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임원'의 역할과 역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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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9-10 11:29 조회 390 댓글 0본문
“선택받은 0.8% 임원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필자의 조직에서 운영하는 임원 승진 과정에서
첫 강의를 할 때 가장 먼저 건네는 메시지다. 2023년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100대 기업 일반 직원들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3%다. 약 120대 1의 경쟁률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게 되면 조직 내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혜택도 따라온다.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임원 표정들이 마냥 기뻐 보이지만은 않다. 우스갯소리로 ‘임시직원’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매년 성과를 기준으로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별다르지 않은데 훨씬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게 된다.
그동안 잘해 왔으니 그대로 하면 될까. 그것도 아닌 듯 싶다. 한 치 앞을 모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되는 속도
경쟁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이해하기에는 갭이 큰 신세대 구성원들과 고객 등 개인 커리어의 정점인 순간에 엄청난 압박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는데 어쩌면 이는 당연할 수 있고 제대로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일 수도 있다.
이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새로운 역할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필자는 ‘연륜으로 조직에 기여하셔야 합니다’라는 조언을 드리고 두 가지를 강조한다. 바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과 구성원들의 육성이다. 먼저 이 역할들을 강조하는 배경부터 살펴보자. 임원들의 상사인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원하는 것은 기업의 영속성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는 자신의 불멸성이라고 한다. 나의 생물학적 유전자가 영원하기를 바라듯이 CEO나 창업자들은 자기 조직이 오랜 시간 건강하게 존재하기를 바란다.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리자
실제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1999년 창립부터 2101년까지 102년 동안 3세기에 걸쳐 지속 성장하는 그룹이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이런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든 기업은 늘 인재난에 허덕인다. 실질적인 인구 감소, 젊은
세대들의 직업관 변화 등의 영향으로 사람을 구하기가 과거보다 힘들어졌다.
지방 소재 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점점 높아져 가는 인건비도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들에게 그동안의 전문성을 계속 살려 조직 성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동시에 후배들을 잘 육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본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해야
할 역할을 조금 더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임원이 되면 이제 실무는 팀원들이 담당하고 임원은 관리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그럴 수 있지만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이제 임원들이 관리와 함께 소위 말하는 실무도 해야 한다.
만약 기술 리더라면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일 테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인사부 임원이라면 리더 후보자들을 직접 물색하고 면접에 참여하고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육성가로서의 역할은 성과를 내되, 구성원들을 키우면서 해야지 그들을 소비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렵게 채용한 구성원들인데 웬만하면(?) 그들을 내보내면 안 된다. 그리고 다소 평범한 역량을 가진 구성원이라
할지라고 잘 지도해 제 몫을 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다. 플레잉코치(Playing
Coach) 역할이 임원에게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 두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습 능력과
코칭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기르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기본적 태도가 있다.
바로 상황적 겸손이다. 내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내 말이 곧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필자가 임원 분들께 특히 강조하는 것인데 태생적으로 임원들이 갖추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임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전문 역량을 기반으로 더 열정적으로 더 끈기 있게 일하며 많은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가 답을 모르거나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렵고 또 용납이 안 되기도 한다.
리더십 초점은 공동의 목적에
맞춰야
승진을 해 내가 모르는 부문까지
책임을 맡게 된 한 임원이 관련 대학원이라도 가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봤다. 그런데 꼭 내가
다 알아야만 할까.
리더십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휘하는 영향력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상황적 겸손을 설명하면서 리더에게
보여주는 영상 자료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최연소 기술이사로
재직했던 김영한 씨가 ‘개발자를 움직이는 마법의 말’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 마법의 말은 바로 ‘고민이 있어요’ 다. 감이
오는가. 개발자들의 뇌 구조상 이 말을 듣는 순간 만사를 제쳐놓고 프로젝트 관리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상을 본 리더들은 내가 현장에서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순순히 고백하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늘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고, 뛰어나야 하고, 답을 줬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이 영상자료를 찾아준 직원은 리더십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우려했던 한참 아래인 후배였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무조건 겸손해져야 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저서 ‘초격차’에 등장하는 사례도 도움이 될 듯하다. 그는 직원들과 대화할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잘 모르면서 리더가 아는 체하면
그때부터 직원들은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라는데 상황적 겸손을 현장에서 실천한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했을 때 나타나는 야생마 직원을 추가로 언급했다. 이는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큰소리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묵살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해서 조직의 균형을 깨뜨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리더가 내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잘 다루지 못할 수 있는데 권 회장은 어떻게 조언하고
있을까. 우선 논쟁이 붙는 것을 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즉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
다음은 약 30분 정도 마음껏 자신의 견해를 펼치게 내버려 두면서 충분히 듣는다. 그러면서
자기 경험이나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그들 논리의 맹점을 지적하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상황적 겸손에
더하여 경청과 질문이라는 코칭 기술을 잘 활용한 것이다.
사람은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즉각적으로
과거 성공한 경험을 떠올린다고 한다. 성공 경험이 많은 임원들은 자연스레 내가 알고 경험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사람들을 이끌게 된다.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을수록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고 자신이 내린 판단의 정확성에 대해 과대평가한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젊은이의 입을 막지 말고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요즘 시대 먹히는 리더십이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