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구 천재 메시를 美 구단이 잡은 비결, 미래 가치와 잠재 욕구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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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4-15 11:37 조회 619 댓글 0본문
스타급 인재를 영입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상대에게 어떤 제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심지어
그 인재와 기업을 데려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경쟁사들이 우리 기업보다 가격(재정)적 우위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우리가 현장에서 제안하는 모습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가급적 맞춰주는 제안이다. 둘째, 상대가 요구하진 않지만
내심 원하는 것까지 포착한 제안이다. 마지막 유형은 상대가 원한다고 자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꿰뚫어
보는 제안이다.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마지막 유형이
진짜 고수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말하는 요구(needs),
내심 원하고 있는 욕구(wants)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면서 “그들이 욕구를 느끼기 전 무엇을 원할
것 같은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Henry Ford)는 “사람들에게 뭘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마차’를 원한다고 답했을 것”이라면서 표면적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보다는 상대도 모르는 욕구를 포착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상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상대의 숨은 속내를 포착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 사례들이다.
축구 불모지 미국 구단의 '리오넬 메시' 영입 비결
2023년 6월,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는 파리 생제르맹(PSG)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메시의 업적을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 해에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최다(8회) 수상,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 최다(8회) 수상, 최다 월드컵 골든볼(2회), 개인
통산 최다 우승(44회)까지 그야말로 ‘축구의 신’다운 기록을 세웠다. 메시가
이적할 팀은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초미의 관심사였다.
FC 바르셀로나는 “2년 전 떠나보낸 메시를 데려오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면서 기존 선수를 방출하거나 그들의 연봉을 낮춰서라도 메시의 조건을 맞춰줄 것임을 암시했다. 많은 팬이 메시가 17년간 머물렀던 바르셀로나로 복귀하기를 염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축구 클럽인 알 힐랄(Al-Hilal)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축구 선수 중 역대 최고 연봉인 4억달러(약 5373억2000만원)를 제안하며 메시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 금액은 2023년 세계 축구 선수 연봉 1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2800억원보다 약 두 배 많은 액수다. 많은 사람은 메시가 친정 팀 바르셀로나로 복귀하거나 알 힐랄로 이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메시의 결정은 예상을
뒤엎었다. 앞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미국의 프로축구(MLS) 구단인 ‘인터 마이애미’를 선택한 것이다.
2018년에 창단된 인터 마이애미는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이 공동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는 클럽이지만, 동부권 꼴찌(15위)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최약체 팀이다.
더 놀랐던 것은 인터 마이애미가
제시한 연봉은 알 힐랄이 제시한 연봉의 20%도 안 되는 7500만달러(약 1007억4750만원)였다. 대체 무엇이 메시를 미국으로 이끈 것일까.
메시는 다른 곳보다도 바르셀로나에
돌아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나 때문에 다른 선수가 희생하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왜 사우디 클럽의 제안도 거절했을까. 인터 마이애미는 사우디와 달리 메시에게 ‘미래 가치’ 를 보여줬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에게 MLS에서 은퇴하면 해당 구단의 지분을 나누고, MLS 10년 중계권이
있는 ‘애플TV+’와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수익을 나누는 내용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돈을 생각했다면 사우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메시의 말처럼, 미래 가치라도 경제적 혜택만을 제안했다면 영입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메시의
마음속 꿈을 꿰뚫어 그가 미국행을 택하도록 마침표를 찍은 사람이 있다. 바로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이자
미국 건설사 마스텍 회장인 호르헤 마스(Jorge Mas)다.
마스는 “미국 축구는 미식축구나 야구, 농구에 비해 인기가 없는데, 미국 축구를 뒤바꿔 놓을 기회가 ‘메시 당신’에게 있다”면서 메시의 성장 욕구를 터치했다.
또한 메시의 주무대였던 유럽보다
미국이 고향 아르헨티나와 근접해서 친구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PSG 시절, 메시와 가족이 파리 팬의 야유와 협박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마스는 메시의 세 자녀를 위해 커리큘럼이 훌륭한 최고의 학교를 찾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적 결정 후 메시는 “이전과 똑같은 책임감으로 경기를 뛰면서도
스포트 라이트를 벗어날 때다. 미래를 오롯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 결정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 마이애미와 구단주 마스는 이러한 메시의 깊은
속내를 간파한 것이다.
유전 인수 경쟁에서 반전 드라마
쓴 '한국 컨소시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미국 본토에 있는 유전 인수에 성공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석유공사(KNOC)와 삼성물산인데, 이들은 힘을 합쳐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심지어 당시, 매일 1만7000배럴에 달하는 원유 생산이 가능한 역대 최고 규모의 유전이었기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됐다. 대체 어떤 상황이었으며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을까.
2008년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한 미국의 테일러 에너지(Taylor
Energy)가 매물로 나왔다. 이 기업은 멕시코만 일대의 알짜배기 유전 다섯 곳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미국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오일머니의 기회를 엿보며 입찰 경쟁을 펼쳤다.
그중 미국의 아파치(Apache Corporation)와 스폰 에너지(Spawn Energy)가 인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술력이나
기업 규모 면에서 더 뛰어났고, 입찰 가격이 한국 컨소시엄보다도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본토에 있는 유전을 다른 국가 기업에 넘길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런데 이때, 모든 조건을 따져봐도 불리해 보였던 한국 컨소시엄이
예상을 깨고 10억달러(약
1조3433억원)로 테일러 에너지 매입에 성공한
것이다. 현지에서도 놀랄 만큼 뜻밖의 결과였다.
한국 컨소시엄은 테일러 에너지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찾는 데 집중했다. 테일러 에너지 설립자인 패트릭 테일러(Patrick Taylor)는 사회에 대한 기여를 평생의 목표로 삼아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어 테일러재단을 설립해 수십만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매각 당시 회사는 설립자 사망한 후 배우자인 필리스
테일러(Phyllis Taylor)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었다. 필리스 테일러 회장은 고인이 된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면서 사회사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한국 컨소시엄은 필리스 회장의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인수 제안을 발표할 때 회사 연혁에 설립자의 사회
기여 공적을 포함했다. 또한 설립자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를
인수한다면 테일러 에너지의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러한 접근은 필리스 테일러 회장에게
큰 감동을 줬고, 최종 매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컨소시엄의 인수가 확정된 후, 필리스 테일러는 “KNOC와
삼성물산이 남편의 유지를 계속 이어나가 지역사회에 계속 기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상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된다면 인터 마이애미와 한국 컨소시엄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혜택을 넘어서 미래 가치를 그려주거나 꿈, 가족에 대한 사랑, 나아가 생각지도 못했던 잠재된 욕구를 깨워보면
어떨까. 여러 경쟁자 사이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