’을 원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는 꼭 챙겨 보자.
첫째, 시너지 협업의 본질적인 정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흔히 물리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이라고 비유하곤 한다. 협업은 그중에서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기존의 것을 더 잘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협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고 이때 잘 구조화된 분업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잘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협업은 이런 더하기의 형태가 아니라 곱하기의 시너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효율성보다 효과성이 더 중요한 작업이고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도전과 고민을 함께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에 가깝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슈에 따라 협력과 협업을 잘 디자인해야 한다. 리더의 중요한 리더십 역량 중 하나다.
둘째, 협업은 조직의 성장과 함께 협업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협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전적인 마인드와 성취감이 생기고 개개인의 전문성이 강화되거나 확장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케어하고 조력해야 한다.
성장감·성취감·기여감 그리고 얼마나 업무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답을 리더와 조직이 주지 못한다면 주도적인 몰입과 협업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협업의 목적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을 지원하고 역량과 스킬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간혹 리더들이 놓치는 것은 협업의 기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구성원들이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협업의 신뢰 함수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얘기한 부분이지만 앞으로의 협업과 시너지는 조직 내·외부의 다양성이 어떻게 연결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가 중요하다.
다양성이라는 말 자체가 제삼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단어다.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갈등과 이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신뢰다. 협업과 시너지를 위해 구성원과 조직 간 신뢰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협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기회비용과 협업비용을 줄이고 매끄럽고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한다. 리더십도 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협업과 협력 그리고 이 밖에도 비슷한 단어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헷갈려 한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이슈와 상황에 따라 협력과 협업을 잘 진행해야 한다. 똑똑한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기업의 성장 방식의 핵심이 되고 있다.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우리의 생활과 일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기획하기 위한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오너십이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 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2092726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