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공한 리더가 빠지게 될 함정, 이렇게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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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2-29 14:20 조회 883 댓글 0본문
지난해 11월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위워크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동시에 화제에 오른 인물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위워크의 파산으로 무려 약 18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2016년 말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을 만났을 때 “스마트한 사람과 미친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라고 물었고 뉴먼은 “미친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 자리에서 손 회장은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다. 단 12분 동안의 만남이었다. 사내에서 만류했지만 손 회장은 위워크가
차세대 알리바바라며 투자를 단행했다. 덕분에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대폭 상승했고 2019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경영 부실들이 드러나 IPO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손 회장은 오히려 추가로 자금을 투입했다.
위워크의 파산 소식은 미국 식품 업체 퀘이커오츠의 스내플 인수합병(M&A)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게토레이를 인수해 큰 성공을 거둔 윌리엄 스미스버그 퀘이커오츠 회장은
회사를 더욱 키우고 싶던 차에 과일음료인 스내플이 눈에 들어오자 바로 인수를 검토했다.
게토레이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하고 수년째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스내플을 거금을 들여 1994년에 인수했다. 그러나 기대하던 시너지는 나지 않고 매출은
계속 떨어졌다. 스미스버그 회장은 스내플을 포기하자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3년 만에 스내플을 헐값에
매각하고 몇 년 뒤 퀘이커오츠는 펩시코에 팔리는 운명을 맞았다.
손 회장과 스미스버그 회장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손
회장은 알리바바 초창기에 마윈 회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던 중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고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위워크에는 통하지 않았다. 스미스버그 회장도 스내플을 보고
확신이 들자 다른 투자 대상을 물색하지 않았다. 직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만약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안전장치 없는 곡예와도 같다. 그 바탕에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반대가 귀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다.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경쟁에서 이겨
높은 자리를 얻을수록 내가 옳다는 신념이 커진다. 반대 의견에 둔감해지고 내 주장을 강화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한다. 많은 조직에서는 윗사람의 의중을 미리 헤아려 정보를 끼워 맞추는 일도 벌어진다.
실제로 댄 로발로 시드니대 교수팀이 5년에 걸쳐 1000건이 넘는 사업상의 결정들을 분석해 보니 활발하게 정보를 모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입맛에 맞게 조작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심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도전받는 기회를 기꺼이 수용하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에서 사외이사들의 반대표는 0.4%에 불과했다. 91개 기업에서는 단 하나의 반대표도 없었다.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리더는 독단의 위험에 노출되고 더 나은 대안의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작년 11월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60여 년 단짝이었던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타계했다.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투자 스타일이 달랐다. 멍거가 버핏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기에 벅셔해서웨이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버핏은 멍거를 ‘끔찍한
노(No) 맨’이라고 칭했지만 가장 큰 투자 성과를 묻는
질문에 ‘찰리 멍거를 영입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세종대왕은 신하들과 정책을 논하는 경연을 매달 여러 번 개최할 만큼 토론을 즐겼다. 그때마다 재상 허조는 소수 의견을 내고 폐단을 조목조목 따졌다. 얼마나
집요했던지 세종이 ‘허조는 정말 고집불통이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허조가 지적한 내용을 모두 점검하고 대비하도록 한 다음에야 정책을 시행했고 그를 항상 요직에 등용하며
아꼈다.
건설적인 반대자가 조직에 없다면 어떻게 할까. 리더가 스스로 나서서
도전받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텔의 신화를 쓴 앤디 그로브는 작은 바람이 언제든 태풍으로 돌변해서
비즈니스 구도를 뒤엎을 수 있으니 누구든 아무리 나쁜 뉴스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활발한 토론이 없이 회의가 끝날 기미가 보일 때는 딴지를 잘 걸고 거친 질문을 잘하는 직원을 항상 불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밉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충분히 의견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리더가 나서서 반대자 역할을 해야 한다. GM을 30여 년간 경영한 앨프리드 슬론은 만장일치로 생각이 모아지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참석자들에게 다음 회의 때까지 반대할 이유를 가져오게 했다.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와 같은 질문은 집단사고를 막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때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질문을 던지면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또 리더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표정을 하고 있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리더가 ‘나도 틀릴 수 있다’, ‘도움을
구한다’는 자세를 보일 때 진정한 의견을 끌어낼 수 있다. 세종대왕은
신하들에게 왕의 잘못을 거침없이 말하게 했고 임금에게 올린 말은 어떤 경우에도 죄를 묻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허조의
간언의 배경에는 세종의 이러한 원칙이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대비하라
경영학 구루 짐 콜린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조직의 리더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결국은 잘 될 거야’라는
희망과 동시에 냉혹한 진실을 직시하는 심리적 양면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짐 콜린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명명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8년간의 모진 고문과 극심한
고통을 이겨낸 미국 장교였다. 짐 콜린스는 그에게 어떤 사람들이 포로 생활에 잘 적응했는지를 물었다. 곧 풀려날 거라고 낙관만 한 포로들은 죽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우면서도 현실을 바로 보고 대처한 사람들은 살아남았다고
그는 말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저서 ‘블랙스완’에서 곧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고해서 월가의 현자로
불린다. 17세기 말에야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됐듯이 예기치 못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
낙관을 경계하고 냉정하게 현상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아예 본사 연못에 블랙스완을 가져다 뒀다. 우리의
사고는 일정한 범위에 갇히기 쉬우니 늘 경각심을 유지하자는 의도에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는 연구소에만 있다가 적자 사업부로 발령을 받으면서 고심이 컸다. 이겨내겠다는 마음가짐과 동시에 경영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향후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모두 뽑아
미리 대비책을 세워두었다. 어떤 문제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사업부를 정상화시킨 그는 더 큰 조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세계적 석유 회사 쉘은 1960년대에 재난 상황들을 가정하고 역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중동전쟁을 겪으며 다른 석유 기업들이 파산할 때 쉘은 업계 7위에서 2위까지 도약했다.
하지만 변화를 감지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순응하다가 감당 못 할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물 밖으로 튀어나갈 신호가
필요하다. 새로운 마케팅 활동에 대한 고객 반응률의 최저 수준이나 신규 투자의 손실 상한선과 같은 장치를
설정하면 주의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등은 차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멈춰서는 사태를 막아주고 마음 편하게 운전하게 해준다.
2024년 CES를 보며
기술의 급성장뿐만 아니라 이종 분야들의 합종연횡과 전통 산업들의 적극적인 방어에 눈길이 간다. 한 발짝
빠르게 판단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시장에서 살아남고 앞서 나갈 수 있는 시대다. 한편으로 조급함과
막연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믿음이 강할수록 도전받는 기회를 만들어 빈틈은 메우고, 냉정을 찾는
장치를 둬 함정은 피하는 지혜를 발휘하자.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 이코노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