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일즈가 아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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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4-08 09:50 조회 746 댓글 0본문
기업간 거래(B2B) 세일즈를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런데
반가움은 잠시, 식사를 하는 내내 표정이 어둡다. 기억에는
세일즈를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세일즈 내공이 10년 차가
훌쩍 넘어가는 그에게 생긴 고민이 무엇일까. 대화를 나눌수록 영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이제는 잘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대부분의 세일즈맨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다.
최근 만난 한 중견기업의 B2B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임원과의 미팅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영업본부의 성과가 몇 년째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역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분이라 그 이유를 물었고, 영업본부의 상황과 영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요즘같이 저성장 기조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영업 현장은 힘이 많이 빠지는 모양새다. 나름대로 영업의 전략에 따라 새로운
시도도 하고 정말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실적과 성과는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기존의 기업마다 진행하던 영업 관련 교육이 영업맨들의 열정과 마인드를 고취하는 일종의 ‘정신교육’ 분위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부문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차별화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영업 혁신 요구와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객과의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기업의 매출과 성과를 책임지고 있는 영업부서를 바라보는 경영진과 리더는 머리가
아프다.
B2B 영업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
앞서 만난 두 사람의 고민은
이랬다. 세일즈맨 개개인의 역량 부족, 개인 간의 성과 차이로
인한 갈등, 개인성과는 좋은데 조직성과는 오히려 좋지 않아 아쉬운 상황, 새롭지 않은 영업 프로세스의 반복, 거래처의 갑질 심화, 감정적 이슈와 갈등, 좁은 시장에서의 출혈경쟁,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영업전략의 한계 등 여러 이슈들이 있다. 기업마다
속해 있는 산업의 특성과 상황이 다를 뿐이지 영업부문의 이슈와 고민은 비슷하다.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확인되는
공통점은 두 기업 모두 B2B 비즈니스를 하는데 제대로 된 B2B 세일즈를
위한 학습과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두 기업만의 이슈만은 아니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영역에서는
유난히도 기업 대 소비자(B2C) 위주의, B2C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이 주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B2B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역량이나 스킬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 현상이
빈번해지는 만큼 B2B와 B2C가 합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B2C의 노하우와 스킬이 B2B에 적용되고 있는 것뿐이지, B2B에 특화된 세일즈 어프로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B2B세일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중요할까. 세일즈 성과가 좋은 사람이 무엇이 다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역량과
경험 등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여러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고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다르다. B2B 비즈니스에서
신규 개척은 난이도가 꽤 있다. 이런 고객을 만나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보여줄 지를 전략적으로 준비한다. 실제로 세일즈를 나가기 전에 준비한 질문의
리스트를 보면 그 미팅의 과정과 결과가 예측되기도 한다.
이들은 고객을 만날 때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의 강점과 특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사전에 준비한 전략과 스토리를 현장감을 살려서
전달하고 고객의 환경과 이슈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대화를 만들어간다. 말 그대로 공감대를 이루는 대화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고객이 정말로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욕구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해결해준다.
사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잘하는 레벨에 속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크기와 비즈니스 기회의 가치 창출은 어마어마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험은 시쳇말로 표현하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포지션을 잡게 한다. 그 많은 세일즈맨 중에 한 명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보고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싶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세일즈를 하지 말고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와 상품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라
영업을 20~30년 정도 한 시니어 임원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어프로치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영업 관리자와
담당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해의 시작을 첫 점검하는 3월이다 보니 기업의 B2B 영업 혁신을 위해 실제 영업 상황과 특별한
이슈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보는 워크숍을 많이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어프로치의
실제 모습은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아직도 형님, 동생 영업이 대부분의 노하우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필요한
영업전술이기는 하나 역시 충분하지는 않은 전술 중 하나다.
세일즈가 아닌, 비즈니스 접근의 좀 더 구체적인 액션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말
중요한 세 가지만 짚어보자.
일단 우리가 제시하는 서비스와
상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능적인 설명이 아니다. 고객이 돈과 시간을 들여 선택해야 하는 진짜 가치를 말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가치의 전쟁이고 가치의 차별화만이 의미를 갖게 한다. 차별화의
메시지를 기획하고 완성하라.
둘째는 그 가치를 고객들이 어떻게
경험하고 그 경험이 어떤 상황에서 극대화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 고객 경험은 디자인해야 하는
체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성과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강조하지만 B2C의 이야기가 아니다. B2B에서 말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진짜는 리포트가 아니라 고객의
경험 속에 있다. 이것이 ‘KAM(Key Account
Management)’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B2B 세일즈의 특성인 이슈와 사람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 영향력을 관리하라.
더불어 고객의 비즈니스가 놓인 환경과 이슈에 대한 흐름을 조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경쟁사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정성 들여 들러리만 하다 지치고 만다. 이런 B2B 세일즈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판은 만드는 것이고 만들 수 있다.
정리해보자. B2B 세일즈라는 무림의 세계에는 하수와 중수, 그리고 차별화된
힘을 가진 고수가 있다. 그 고수들의 비결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제대로만
훈련한다면 승급(?)도 당연히 가능하다. B2B 영업성과
혁신을 바란다면 세일즈 기술만이 아닌, 비즈니스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맞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의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