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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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3-04 10:24 조회 3,255 댓글 0본문
‘좋은 영감’을 끌어내는 질문은 따로 있다…육하원칙, 니즈 파악 질문 등 적재적소 활용
이런저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샤워를 하다가 우연히 영감이 떠오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샤워를 하면 아이디어가 샘솟을까. 아쉽지만 아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유레카’ 순간을 맞이하려면 사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 저술가인 스티브 존슨은 이를 ‘인큐베이터 순간(incubator period)’이라고 했다.
이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깊이는 달라진다. 좋은 질문은 문제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하고 문제를 재정의한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 가정에 찬물을 끼얹으며 고정된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촉진한다.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문제 해결 방법과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질문 도구를 소개한다.
먼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문제 해결의 시작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복잡한 것을 싫어해 정보를 단순화해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신속하게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류를 범하기 쉽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런 경향을 가리켜 ‘WYSIATI(What You See Is All There Is의 약어)’라고 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다’로, 보이는 정보에만 의존해 복잡한 상황을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전 6단계 질문을 통해 상황을 꼼꼼히 파악한다. 첫째 단계는 이 방법이 최선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둘째 단계에서 결정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셋째 단계에서 모은 정보에 기반해 결정을 내린다.
이어 넷째 단계에서 그 결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는지 검증한다. 다섯째 단계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예컨대 왜 이전에는 이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째 단계는 결정이 틀렸다고 입증할 증거가 없어도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다. 이 6단계 질문은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만 찾지 않고 의식적으로 반대 관점을 고려하도록 만든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육하원칙 질문’을 던져 보자. 초등학교에서 배운 육하원칙이 너무 간단해 보이는가. ‘단순한 사고의 힘 5W1H’의 저자 와타나베 고타로는 누구나 아는 육하원칙이 시야를 넓혀 주고 누락을 방지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무엇이 잘못됐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겼지’, ‘누가 어떻게 했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문제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문제 해결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의 저자 사이먼 시넥은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목적을 잘못 파악하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처럼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혼란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넘겨짚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과거 우주 개발로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던 시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개발하는 ‘스페이스 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잉크가 제대로 흐르지 않아 펜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120만 달러를 투자하고 수많은 박사와 기술자를 동원해 우주 볼펜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문제 해결의 목적이 무엇인가. 무중력 상태에서 필기할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것이다. 소련은 지구에서 흔히 사용하는 연필을 사용해 쉽게 문제를 해결했다. 반면 미국은 문제 해결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막대한 자원을 낭비했다.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니즈를 파악하는 질문’으로 문제 해결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자.
‘그것이 왜 필요하지’, ‘누구를 위해 필요하지’, ‘언제 필요하지’, ‘진짜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문제에 기반한 욕구에 집중할 수 있다. 질문할 때는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관점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한 불 끄기’ 처방은 금물
마지막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 ‘급한 불 끄기’식 처방보다 핵심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발목을 자주 삐는 사람에게 파스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혀 주는 처방일 뿐이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면 늘어난 발목 인대를 강화하는 운동을 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5가지 왜(Why)라는 질문으로 핵심 원인을 파악해 보자. 이 질문법은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서 만든 것이다. ‘왜’라는 질문과 대답을 반복해 진짜 원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필 숫자 5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5번 정도 ‘왜’라고 질문하면 근본 원인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5번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왜’라고 질문할 수 없을 때까지 질문해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이다.
브라이스 호프먼의 책 ‘레드 팀을 만들어라’에서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5가지 왜’라는 질문을 활용한 사례를 잘 보여준다. 유통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엄지손가락을 크게 다쳤을 때 베이조스 CEO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이런 질문을 거쳐 그는 직원이 다친 근본 원인이 물건을 놓을 테이블이 없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테이블을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휴대용 테이블을 제공했다.
정리해 보자. 머스크 CEO는 한 경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점은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다. 그것이 해결되면 나머지는 쉽다”고 말했다. 즉 우리는 해결책을 모르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모르는 것이다. 육하원칙 질문, 니즈를 파악하는 질문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보자. 당신에게도 분명 유레카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 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1265837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