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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속도전? 그러다 전속력으로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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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6-19 16:08 조회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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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시대입니다. 대다수의 조직이 신속한 의사결정과 더 빠른 실행,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방향만 맞다면, 속도는 시장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죠. 그런데 잠시 상상해 볼까요?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잘못된 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 순간에는 이미 제때 멈출 수 없어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지고 말 겁니다. 빨리 나아가는 힘만큼, 제때 멈춰 세울 수 있는 ‘제동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직에서 잘못된 결정이 치명적인 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늘 비슷합니다. 누군가의 그릇된 판단으로 시작된 일인데, 속도전 앞에서는 한 번 더 되돌아 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찜찜한 구석을 발견한 직원이 있어도 ‘괜히 나 혼자 초 치는 것 아닐까’ 싶어 입을 닫아버리죠. 마침내 최종 결재 단계에 이르면 리더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검토했겠지”라며 일사천리로 승인 도장을 찍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거치고도 걸러지지 않은 채, 조직의 이름으로 잘못된 결정이 세상에 나갑니다.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나서야 뒤늦게 묻습니다. “왜 그때 아무도 멈추지 못했지?”

사실, 잘못된 질주를 멈추는 힘을 ‘개인의 용기’에만 맡겨두면 이 브레이크는 결코 작동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멈추게 해야 합니다.


‘반대’를 우연에 맡기지 않는 넷플릭스의 시스템


‘광속 실행’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에는 역설적이게도 ‘반대 의견 기르기(Farming for dissent)’라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농작물을 기르듯, 반대 의견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의도적으로 경작하고 수확한다는 뜻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끄는 ‘책임 캡틴(Informed captain)’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마케팅, 재무, 기술 등 다양한 부서의 동료들을 찾아가 집요하게 물어야 합니다. “내 아이디어가 성공할 이유”가 아니라, “이 아이디어가 처참하게 망할 수 있는 이유”를 말이죠. 내 결정을 지지하는 박수가 아니라, 무너뜨릴 수 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먼저 수집하는 것입니다.

이 철저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2011년 넷플릭스가 DVD 사업과 스트리밍 사업을 무리하게 쪼개다 망했던 뼈아픈 실패의 유산입니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훗날 “당시 수많은 직원이 그 결정이 잘못됐다고 느꼈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예 반대 의견을 내는 과정을 프로세스로 못 박아버렸습니다.


계급보다 ‘멈출 권리’가 먼저인 미국 원자력 해군

군대처럼 철저한 상명하복 조직에서는 어떨까요? 미국 원자력 해군(원자력 추진 기술을 군함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해군 전력)은 ‘멈출 수 있는 힘’을 계급보다 위에 둡니다. 원자로를 실은 잠수함에서의 사소한 실수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해군의 아버지’ 하이먼 리코버 제독은 안전 앞에서 권위가 입을 막는 것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규정에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자유로운 토론에는 권위의 그림자조차 없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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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ChatGPT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의문을 삼켜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덕분에 옛 소련 해군이 여러 차례 원자로 사고를 겪는 동안, 미국 원자력 해군은 반세기가 넘도록 단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았습니다. 말단 수병이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전체 시스템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은 어떤가요?

- 우리 조직에는 진짜 ‘브레이크’가 있나요? 
나쁜 아이디어가 실행되기 전에 걸러낼 장치, 잘못된 방향을 되돌릴 절차가 제도화되어 있습니까? 만약 멈춤의 순간을 여전히 직원의 양심과 용기에만 기대고 있다면, 그건 사실상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 그리고 그 브레이크는 누구나 밟을 수 있나요? 
가장 말단의 직원이, 가장 높은 리더의 결정에 대해 두려움 없이 “이건 멈춰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제도만 화려하고 문화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 브레이크는 달려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장식품일 뿐입니다.

기업의 위기는 대개 한 사람의 거대한 악행이나 실수로만 오지 않습니다. 멈출 수 있었던 수많은 순간에, 그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멈출 줄 아는 조직은 결코 느린 조직이 아닙니다.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진짜 빠르고 오래가는 조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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