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똑똑한 싸가지' 팀원 한 명,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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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4-20 15:22 조회 12 댓글 0본문
임원 채용하는 데 '식사 면접'을 본다?
미국 최대 금융사를 키워낸 전설적인 투자자 찰스 슈왑은 임원 채용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꼭 ‘식사 면접’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자리에는 사실 비밀스러운 설정이 하나 있는데 후보자가 주문한 메뉴를 일부러 엉뚱하게 서빙하도록 식당에 얘기해둔 것이다. 스테이크 굽기가 틀리거나 전혀 다른 메뉴가 나왔을 때 후보자가 식당 직원에게 무례하게 구는지, 아니면 유연하게 해결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찰스 슈왑은 “능력은 가르쳐서 키울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그 태도가 결국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이 면접관의 평가 못지않게 안내데스크 직원이나 주차 요원을 대하는 태도를 확인하는 ‘리셉션 테스트’를 중시하는 이유도 같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진짜 됨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례함은 지능의 문제
우리는 흔히 예의를 개인의 성품이나 가정 교육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예의는 지능의 영역이기도 하다. 회사 주차장에서 남의 차 통행을 막고 제 편한 대로 주차하거나 공용 화장실에서 핸드타월을 뭉치로 뽑아 쓰고 바닥에 던져 놓는 사람을 두고 “개념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타인이 겪어야 할 불편함과 조직이 지불해야 할 관리 비용을 계산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
문제는 이런 ‘무개념’ 직원이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경우다. “일은 정말 잘하는데… 이 정도는 눈감아줘도 되지 않을까?” 리더는 고민에 빠진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단호하게 답한다.
‘똑똑한 싸가지’는 용납하지 마라.
그들이 팀워크를 파괴하는 대가는
그들이 거두는 성과보다 훨씬 크다.”

똑똑한 싸가지는 조직의 공통 가치나 근태, 비용 처리 같은 행정 절차를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 “나는 돈을 벌어다 주는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지켜야 해?”라는 오만이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주차 매너가 엉망이거나 회의실 같은 공용 공간을 지저분하게 쓰고 뒷정리조차 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은 똑똑한 싸가지의 전조 증상이다.
팀과 조직을 서서히 마비시키는 '똑똑한 싸가지'
이들은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무기로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한다. 회의에서 누군가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협업 과정에서는 정보를 독점해 ‘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조직’을 만든다. 또한 상사 앞에서는 유능한 부하 직원인 척 연기하지만 동료와 부하 직원들에게는 냉소와 고압적인 태도를 일삼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무례한 구성원과 함께 일하는 직원의 80%가 그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시간을 허비하며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의도적으로 업무 몰입도를 줄인다.
게다가 무례함은 조직을 전염시킨다. 조직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한 명의 무례한 구성원이 내뱉는 독설이나 무시하는 태도는 지켜보는 동료들의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례한 상황에 노출된 직원들은 창의적인 사고 능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며 심지어 그 무례함을 다른 동료나 고객에게 그대로 투사하기도 한다.
결국 똑똑한 싸가지 한 명을 방치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독성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과 같다. 이들이 만들어낸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게 되고 이는 곧 조직의 혁신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초래하는 ‘인재 유출’이다. 똑똑한 싸가지가 활개 치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짐을 싸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가장 유능하고 자존감이 높은 핵심 인재들이다. 이들은 무례한 환경을 견디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다른 무대로 미련 없이 떠난다.
반면 갈 곳 없는 이들은 조직에 남아 그들의 무례함에 동조하거나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결국 리더가 눈앞의 성과 때문에 무례한 천재 한 명을 보호하는 동안 조직은 서서히 창의성을 잃고 고인 물이 되어간다. 똑똑한 싸가지를 품는 대가는 단순히 팀 분위기가 나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기회비용으로 돌아온다. 독보적인 천재 한 명이 가져오는 이익보다 조직 전체의 생산성 저하가 훨씬 뼈아픈 법이다.
단호한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리더는 구성원의 성과 그 너머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숫자를 채웠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동료들의 에너지를 ‘충전’시켰는지 아니면 ‘고갈’시켰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협업의 순간에 상대의 말을 가로막지는 않는지, 자신의 지식을 무기로 타인을 비하하지는 않는지, 혹은 공용 공간의 질서를 무시하며 특권 의식을 누리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당신의 팀원 중 누군가가 “그와는 도저히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고통을 호소한다면 그것은 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조직 문화의 둑이 터지고 있다는 강력한 조기 경보다.
리더는 무례함을 ‘비즈니스적 손실’로 규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첫째, 태도가 곧 성과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 태도 점수가 낮다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높은 고과를 받을 수 없다는 신호를 확실히 주어야 한다.
둘째, 리더십의 전제 조건을 재정의하라. 혼자 잘하는 사람은 ‘기술자’일 뿐이다. 무례한 천재에게 “당신의 태도가 교정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승진이나 권한 부여는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셋째, 리더 스스로 ‘매너의 표준’이 돼야 한다.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직접 줍고, 직급에 상관없이 존칭을 사용하는 리더의 사소한 행동은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무례함을 방치하는 것은 조직에 독버섯을 키우는 것과 같다. 성과라는 명목하에 무례함을 묵인하는 순간 묵묵히 기본을 지키며 헌신하던 선량한 구성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위대한 기업은 기술력이 아니라 문화의 단단함에서 나온다. 일상의 리더십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누군가를 배려하는 사소한 매너와 기본을 지키는 사소한 단호함에서 시작된다. 기본이 무너진 조직은 결코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없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장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