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철썩 같이 믿은 15년 파트너가 경쟁사로 떠나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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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3-27 15:13 조회 13 댓글 0본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보셨나요?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드라마인데요. 클래식한 시대극에 현대적인 설정을 더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시즌4에서는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국내에서 큰 관심을 얻었죠. 브리저튼은 단순히 인기 드라마를 넘어 플랫폼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대표 IP이기도 합니다. 브리저튼 세계관은 글로벌 기준 약 10억 달러(1조 3천억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시즌1이 처음 공개되자마자 3주 만에 전세계 8천2백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 시즌이 공개될 때마다 약 170만 명 가까이 신규 가입자 유입 효과가 있다고도 하죠.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요? 바로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입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히트 메이커로 정평이 난 작가죠. 대표작으로는 미국 방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가 있습니다. 숀다는 원래 ABC(디즈니가 소유한 미국 대표 방송사) 소속이었습니다. ABC에서 TV 시리즈 작가로 데뷔했고, 무려 15년 간 전속 계약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2017년 돌연 경쟁사인 넷플릭스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업계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숀다 라임스가 이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디즈니랜드 티켓 한 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숀다의 계약 조건에는 본인과 보모의 디즈니랜드 자유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쁜 일정 탓에 직접 갈 일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아이들을 자주 돌보아주는 여동생 명의로 티켓을 대신 발급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반응은 썩 달갑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렇게는 안 해 드려요.” 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죠. 그렇게 유모와 여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간 날, 또 한 번 문제가 생깁니다. 여동생의 티켓이 입구에서 ‘사용 불가’로 뜬 겁니다. 단순한 오류라고 생각한 숀다는 디즈니 임원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더 차가웠습니다.
“숀다, 그 정도 해 줬으면 충분하지 않아요?”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 이게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가치구나.’
그리고 곧바로 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지금 당장, 넷플릭스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 모든 일이, 디즈니랜드 티켓 한 장 때문이었을까?’ 아마 아닐 겁니다. 이 사건은 티켓의 문제가 아니라, 무너진 신뢰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구성원 복지로 제공된 티켓의 명의를 바꾸는 일은 원칙적으로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숀다 라임스는 ABC에 약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온 오랜 파트너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400달러짜리 티켓은 디즈니 입장에서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고 했다가 번복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충분한 배려가 없었으며, 마지막에는 무례한 한 마디까지 더해졌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쌓이면서 관계는 서서히 무너진 것입니다. 결국 숀다 라임스는 1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파격적인 러브콜을 받으며, 넷플릭스로 떠났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협상이나 계약이 테이블 위에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이기는 것’, ‘이익을 얻는 것’에 몰두하곤 하죠. 협상이 끝나고 나면 ‘잡힌 물고기’로 여기며 소홀히 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 인해, 그 다음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협상의 결과와는 관계 없이 따뜻한 감정과 신뢰를 남기면, 그것이 더 큰 협상으로 이어지는 물꼬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협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거창한 조건이 아니라, 작은 유연성, 사소한 배려, 따뜻한 말 한 마디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눈앞의 400달러를 지켜내는 원칙주의자인가요, 아니면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 더 큰 판을 만들어내는 협상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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