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원들이 일에 푹 빠지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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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4-18 09:48 조회 1,789 댓글 0본문
사회적 인정 받은 직원들은 금전적 보상 못지않은 심리적 보상 받아
여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두 회사가 있다. 먼저 A사는 구성원들 간 경쟁심이 강하다. 저마다 개인의 성과를 최고로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다 보니 분위기는 경직돼 있고 소통과 협업을 유도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일부러 투자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도 일어나기 어렵다.
B사는 사소한 일도 서로 축하하고 실패에 대한 공유도 활발하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일하는 중에 피드백을 준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서로 생각이 맞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의견이 오가고 노고에 대해서는 고마워한다. 이 두 회사 중 어느 곳에서 더 좋은 성과가 날까.
압박감이 있어야 성과가 난다고?
창의성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테레사 애머빌과 동기 부여와 생산성 분야의 연구자인 스티븐 크레이머의 연구 결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구성원의 심리 상태와 성과 간 상관관계를 찾으려고 했다. 7개 기업 임직원 238명에게 매일 그날의 감정과 일에 대해 점수를 평가하고 다양한 심리 상태에 대해 기록해 제출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구성원이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몰입할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압박감이 있어야 성과가 나온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대된다.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이 행복하면 창의성이 발현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그 결과 일터에서 몰입하게 돼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긍정적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는 일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고 몰입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진전에 대해 그 중요성과 의미를 서로 알아봐 주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인정’해 주는 것이다. 2018년 출간된 ‘성과관리 4.0(원제 : The Crowdsourced Performance Review)’의 저자, 에릭 모슬리는 ‘사회적 인정(social recogni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성과 목표 달성도처럼 사전에 합의된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와 달리 사회적 인정은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과 기여를 할 때 주어지는 보상을 뜻한다.
특히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핵심 가치와 조직 문화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인정을 받은 직원들은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심리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더 몰입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한다.
인정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2025년이 되면 밀레니얼과 Z세대가 인력의 75%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들은 회사에서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인정받기를 바라는 욕구가 강하다.
사회적 인정은 밀레니얼과 Z세대가 더 몰입해 일할 수 있는 문화의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게다가 날로 복잡해지는 업무 환경에서는 혼자가 아닌 협업이 더욱 중요한데 협업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리더는 직원들에게 또는 직원들 간 서로의 인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앞서 소개한 ‘성과관리 4.0’의 에릭 모슬리는 사회적 인정을 제도화하고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리더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서로의 성과를 그때그때 인정해 주고 시스템을 통해 ‘인정 배지’를 보내는 방식을 제시했다.
핵심은 직원 개개인의 기여를 매순간 인식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리더 혼자 모든 직원의 성과를 일일이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직원들이 서로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인정해 준다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숨은 기여자가 빛을 발하게 된다.
또한 고성과자만 인정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부수면 고성과자와 일반 직원을 가르는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인정 데이터와 피드백 내용은 향후 강점 분석과 코칭에도 활용돼 직원들에게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글로벌 테크 스타트업 ‘하이퍼쿼리’는 구성원 간 서로 칭찬하고 고마움을 전달할 수 있는 ‘샵어프리시에이션(#appreciation)’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운영한다.
그리고 ‘헤이타코’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하루 5개의 타코 이모지가 주어지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격려할 때 타코를 선물할 수 있다. 그리고 분기별로 타코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
리더가 먼저 인정을 실천해야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타코 이모지를 남기는 행위는 곧 칭찬이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쉽게 했다. 또 타코를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것이고 시각화된 타코 개수를 통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타코를 많이 받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게 됨으로써 무엇이 우리 조직에서 중요한 가치인지도 다시금 되새길 수도 있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에 더해, 리더는 어떻게 제대로 인정하는지 알아야 한다.
첫째, 리더가 먼저 인정을 실천해야 한다. 사회적 인정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경영진과 임원진이 사회적 인정이 조직의 전략적·문화적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서로를 인정하라고 말해 놓고 정작 자신은 팀원을 비난하기 바쁘다면 사회적 인정의 긍정적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둘째, 기업의 핵심 가치와 행동 양식을 중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 우선’이나 ‘혁신’ 같은 가치를 인정과 연결 지으면 그것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인정을 주고받을 때 어떤 성과와 행동이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이러한 인정이 모두에게 공유되면서 그 행동과 가치는 두 배로 강화되고 핵심 가치가 직원들 속에 살아 숨쉬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인정은 회사와 리더가 직원에게 일방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서로 서로에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원들 간의 인정은 자연스럽고 진실된 것일 때 조직의 사기, 성과 창출, 효율성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사회적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팀장이 팀원의 뛰어난 성과를 인정하는 것부터 다른 팀의 동료가 보낸 작은 감사의 메시지 등 모든 종류의 인정은 개개인과 기업 전체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마음껏 몰입할 수 있는 조직 문화야말로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일 것이다.
직원들이 신나서 일하게 하고 생기 넘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서로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