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디즈니가 37년 동안 똑같은 슈퍼볼 광고를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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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2-16 17:25 조회 1,015 댓글 0본문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행사인 ‘NFL 슈퍼볼(북미 미식축구 리그 결승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도 약 1억 2천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시청자 수를 달성했는데요. 이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중계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역시 수많은 기업들이 30초당 700만달러(약 93억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싣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죠.
광고 전쟁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매해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수인데요. 놀랍게도, 슈퍼볼에 등장하는 광고 중에는 37년째 똑같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슈퍼볼 우승팀 MVP에게
묻는 질문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What’s next?)”입니다. 올해의 MVP가 된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패트릭 마홈스는 이렇게 외쳤죠.
“디즈니 월드에 갈 거예요!(I’m going to Disney
World!)”
얼핏 ‘디즈니 월드가 저 정도로 가고 싶었나?’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터뷰는 1987년도부터 이어진 디즈니의 마케팅 캠페인입니다. 오직 MVP에게만 요청하는 이 한 마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슈퍼볼의 전통이자, 정상에 선 운동선수가 커리어 정점을 달성한 기쁨을 표현하는 관용구처럼 사용되고 있죠.
이 마케팅이 시작된 계기는 한 저녁식사 자리였는데요. 1987년 어느 날, 월트 디즈니 전 CEO 마이클 아이즈너 부부는 조종사 딕 루탄과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딕 루탄은 당시 최초의 무착륙 세계일주 비행이라는 영웅적 기록을 세운 직후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아이즈너는 “당신은 인생 목표를 이룬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딕은 농담을 섞어 이렇게 대답합니다. “흠... 디즈니 월드에 가려고요.”
이 대화에서 큰 영감을 얻은 아이즈너는 딕 루탄의 말을 디즈니 마케팅 슬로건으로 만들 결심을 합니다. 인생 최고로 행복한 순간에 떠오르는 곳이 바로 ‘디즈니 월드’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완벽한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승팀이 결정되기도 전에 어떻게 광고를 준비할 수 있었을까요?
디즈니는 미리 결승에 오른 양팀의 MVP후보들에게 우승 후 ‘디즈니 월드에 가겠다’는 한마디를 조건으로 광고를 제안했습니다. 대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광고비 지급을 보장하고, 금액은 7만 달러 정도로 기존보다 낮게 책정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큰 돈이 걸린 경기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없게끔 말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1987년 우승팀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 필 심스의 “난 디즈니 월드에 갈 거예요!”라는 기쁨에 젖은 외침은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광고는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지며, ‘행복한 순간은 곧 디즈니 월드’라는 대중의 인식을 확실히 얻게 되었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 명확한 메시지 그리고 정확하게 계산된 타이밍이 만들어 낸 최고의 마케팅이 아닌가 싶습니다.
콘텐츠로 넘쳐나는 요즘, 이제는 15초의 광고조차 길게 느껴지는데요. 우리도 디즈니처럼 단순하지만 강력한 한 마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1987년부터 이어진 슈퍼볼 챔피언들의 외침 “디즈니 월드 간다!” ⓒFlea Flickerr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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