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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니가 자동차 만드는 이유… “게임의 판 재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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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2-23 14:39 조회 1,6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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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가 올해도 성황리에 끝났다. CES는 신기한 제품을 경험하는 자리이면서 우리가 알던 경쟁 방식이 파괴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자리다. 소니가 자동차를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고,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을 비롯한 전 세계 일상생활 기기 140억 개를 연결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제는 자동차 산업이라고 하지 않고 모빌리티 생태계라고 말한다.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내놓았을 때 경쟁사들은 다른 종류의 자동차 정도로 인식하고 대응했지만, 충전소를 열심히 짓고, 자동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걸 보면서 테슬라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는모빌리티가 육체라면 소프트웨어는 정신이라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광고한다. 유머러스하지만 절박하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카카오, 네이버 등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독과점 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특정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자 슈퍼 앱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야놀자는 숙박에서 여가를 위한 모든 서비스로,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서 지역 커뮤니티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지주 내 금융 회사들의 서비스를 연결하고,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금융네트웍스라는 브랜드로 통합 앱을 출시했다. 그러나 자칫 고만고만한 서비스가 나열된다면 고객이 나를 찾아오던 분명한 이유가 희석될 수 있고 슈퍼 앱 간에도 서로 비슷해진다면 출혈이 증가하고 새로운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소니

 

테슬라가 자동차를 정보기술(IT) 제품으로 새로 정의한 후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참여자가 됐다. 아마존이 음성 인공지능(AI) 비서로 일상생활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연 이후, 이제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만든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통신 표준인 매터를 활용해 초연결되는 시점까지 왔다. 경쟁의 양상은 변화무쌍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경쟁자와 파트너를 어떻게 식별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최고경영자(CEO)들은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론 애드너 다트머스대 교수는 저서올바르게 승리하라에서 복잡하고 파괴적인 생태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와 전략을 이야기한다. 회사마다 고객 통찰을 통해 가치 제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원, 파트너 관계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가치 제안은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하려는지 밝히는 선언이다. 다만 가치 제안에 활동, 자원, 파트너를 직접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형성된 산업의 틀 안으로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극복할 방안으로, 가치 제안을 가치요소들의 구성으로 바꿔서 바라보라고 주장한다. 가치 요소는 고객 입장에서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요소를 의미한다. 가치 제안에 드러나 있거나 암시돼 있는 가치 요소를 꺼내어 식별하고, 각각의 가치 요소가 어떠한 위협을 받고 있는지, 가치 요소 간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면, 산업, 기업, 기술의 관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치 요소 파악에 실패한 코닥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코닥은 2000년에 디지털 시장에 전력을 쏟겠다고 표명했고 디지털 인쇄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시장을 장악했다. 디지털카메라 덕분에 사진을 많이 찍으니 인쇄도 많이 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한동안은 맞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충분히 커지고 화질이 좋아져 사진을 인쇄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디지털 인쇄 시장 자체가 붕괴돼 버렸다.

 

기존 코닥의 가치 제안은이미지를 통해 추억을 되살리고 공유한다였다. 고객이 돈을 지불할 가치 요소를 분해하면, ‘이미지 촬영’ ‘인쇄’ ‘감상’ ‘공유였다. 스마트폰의 커진 화면이감상을 대체하면서 동시에인쇄를 대체했고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해공유를 대체했다. 코닥이 가치 요소 전반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폈다면, 스마트폰이이미지 촬영요소에서 기술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다른 가치 요소에 미칠 영향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험사에도 대입해보자. 국내 여러 보험사의 가치 제안에서는보험 그 이상’ ‘건강’ ‘안전’ ‘고객의 미래를 지키는’ ‘더 나은 삶등의 키워드가 확인된다. 가상의 보험사를 상정해서 가치 요소를 식별해보면, ‘건강 증진’ ‘질병 예측’ ‘보장 설계’ ‘치료 지원’ ‘사후 케어로 나타내 볼 수 있다. 현재는치료 지원요소에서만 매출이 일어나고 있더라도 고객 통찰은 다른 가치 요소로 뻗어있다. 이들 가치 요소에는 많은 시장 참여자가 포진하고 있고 발 빠른 보험사들은 제휴나 투자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높은 보험 가입률, 가속되는 고령화, 웰빙 욕구에 따른 당연한 움직임으로만 생각하면 경쟁의 맥락을 놓칠 수 있다. 가치 요소로 분해해서 큰 그림 속에서 구체적으로 조망할 때,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으며 어디에서 위협이 등장할지를 분석할 수 있고 회사 내부에서 공동의 이해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해진 고객 통찰 통한 가치 제안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데이터와 AI를 지렛대로 미국, 유럽, 중국에서 급성장해 왔고 우리나라도 규제를 푸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 공인인증서 폐지, 오픈뱅킹 시행,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촉발된 변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났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규제가 풀리면 지금은 보험사에 도움 주고 있는 업체들이 건강, 질병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에게 정교하게 맞춘 보험 상품을 직접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손해보험 회사를 설립하고 첫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고객이 운전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해서 사고율을 낮추고 보험료를 함께 낮추는 서비스를 미국 텍사스주에서 성공했고, 다른 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가. 중국 핑안보험의 자회사인 핑안굿닥터는 자체 의료진을 보유하고 AI로 진료를 보조하고 있다. 또한 약국, 병원과 제휴하여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의 일부 보험사도 헬스케어 자회사를 만들어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붕괴할 때 핵심 역량인 화학 기술을 토대로 의약품 위탁생산으로 전문화하면서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틈새시장에서 방어할 수도 있고 가치 제안을 수정하여 다른 가치 요소를 추가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고객 통찰에 따른 가치 제안에서 출발해야 하고 내가 위치한 가치 요소와 나와 협력하는 파트너의 상황에 맞추어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생태계 파괴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어떤 경쟁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기 어려워지는 주요한 원인은 디지털 기술에 있다. AI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인 GPT3.5에 기반해 만들어진 챗GPT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척척 답변한다. 검색엔진으로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이 약 9%에 불과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100억달러( 12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도 이미 람다(LaMDA)라는 거대 언어 모델로 만든 챗봇을 공개한 바 있다. 두 거대 테크 기업의 경쟁에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LG, 네이버, 카카오, KT가 거대 AI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상담, 작문, 연구, 추천 같은 응용 서비스가 쉽고 빠르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윤리, 개인 정보 같은 첨예한 이슈가 현명하게 다루어지는 가운데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은 내가 인지하지 못한 곳으로부터 와서 내가 위치해 있는 가치 요소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CEO들은 질문 속에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 회사를 도와주는 보완재는 무엇인가. 그들이 가진 기술로 가능한 최대치는 무엇인가. 그때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어떻게 미리 알아차릴 것인가.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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