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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사 결정 실패를 줄이는 아마존의 학습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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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9-02 16:26 조회 2,6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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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일이 믿어지는가.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사람이 익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만 이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서른여섯 살의 이탈리아 출신 우주 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Luca Parmitano). 파르미타노는 2013 5월부터 6개월 동안 우주정거장 유지 보수 작업 임무를 수행했다. 7 16(현지시각) 그는 우주정거장 해치()를 떠나 도킹용 부품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뒤가 축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물이었다. 어디서 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헬멧에 땀이 찬 것처럼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전기 장치에 쇼트가 일어나서 통신이 끊어질 수도 있어서다. 곧바로 지상 관제센터에 이 문제를 알렸지만 센터 반응은 덤덤했다. 땀을 흘려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어이없는 질문이 돌아왔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했다. 어느새 물은 그의 턱까지 차올랐다. 파르미타노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에어록으로 향했지만 물이 코로 들어가고 시야도 뿌예져 자칫 익사할 수도 있었다. 파르미타노는 가까스로 에어록의 외부 해치로 돌아왔다. 그러나 해치 문을 닫고 기압을 맞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몇 분이 흘렀고 마침내 헬멧을 벗었을 때 그 속엔 1.5L의 물이 차 있었다. 다행히 그는 살아남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물이 새는 위치를 추적해서 보완했고 스노클처럼 생긴 호흡관도 우주복에 추가했다. 그러나 가장 큰 실수는 기술 문제가 아닌 바로 사람 문제였다.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파르미타노와 동료들은 우주복에 장착된 냉각수통에서 새어 나온 것으로 생각했고, 휴스턴 통제센터도 동의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교체했어야 했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상황은 끝나 버렸다. 소량의 물이 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파르미타노가 경험한 이 끔찍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그리고 2003년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사고를 기억하는가. 둘 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 챌린저호의 경우 오링(O-ring)이라는 고무 패킹이 낮은 온도에서 굳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발사 직후 폭발했다. 뜨거운 가스가 새어 나와 연료탱크를 태우는 바람에 우주비행사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NASA 기술자들은 오링 사고 가능성을 알았지만, 발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여러 비행에서 오링 불량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귀환 도중 폭발했다. 발사 당시 약 1m 길이의 작은 발포 절연체가 떨어져 나간 뒤 왼쪽 날개를 강타했다. 이 절연체는 재질 특성상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번엔 조각이 컸다. 큰 서류 가방 크기로, 그때까지 충돌한 것 중 가장 컸고, 부딪힌 각도도 좋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이런 문제에 익숙해진 나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컬럼비아호는 예정된 임무 수행 후 복귀하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손상된 왼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폭발해 일곱 명의 사망자를 냈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될까.

 

 

NASA의 성과 우선주의

 

NASA는 오랜 세월 성과를 우선시했다. 우주선 발사가 연기되면 따가운 비판과 예산 삭감이라는 위협이 쏟아졌고, 성공하면 찬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그동안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잘못들이 묻혔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위성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까지도 말이다.

 

NASA에도 사후 보고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성과주의 문화가 이를 방해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학습 장애물이었다. 만약 부족했는데도 결과가 좋게 나왔다면, 사람들은 여태까지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끔찍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큰 잘못을 깨우친다. 그제야 비로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태까지의 관행을 살펴본다. 성과에만 집착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길만 추구하게 된다. 구성원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피하게 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아담 그랜트 교수는싱크 어게인(Think Again)’이라는 책에서 의사 결정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되고 그 전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에게결과에 대한 책임성은 당연히 요구되지만과정에 대한 책임성도 요구된다. 최종 결정 전에 여러 대안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는지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잘못된 의사 결정은 대개 얕은 생각에서 출발하고, 좋은 의사 결정은 깊이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토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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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학습 조직

 

좋은 의사 결정을 위한 노력은 아마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아마존은 회의 시작 전에 참석자에게 여섯 장 정도의 메모를 미리 전달한다. 메모에는 회의 어젠다에 관한 문제점과 몇 가지 다른 접근법이 소개된다. 이제 회의가 시작되면 참석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각자 발표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집단 사고를 방지함으로써 의사 결정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가감 없이 제시된다는 측면에서 꽤 적절한 접근법이다.

 

아마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뒤이은 회의에서 당해 의사 결정 과정을 평가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점수를 매긴다. 가령 어떤 의사 결정이 과정의 깊이가 얕은데도 결과가 좋았다면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만약 과정의 깊이가 깊었다면 그 결과는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그 의사 결정 과정의 깊이가 얕았던 경우에만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 의사 결정 과정이 철저했다면 똑똑한 실험을 한 것이 된다.

 

 

MS, 과정과 학습 중시

 

과정과 학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 시절은 철저하게 성과 중심이었다. 그는 똑똑한 인재를 중용했고 구성원끼리 경쟁시켜 실패한 직원에게는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했다. 그러자 구성원은 똑똑한 체했고 서로 묻지도 않고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작은 성공에만 매달렸다. 부서 간 협력도 사라지면서 회사는 점점 쇠락했다.

 

2014 CEO가 사티아 나델라로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부임 후 그는 자신이 모르는 기술이나 지식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사실을 직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학습하겠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직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그는 똑똑한 개인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팀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러자 임직원이 움직였다. 서로 정보를 공개했고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서로 묻고 답했다. 학습 조직으로 바뀌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회사의 보상 체계도 팀워크와 협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그 결과 2020년 매출액은 10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의사 결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시도를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만 할 뿐이다. 예컨대 오링의 오작동 위험이나 발포 절연체 현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후회할 일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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