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의 미래, AI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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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11-18 15:09 조회 47 댓글 0본문
선수 발굴과 전략 수립 돕는 ‘AI 감독’
이제 감독의 직감과 경험에 더해, AI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승부를 결정짓는 시대다. AI는 선수 발굴과 배치에서부터 경기 전략과 전술 수립까지 감독 역할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인 세비야 FC는 ‘스카우트 어드바이저(Scout Advisor)’라는 생성 AI(Generative AI) 스카우팅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영입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기존에는 한 선수를 검토하는 데만 200~300시간이 필요했고, 유망주를 대상으로 20만 개 이상의 보고서를 정리해야 했다. 이제 생성 AI 덕분에 검색 한 번으로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카우터가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측면 공격수(winger)’를 찾아줘”라고 원하는 선수의 특징을 검색하면 AI가 관련된 선수 목록을 생성하고 각 선수에대한 스카우팅 보고서까지 요약해 준다. 자연어 처리와 거대 언어 모델(LLM)을 사용해 선수 발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특히 슈팅 시도, 패스 성공률 같은 정량적 데이터뿐 아니라, 선수의 태도나 팀 철학과 일치 여부 등 정성적 데이터까지 모두 쉽게 분석할 수 있어서 구단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보다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다.
AI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저항이 큰 테니스 종목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경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AI 힘이 크게 발휘되고 있는데, 그 예로 세계 여자테니스 국가 대항전인 ‘빌리 진 킹 컵(Billie Jean King Cup)’이 있다. 이 대회는 다른 테니스 대회와 달리, 경기 중 코칭받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선수도 교체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 경기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상황에 맞춰 전략이나 전술을 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개발한 AI 기반 실시간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AI는 공 추적 카메라와 3D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선수의 움직임과 공의 속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팀은 사전에 준비한 전략으로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대시 보드를 통해 확인하고, 경기 중 중요한 순간마다 어떻게 작전을 변경할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선수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AI 코치’
AI는 코치처럼 선수의 훈련 방식과 영양 섭취를 최적화하고, 부상 예방, 장비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수 간 격렬한 충돌이 잦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는 AI 기반 플랫폼인 ‘디지털 애슬릿(Digital Athlete)’을 통해 선수의 부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선수의 디지털 복제본을 생성하고, 헬멧과 장비에 부착된 RFID(무선 주파수 식별 장치), 경기장 내 추적 카메라 등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백만 개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다른 헬멧을 썼을 때 결과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른 경기장이나 다른 날씨 상황에서 경기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선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부상 예방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이상적인 훈련 양을 결정해 부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애슬릿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 기반의 ‘3D 자세 추정(Pose Estimation)’ 기술은 선수의 관절 위치를 3D로 보여주는데, 선수가 어떻게 움직일 때 특정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원인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애슬릿은 지난해 시즌부터 처음으로 NFL의 32개 모든 팀에 도입돼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팬의 관람 경험을 혁신하는 ‘AI 중계’
AI 기반 중계 기술은 스포츠 방송과 관중의 경험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AI가 접목되는 중계 영역은 다양한데, △득점 가능성 등을 예측해서 보여 주는 ‘실시간 예측 시스템’ △팬의 관심사에 맞춰 주요 장면을 알아서 편집해 주는 ‘하이라이트 영상’ △사람 중계진을 보조하는 ‘AI 캐스터’ △카메라가 경기 촬영부터 송출까지 척척 하는 ‘무인 중계 시스템’ 기술 등이 있다.
올여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 기간, 미국의 올림픽 독점 중계사인 NBC는 맞춤형 중계 요약 서비스인 ‘일일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제공했다. 구독자는 NBC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피콕(Peacock)’에서 관심 있는 경기를 선택하고, 경기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화제가 된 순간 등 보고 싶은 하이라이트 유형을 미리 설정했다. 이렇게 하면 경기 다음 날 바로, AI가 편집한 나만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AI로 재현한 미국의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인 알 마이클(Al Michael)의 목소리가 담겨 경기 영상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피콕 직원은 이 AI 음성이 선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지, 중계 흐름이 자연스러운지를 사전에 검토해 품질을 높였다. 피콕 사장인 켈리 캠벨(Kelly Campbell)은 “스포츠와 기술을 결합해 팬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개인화된 올림픽 경험을 제공한다”며 초개인화 시대에 맞춘 새로운 경험을 강조했다.
앞으로 스포츠 팬덤이 커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포츠와 AI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가 각본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AI와 만나 앞으로또 어떤 시너지를 낼까. 우리가 속한 산업은 스포츠 산업과 만나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무궁무진한 기회를 상상해 보자.
이정민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책임연구원
* IGM 이코노미조선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