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직 성장하려면 ‘회고 미팅’으로 업무와 학습을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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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0-16 13:31 조회 1,884 댓글 0본문
얼마 전 만난 지인에게서 이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급여나 복지가
나쁘지 않은 회사인데 그만두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니, 자신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란다. 새로운
배움을 주지 않는 환경에서 주어진 업무만 하다 보니 커리어 면에서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흔히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로 불리는 젊은 이직자
상당수가 ‘성장 없는 조직 분위기’를 이직 계기로 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게 할 수 있을까.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험을 ‘회고’하는 것이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면서 고칠 점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개념을 조직 문화에 적용해, 조직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 개인, 팀, 조직이 수행한 업무 과정을 주기적으로 돌아보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서로 공유하는 회의, ‘회고 미팅(retrospective
meeting)’이 바로 그것이다. 메타(meta),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실리콘밸리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널리 채택하고 있다.
구글·스포티파이도 도입한 회고 미팅
구글 SRM(Site Reliabilty Manager·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 팀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구글에서는 팀 단위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회고 미팅을 진행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모여 전체 영역
및 참여 영역에 대해 각각 잘한 점과 잘못한 점, 개선 방법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성원 개인의 역량도 성장하게 하고, 팀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자일(agile·빠르고 유연한) 조직
문화의 큰 획을 그은 스웨덴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도 정기적인 회고
미팅을 중시한다. 자연스러운 회고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팀원끼리 자체적으로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회고 키트(Retro Kit)’를 제공하고 있다.
회고 키트는 미팅 전 숙지할 기본 지침과 회고 팁이 적힌 종이와 다양한 회고 방법, 각 방법의 진행 단계별로 물어야 할 질문이 적힌 종이로 구성돼 있다. 회고
미팅을 진행해 본 경험자가 없어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고 미팅은 구성원 개인과 팀의 학습을 이끄는 것 외에도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업무 목표와 조직 목표 간 일관성(alignment)을 높일 수 있다. 업무에 매몰되면, 어느 순간 ‘늘
하던 일이니까’ 하며 관성적인 방식을 고수하게 될 때가 있다. 손에
익은 게 편해서, ‘이 업무를 왜 하는 것인지’ 잊은 것이다. 회고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목표에 도움
되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 간 연결성(connectivity)도
높일 수 있다. 조직 내 업무 갈등의 대다수는 구성원 간 소통 부재가 그 원인이다.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니 협업 과정에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 불만은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회고 미팅을 하며 서로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과 실질적인 도움을 나누면 타 구성원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갈등은 줄이고 협업을 촉진할 수 있다.
회고 미팅의 세 가지 요건
이렇게 중요한 회고 미팅, 과연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허울뿐인 회의가 되지 않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첫째, 지금 행동하게 해야 한다(act
now). ‘앞으로도 잘하겠습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같은 모호한 결론으로 끝나는 회고는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업무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었던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
최종 제출 전, 팀원 세 명이 함께 크로스체크 한다’ 같은
구체적인 행동 과제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목적은 비난이 아닌 성장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no blame, grow together). 실패 원인과 책임 소재를 추궁하거나 논공행상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 나은 방향성 제시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은 특정 상대가
공격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강한 어조를 피하고, 사실에 근거한 의견만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듣는 사람의 경우, 상대의 아이디어나 피드백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미팅의 방법과 주기는 팀과 조직의 성격, 업무별 특성에 따라 맞춤화해야 한다(customize). 회고의
툴(tool)은 아주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지속할 점(Keep), 문제점(Problem),
개선 방안(Try)를 한꺼번에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KPT 회고’, 사건(Fact), 감정(Feeling), 교훈(Finding), 향후 계획(Future Action)을 순차적으로 회고한 후 계획의 수행 결과를 추후 공유(Feedback)하는 ‘5F 회고’
등이 있다.
하지만 기존 툴을 그대로 차용하기보다 회고 주제를 고려해 필요한 단계만 골라 진행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업무 성격에 따라 미팅의 주기도 달라져야 한다. 프로젝트성
업무라면 전체 마무리 단계 혹은 각 스텝의 마무리 단계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일상적 업무의
경우, 업무 호흡에 따라 월간 단위, 매주 혹은 격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사회, 학습과 성장은 이제 기업의 필수 역량이 됐다. 구성원에게 배움을 주지 못하는 조직은 더 이상 능력 있는 인재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구성원의 성찰과 학습을 이끌어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회고 미팅’, 지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유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 IGM 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 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