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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재와 미래 경계 넘나든 ‘의류 업계 테슬라’ 볼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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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4-13 16:30 조회 4,98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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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본사 바로 앞 옥외광고판에 도전적인 메시지가 올라왔다. "우리 재킷은 준비됐어. 로켓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이 대담한 질문의 주인공은 영국의 의류 브랜드, 볼레백(Vollebak). 당시로선 고작 4년 차 스타트업이었던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들이 준비됐다고 말한 재킷을 살펴보자.

'숙면 보호막(Deep Sleep Cocoon) 재킷'이라고 이름 붙인 이 옷은 화성으로 여행할 때 요긴하다. 고치 모양으로 설계되어 빛과 소리, 불필요한 자극을 완전히 차단해서 숙면을 돕기 때문이다. 하루 16번 일출을 경험하느라 심각한 수면장애를 안고 사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이 탐낼 만하다. 결국, 인간이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게 될 것이라 믿는 볼레백은 스페이스X의 창업가, 일론 머스크에게 묻는다. "미래에 필요한 옷은 우리가 계속 만들게. 그래서 화성에는 언제 갈 수 있어?"라고 말이다.

기존 의류 회사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이 회사의 창업자는 디자이너 겸 운동선수인 쌍둥이 형제 닉(Nick)과 스티브 티드볼(Steve Tidball)이다. 형제는 사막과 산맥, 정글을 달리는 것처럼 극한의 모험을 즐기곤 했는데 그들이 쓰던 스포츠 의류용품이 기대만큼 진보적이지도 스마트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곤 이렇게 결심한다. "다른 모든 산업에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자동차에는 테슬라, 우주여행에는 스페이스X, 기술에는 애플이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옷에서는 아직 그런 플레이어가 없다. 우리는 미래에서 온 옷을 만들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고,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첨단과학과 기술로 이뤄낼 것이다!"

이들의 선언대로, 볼레백은 정말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는 하지 않는 시도를 계속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볼레백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줄을 섰다. 볼레백의 팬들은 구매 예약 후 평균 3년의 개발 기간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 회사 매출은 창업 후 매년 100%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금은 테슬라와 비견되는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사고를 뒤집는다'는 확실한 원칙이다. 기존 시장에서 옷에 대한 규칙은 현재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의류 회사는 사람들이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를 살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옷을 만들고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데, 볼레백은 이런 접근이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대신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한다. 이들은 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아무도 연구하고 있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한다. '다음 세기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도전이 무엇일까, 그 도전을 위해 어떤 옷을 준비해야 할까'를 탐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광고에 전혀 돈을 쓰지 않는 대신 연구비용에 투자한다. 혁신적인 옷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볼레백은 스페이스X 본사 바로 앞에 도전적인 메시지의 옥외광고를 전시했다. 사진 볼레백

남들과 다른 옷으로 승부

눈에 띄는 혁신 제품 몇 가지만 짚어보자. 낮 동안에 태양광을 충전해두고 어두워지면 빛을 발해서 밤에 조깅하는 사람이나 산에 오르는 사람의 안전을 지켜주는 '태양열 충전(solar charged) 재킷'은 2018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험난한 조건에서 버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옷도 있다. 높은 열전도성을 가진 그래핀(Graphene)이라는 소재를 섬유에 코팅하여 제작한 그래핀 재킷은 입었을 때 체온을 저장해서 난로 역할을 해 준다. 실제로 한 모험가는 네팔에서 혼자 트레킹을 하던 중 길을 잃었는데, 해가 지기 직전 30분 동안 그래핀 재킷을 입고 태양열을 충전한 덕에 밤을 무사히 보냈다고 한다. 지금 소개한 옷들은 인류가 우주로 나갔을 때 큰 일교차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강한 옷도 있다. 2020년 미국 '타임'이 꼽은 100대 혁신 제품인 '풀 메탈(Full metal) 재킷'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구리에 닿으면 살아남지 못하는데 이 옷은 무려 11㎞의 구리 원사로 만들어졌다. 금속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신축성도 좋은 데다 방수와 방풍, 통기성까지 뛰어나 '인류를 구할 재킷'으로 불린다.

볼레백의 혁신에 대한 남다른 접근법이 또 있다. 하나의 도전과 하나의 해결책에 집중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볼레백은 의류의 미래와 관련된 일련의 상호 연결된 문제를 동시에 연구한다. 이것이 가장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볼레백의 혁신은 초내구성 의류를 만드는 것에서 아예 생분해되는 의류를 만드는 것으로 확장된다.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 미래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100년 후드티, 100년 스키팬츠, 100년 군사용 스타일 조끼처럼 엄청난 내구성으로 영구히 입을 수 있다는 '100년 컬렉션'은 칼날로 뚫을 수 없고 찢어지지도 않는다. 이는 방탄조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준다.

동시에 입다 버린 옷이 100년간 썩지 않고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점에 착안, 아예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식물성 티셔츠도 만들었다. 유칼립투스와 너도밤나무, 해조류를 소재로 사용하여 땅에 묻으면 12주 안에 완전히 생분해되어 지렁이나 달팽이의 밥이 된다.

"의류 산업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다른 브랜드와 똑같은 옷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볼레백의 혁신은 남들이 보지 않는 것,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창업가인 쌍둥이 형제는 혁신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산업 밖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꾸 경쟁자를 살피면 서로 흉내 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 산업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아이디어와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틀을 깨고 싶은가? 그렇다면 산업과 산업, 현재와 미래, 이 경계를 넘나들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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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백의 ‘숙면 보호막 재킷’은 화성까지 여행 가도 안전한 튼튼하고 미래지향적인 옷을 지향한다. 사진 볼레백 




볼레백의 ‘풀 메탈 재킷’은 바이러스균도 살아남을 수 없는 11㎞의 구리 원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강조된다. 사진 볼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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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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