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원 관리만큼 중요한 ‘상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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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2-05 09:51 조회 1,084 댓글 0본문
필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하는 신임 팀장을 위한 이틀짜리 공개과정이 있다.
본격적인 리더 역할을 시작하는 팀장들에게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수적인 리더십, 역할전환, 성과관리, 동기부여, 코칭
피드백 등의 강의로 진행된다.
그런데 비록 정규과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필자가 힘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상사관리’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 본부 같은 임원 아래서 최강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두 팀장이 있다. 우선 A 팀장의 사례다. 임원이 지시한 대로 준비해서 보고했더니 이 길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팀장인데 사소한 것 하나하나 컨펌 받아 진행하라고 하고, 팀에 필요한 인적·물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는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노력만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B 팀장은 상당히 다르다. 지시사항에
대해 보고하면 바로 승인을 해주고,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만 보고하라는 위임을 받았다. 인적·물적 지원도 끌어다 주니 업무가 착착 진행되고, 성과를 내고 기여한 만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임원이 변덕쟁이이고
사람을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신임 팀장들의 관심은 온통 아래로만 향해 있다. 즉
팀원을 어떻게 잘 이끌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반면 사례에서 예로 든 B 팀장의 시선은 아래와 함께 위로도 향해 있었다.
상사의 성공 파트너가 돼야
결국 구성원뿐만이 아니라 상사까지 잘 관리해야 100점짜리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라는 존재는 조직에서 합법적으로 부여하는 직책과 권한으로 우리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승진과 성과급을 결정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조언과 정보 및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실행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와 공감과 신뢰의 관계를 맺기 위해 의도적으로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상사와 내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윈-윈(Win-Win)’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나아가 조직의 성공을 위한 올바른 ‘상향영향력(managing-up)’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구체적인 방법론을
살펴보자.
먼저 상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즉 상사의 성공 파트너가 돼야
한다. 존 가바로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상사 관리하기(Managing Your Boss)’라는 논문에서 상사와 그의 고민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상사의 목적과 목표, 상사를 힘들게 하는 압박 요인, 상사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상사가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의 파악이다.
강의 현장에서 실제 이 항목들에 대해 작성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 많은
리더들이 내가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상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준다.
구체적으로 파악을 했다면 이제는 상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 고민이 있다면 나와 우리 팀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아 추천할 수 있고, 내부 경영혁신이 상사의 우선과제라면 우리 팀도 발 벗고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정서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일명 늑대들의 합창이라는
것인데, 우두머리 늑대가 사냥에 실패해 울부짖으면, 나머지
늑대들이 격려의 울부짖음을 보내주는 것이다. 울부짖는 행동 자체가 ‘우리는
동지’라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상사는 나보다 더 많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 얘기는 결국 책임도 더 많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수반한다. 당신은 윗사람이 힘들 때 어떤 리액션을 보냈는가.
다음으로는 상사를 나의 서포터, 즉
‘나·우리 팀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방법이다.
우선, 주도적으로 상사와의 소통기회를 늘려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면 상사와의 만남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상사를
피하면 피할수록 결국 상사의 통제에 더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
셰릴 샌드버그가 과거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내건 이직 조건 중의 하나는 바로 매주 또는 격주로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1대1 미팅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상사와 본인이 같은 눈높이인지 확인하는 것이 내 일을 잘하기 위한 핵심요소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상사는 자신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일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놓치기 쉽다. 현장에서는 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프로젝트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상사니까 다 알고 있겠지’라고 우리는 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중간 보고가 없다면 상사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 왜
상사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잊지 말자. 우리
팀의 성과가 곧 상사의 성과다. 우리 팀에 관한 일을 상사가 몰라 당황하게 만드는 상황은 절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둘째, 상사의 사소한 지시사항도 충실히 선실행해 상사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 브루저 기동대의 활약을 담은 도서
‘네이비씰의 승리’에서 나온 사례다.
적진에서의 작전수행만으로도 너무 바쁜데 상부에 올리는 서류작업이 너무 많아 부하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휘관 조코 윌링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상사에게 달려가 현장을
모르는 부당한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여서 싸웠을까.
그는 사령관님이 지시한 보고서를 누구보다 성의 있게 써서 마감일보다 일찍 제출하도록 지시했고, 부하들은 툴툴거렸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CEO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본인이 지시한 사안들이
조직원들에게 잘 전파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들은 상위리더가 지시한 업무의
배경, 기대효과를 잘 이해하고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주면서 실천을 독려해야 함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덕목이다.
다른 부대는 서류 제출 같은 상부의 사소한 지시에 대해 대놓고 툴툴거렸지만, 브루저
기동대는 사소한 지시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평소 신뢰를 쌓았고, 그 후 작전에 관한 상부의 승인을
뭐든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해야 한다. 미국의 350개 대기업 CEO들이 어떻게 이사회 임원(리더)까지 올라갔는지를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이 팔로어 시절 상사와
대화할 때 조언을 항상 구했다고 한다. 조언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팀의 성과를 위한 정보와 지원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상사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먼저 경험한 사람이다. 경험치, 대내외적인 정보 및 네트워크가 나보다 훨씬 다양하고 강력할 수 있는데, 이
자원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더해 나에 대한 호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
조언을 구할 때에는 상대를 칭찬하거나 치켜세우게 되므로, 상대의 자부심을
고조시킨다. 모든 인간은 ‘인정욕구(Needs of Esteem)’를 갖고 있다. 조언을 요청받으면 자신의
역량이나 경험 혹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여기게 되므로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정욕구를 매우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이다. 새해 여러분들의 목표에 상사관리가 꼭 포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