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이 디지털 전환할 때 빠지는 3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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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7-10 13:17 조회 1,434 댓글 0본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업의 4대 비즈니스 통합(business integration) 요소인 전략, 프로세스, 조직, 기술에 적용돼 기업의 체질 개선과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더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한 신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0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글로벌 투자가 2023년 2조3000억달러(약 301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1년 11월에 발표한 전망 보고서에서는 2025년 디지털 전환 글로벌 투자 규모를 2조8000억달러(약 3665조2000억원)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이유로는 투자 대비 효과 창출 기대에 대한 실망감, 조직 내 지향점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 부족, 기술 중심 접근으로 인한 운영의 비효율화, 새로운 사업 창출로의 연계 미흡, 디지털 리더십과 디지털 조직 역량 확보 지연 등이 꼽힌다.
이러한 문제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기업들이 함정에 빠졌을 때 나타난다.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추진 중 크게 세 가지의 함정에 빠진다. 세 가지의 함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방안은 없을까.
첫 번째 함정은 레밍스 바이러스(Lemmings Virus)다. 레밍스 바이러스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분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기 때문에 전체를 보지 못하는 오류를 뜻한다. 이 함정에 빠져 점 단위 또는 파편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부분적인 시야로 인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큰 그림의 대상은 기업의 데이터 기반 업무다. 기업의 업무별 수준과 문제점, 손실 비용, 기업 내부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전체 관점에서 데이터 기반 업무 정의와 수준을 이해하고 실행 방안을 수립하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대안은 없을까.
우선 프로세스 관점에서 어떤 일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자동화되고, 의사 결정되는지를 식별해야 한다. 데이터 관점에서는 기존의 프로세스 분류 체계(process hierarchy)와 함께 데이터 간 연계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데이터 분류 체계(data hierarchy) 기반의 데이터 연계 계통도 구성이 필요하다. 시스템 관점에서는 데이터 생성, 활용, 연계, 집계, 분석 관점에서 데이터 시스템의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향후 필요한 데이터와 연계 및 외부 데이터 확보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 구성도 필요하다.
고객을 간과한 함정
두 번째 함정은 애자일(Agile⋅민첩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오해로 기인한 함정이다. 디지털 전환 과제의 정의와 실행 측면에서의 애자일화(化), 기존 방식이 아닌 애자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 이를 위한 애자일 조직 구성은 가장 중요한 ‘고객’을 간과하는 함정에 빠지게 한다.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R&D), 제조, 물류, 재무, 인사 등 현장 부서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어떠한 개선과 혁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출발점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에게 주는 변화와 경험(customer experience)이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민첩하게 고객을 이해하고, 기존 업무를 수정해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업이 누구를 위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것인지, 어떠한 고객 경험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지, 어떻게 변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아마존의 기업 철학이자 일하는 방식인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기존 일하는 방식을 거꾸로)’처럼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 기존처럼 추상적인 고객이 아니라, 반대로 구체적인 고객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는 함정
기업들은 또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Being Digital(디지털이 되는 것)’과 ‘Doing Digital(디지털을 하는 것)’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는 함정에도 빠진다. 세 번째 함정인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달성하고자 하는 ‘디지털 전환 지향점’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 확인을 위해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일하는 방법의 변화나 기존 대비 새로운 역량 확보를 위한 파트너와 협업 방식의 변화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Doing Digital’의 경우, 회사가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 기회(digital pipeline)의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반영한 역동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회사 내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시대 변화의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디지털 전환에 대한 책임과 역할 공유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답하도록 하는 게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 체크해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 있어서 함정은 지나고 보면 이를 피해 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빠른 변화에서 그 함정들은 더 빠르게 지나가고 간과되고 놓칠 수 있다. 남들이 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사례와 과제, 교훈을 배우고 학습하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빠져 있어 풀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함정과 예측되는 미래의 함정 리스크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준희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및 커니(Kearney) 파트너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 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