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오늘의 쓰레기, 내일의 로또일지라도 버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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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0-20 15:33 조회 1,359 댓글 0본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전체는 외우지 못해도 누구나 한 구절은 알고 있는 김춘수의 시 ‘꽃’입니다. 꽃을 소재로 삼아 그저 있는 존재가 ‘의미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나타낸 작품이죠. 시 구절처럼 의미 없이 당연하게 버려지던 폐기물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낸 기업들이 있습니다.
‘사용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쓰레기다(Everything is waste if
not used)’라는 신념을 가진 나이키는 제조 과정에서 나온 쪼가리(Scrap), 버려지는
자재, 수명을 다한 신발 등을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나이키
그라인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재활용·재생 소재는 경기장 트랙, 농구장 코트, 인조잔디 필드부터 의류, 신발, 휴대폰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데요. 지난 5월
문을 연 ‘모두의 운동장(서울 금천구 소재)’의 물품 보관함과 운동장 바닥에도 그라인드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 소재가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재활용·재생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 (ⓒ나이키)
지난 해, 삿포로는 맥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만든 ‘청바지’를 선보였습니다. 맥즙을
짜내고 남은 맥아 사료나 맥주에 사용되지 않는 홉 줄기와 잎을 가공해 데님 원단을 만든 것인데요. 30벌
한정으로 41,800엔(약
38만원)에 판매된 이 청바지는 1,600건의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삿포로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다른 디자인의
청바지를 추가로 출시했고요. 화제성에 힘입어 자사 사이트 회원 수가
10만명이나 늘어나는 효과도 보았다고 합니다.
맥주 회사 삿포로가 출시한 청바지 (ⓒ삿포로)
국내 철강기업 대한제강은 철근 제조 공정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활용해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망고 등 각종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공장 한가운데 약 1,000평 규모의 유리온실 스마트팜을 짓고, 제강 공장과 농장을
대형 파이프로 연결했는데요. 대한제강에 따르면 폐열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냉난방함으로써 월 평균 1,000만원의 운영비를 절감한다고 합니다.
대한제강 공장 내에 위치한 유리온실 스마트팜 (ⓒ대한제강)
나이키, 삿포로, 대한제강의
사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업사이클(Upcycle) 트렌드와 맞닿아 있습니다.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경보호와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업사이클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업사이클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이 대표적이죠.
우리 회사에서 무엇이 버려지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무심코 버린다면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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