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기 돌파하는 대담한 리더십은 ‘취약성 인정’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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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1-04 14:33 조회 5,518 댓글 0본문
여기 두 개의 조직이 있다. 첫째 조직의 리더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구성원들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꺼낸다. 실수와 실패를 편안하게 털어놓으면서도 냉정하고 진실한 얘기를 한다. 둘째 조직은 다르다. 리더는 구체적이고 세세한 방향을 알려주고 구성원들은 이를 열심히 실행한다. 하지만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감추고 침묵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큰 성과를 낼 것 같은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을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빠른 변화가 연초 계획을 뒤흔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리더로서 변화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초불확실성의 상황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리더로서 나약함이나 부족함을 감추고 대담한 모습만을 보여 주는 것이 맞을까.
두려움이 인정을 어렵게 만든다
브레네 브라운 미국 휴스턴대 연구교수의 책 '리더의 용기'에 그 답이 나온다. 책에 따르면 브라운 연구교수가 20여 년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 대담한 리더십은 오히려 취약성의 인정에서 나온다고 했다.
취약성은 불확실성의 위험과 감정에 노출된 상황에서 경험하는 정서를 의미한다. 우리가 결과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때 그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이를 돌파할 대담함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위기를 돌파하는 대담한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정답을 가진 척하지 않고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인정한다. 그리고 구성원들도 실수나 실패를 편안하게 털어놓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냉정하고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두려운 세상에 맞서는 대담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리더라면 누구나 잘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좀처럼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리고 리더가 되기까지 잘해 왔다는 과거의 경험이 자기 과신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갖게 한다. 따라서 스스로 취약함을 드러내면 상사가 어떻게 볼 것인지, 구성원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나는 리더다. 코로나19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나도 힘든데 구성원들에게 맡기는 것은 리더답지 않다."
만약 당신이 리더인데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취약성을 인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다음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불확실성의 위험으로 인해 취약한 상황이 되면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질까."
아마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마주해도 "나는 할 수 없어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요"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특히 리더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로 일이 잘못되면 외부 환경과 같은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 그냥 처음부터 취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이나 잘못으로 일이 잘못돼 가거나 실수하게 되면 편안하게 그 상황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는 더욱 그렇다.
수치심은 우리에게 슬며시 다가와 자신이 결함투성이라는 기분을 안겨주는 감정이다. 이를 솔직하게 털어 놓으면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고 계속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조직에서 소속감이 끊어질 수 있다는 단절의 두려움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려움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취약성을 편안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
심리적 안전감과 공감을 갖고 소통해야
답은 간단하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 업무와 관련해 무슨 말을 해도 질책 받거나 비난을 듣지 않는 조직 문화라면 누구든 자신의 취약성을 편안하게 인정할 수 있다.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했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냉정하고 가혹하지만 솔직한 피드백이 오고 가도 안전한 조직을 의미한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에서 리더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면 구성원들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냉정하게 피드백하며 스스로의 실수도 털어놓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심리적 안전감은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고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두려움 없이 소통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연결돼 있다는 믿음이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관점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비판하지 않으며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감한다는 것은 먼저 그 사람에게 집중하고 관심을 유지하면서 연결돼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답을 주겠다는 욕심은 내려놓는 게 좋다. 그러면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두려움 없는 안전감·수치심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편안함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리더가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거나 나를 외면하거나 나쁜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숨겨진 의도나 기대를 담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나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나도 힘들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인들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라고 리더가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런 리더는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음과 같이 취약성을 인정하는 대화를 해 보면 어떨까. "요즘과 같은 빠른 변화의 시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초불확실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많이 불안할 겁니다. 나 역시 불안합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나와 함께 특별하게 챙겨야 할 게 무엇입니까.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적어 봅시다."
리더로서 취약함을 인정하고 구성원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공유한 후 대담한 아이디어와 냉정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이야기도 나올 수도 있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거나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잠깐 쉬고 원점에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코로나19의 위협은 여전하다. 리더로서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 두렵다면 먼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해 보자.
우리 모두는 내일을 알 수 없는 경기장에서 취약함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간다. 취약함을 인정하고 실패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문화를 만드는 리더, 두려운 세상에 맞서는 대담한 리더가 되길 바란다면 바로 지금 취약성을 인정하는 진실한 대화를 시작해 보자.
<IGM세계경영연구원 김용우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