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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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10-10 11:43 조회 257 댓글 0본문
한 채용전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조용한 퇴사’ 상태다. 코로나19 이후로 건강한 삶, 가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100세 시대에 조직이 개인을 책임져주지 못하니 회사 밖 인생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자각이 늘었다.
회사가 직원에게 일하는 시간의
양을 늘리도록 강요할 수 없고 직원도 희생할 생각이 없다. 주는 만큼만 일하고 일하는 만큼만 주겠다는
분위기는 생산성 둔화, 조직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회사는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간과 장소를 직원이 선택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융합되는 협업환경 조성, 직원의 시간을 아껴주는
인공지능(AI) 활용이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결국 직원 입장에서 스스로
몰입하지 못한다면 제도와 환경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직원이 주체적으로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자
팀에 인력이 필요할 때 담당
역할과 필요 역량을 직무기술서로 정의해서 인사팀에 제출하면 이 내용이 채용공고에 담긴다. 정해진 규격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정해진 업무를 배정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직무설계(Job design) 방식이다.
조직 입장에서 전체 비즈니스가
빈틈없이 운영되려면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딱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주어진 업무에 나를 끼워 넣으니 부속품처럼 느껴진다. 일이 지루해지고 역량을 확장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관점을 다시 보아야 한다.
조직으로부터 주어진 업무를 자신의
관점에서 스스로 의미 있는 일로 재정의하는 것을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고 한다. 나의 관점이라고 해서 주변 신경 안 쓰고 적당히 타협해서
안주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황을 재해석하고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나는 벽돌을 쌓아서 돈을 받는다’라고만 한정하면 일은 그저 노고의 대가가 되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나는
삶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해석하면 누군가 누리게 될 행복이 나의 보람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원자폭탄의 임계질량을 알아내기 위해 전국에서 똑똑한 고등학생들을 모았다.
학생들은 이유는 모른 채 반복적인
계산을 했다. 일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러니 능률도
나지 않았다. 파인먼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하는 일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이고 원자폭탄은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밤늦도록 일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서 계산 속도가 10배나 빨라졌다. 인류의 평화를 앞당긴다는 의미가 학생들을 움직였다.
조직에는 필요한 일이지만 여기에
나를 꿰맞춘다고 생각하면 ‘남 좋은 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대가로 월급만이 목표가 되면 월급을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일이 된다. 반대의 경우를 보자. 내 입맛에 맞게만 일하고 조직과 조직구성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취미생활이 된다. 필자가 사회 초년생일 때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코딩
규칙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코딩을 한 적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멋진 코드였을지
몰라도 선배, 동료가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장애가
발생해 3자가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결국 고객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었다. 조직에, 고객에게 도움이 되면서 나에게도 의미
있는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잡 크래프팅이 직원 개인의
몫으로만 주어져서도 안 된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그 과정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에게
그들의 작업 결과가 어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공지한다. 이처럼 엔지니어들이 후방에서
이유 없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해준다.
한
보험회사에서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는 텔레마케터들은 고객이 청약하고 나면 이후에는 해당 고객을 관리하지 않았다. 그들의 직무는 청약을 하나라도
더 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 어느 날 텔레마케터 출신인 한 영업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텔레마케터들이 출근해서 영업 시스템에 접속했을 때 그들로부터 청약했던 고객 중에 전날에 보험금을 수령한 분이
있다면 첫 화면에 띄우자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화면에
적용한 후에 텔레마케터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화 영업은 고단하고 스트레스가 많지만 고객이 아플
때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는 뿌듯함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회사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의 보람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끈기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일에서 의미를 찾으면 열정이
일어나고 꾸준히 끝까지 해낼 동력이 생긴다.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열정과 끈기가 가진 힘을 역설한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는
높은 성적, 강한 체력, 뛰어난 리더십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입학 첫해에 받는 7주간의 집중훈련에서
중도 탈락자가 속출했다. 훈련을 통과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가르는 차이는 그릿에 있었다. 그릿은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을 말한다. 바꿔
말한다면 몇 년 전부터 크게 유행한 약어인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반문하는 사람들
또한 있다.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이기긴 어렵다고. 그러나 역으로 노력 없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재능에 그릿을 곱하면 전문성이
생기고, 전문성에 그릿을 곱하면 비로소 성과로 전환된다. 그 과정은 길고도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분명 타고난 자질이 있지만 그가 이룬 영광은 지치지 않는 꾸준함의 결과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밖에서 보면 화려하고 드라마틱해 보이지만 한 경기를 해내고 ‘기쁘다’, ‘속상하다’ 느낄 겨를 없이 이미 잡혀 있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해내고 또 준비하고 해내는 과정의 반복이었으며, 그것을 버틴 자신이 기특하다고 했다. 그래서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능력보다 어려운 일을 할 때
뇌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일을 완수하고 나면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라고 인식하게 된다. 같은 일이
다음에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고 자신감이 높아진다.
열정과 끈기의 자세는 현재 몸담은
조직 안에서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전체 커리어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된다. 회사 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수한 경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회사 밖에서 갑자기 없던 끈기가 생기기는 어렵다.
업무를 끈기 있게 해내는 과정에서
쌓이는 전문성과 성과가 곧 자신의 시장가치가 된다. 회사를 박차고 떠날 수 있을 만큼 유능한 사람이라면
현재의 회사에서 핵심 인력이 된다.
그러나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열정과 끈기를 유지하기 힘들다.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하고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일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내가 하는 일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에 대한 긍정적 영향력은 열정으로 이어지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준다. 그 과정에서 당신에게는 성장이라는 과실이 오롯이 남을 것이다.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