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더십 개발의 뉴 패러다임… 기업 미래 이끌 경영자 육성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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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4-27 18:00 조회 1,907 댓글 0본문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늘 빠르게 변한다고 묘사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급변’한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국제정치·경제·기후·인구·기술·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변화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리더를 빠르게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리더십 개발은 과거의 성공적인 리더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행동 양식, 즉, 일반적인 ‘리더십 역량’ 모델에 기반해 이뤄져 왔다. 이러한 리더십 역량 모델은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급변하는 미래에 필요한 리더, 특히 기업을 이끌고 나갈 경영자를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리더가 일반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역량을 넘어, 기업의 미래를 이끌 경영자를 실질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먼저 경영자가 미래에 수행해야 할 ‘역할’을 규명해야 한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큰 트렌드 중에서 미래에 지속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질 트렌드를 선별하고 이러한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경영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역할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과업(task)’을 정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과업이 정의된 이후에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통찰력,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래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리더 역량 모델에 입각해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보다 미래 상황에 부합하는 리더십 개발에 훨씬 효과적이다. 프로그램 참여자 입장에서도 미래 리더가 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개발해야 할지 초점이 명확해질 수 있다.
미래 경영자의 7가지 역할
이러한 미래 리더십 개발 모델이 어떻게 실제로 설계 및 운영될 수 있는지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중견 그룹인 L그룹에서는 지난 10년간 전통적으로 영위해온 사업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둬 왔지만 성장에 있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그룹의 미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로 했다. 약 1년 반 동안 한 차수당 15명 내외로 총 세 차수에 걸쳐 프로그램이 기획·운영됐다.
프로그램의 첫 번째 목표는 글로벌·디지털 경영 환경에 대한 선견(先見) 확보와 경영자로서 요구되는 역할 수행 역량 강화였다. 두 번째 목표는 경영 현안에 대한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통한 사업 실행력 강화였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은 미래 경영자의 7가지 기대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잘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과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미래 경영자의 7가지 역할과 이뤄야 할 주요 과업은 다음과 같다.
1│ 미래 창조자(Futurist)
급변하는 미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미래 사업의 비전을 제시한다. 과감한 시도와 끈질긴 혁신을 통해 비전이 현실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2│ 디지털 혁신가(Digitalist)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사업 성과를 만들어낸다.
3│ 전략적 투자자(Investor)
투자자 관점에서 미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initiative)을 도출하고 실행한다. 유기적 성장뿐 아니라 비유기적 성장 기회를 찾아내고 가치 투자를 수행한다.
4│ 전략가(Strategist)
불확실한 경영 환경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예측되는 문제와 새로운 기회를 정확히 제시한다.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안을 수립한다.
5│ 고객 가치 혁신 설계자(Designer)
시장과 고객에 대한 탁월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기획을 리드하여 고객 가치를 혁신한다.
6│ 전략적 소통가(Communicator)
고객·주주·직원·파트너 등 이해 관계자와 항시 연결되어 있고, 이들과 사업 비전·가치·목표를 명확히 공유한다. 다양한 사업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이해 관계자의 적극적 지원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7│ 인도주의자(Humanitarian)
인류의 공존과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져 가야 할 책임과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가 일하고 싶은, 존경받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천한다.
이러한 미래 리더의 7가지 역할 수행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첫째는 미래 리더의 7가지 역할을 테마로 해 인사이트와 지식을 공유하고 토의하는 학습 세션, 둘째는 이러한 역할 수행을 직접 수행해 보는 경험 학습으로서의 액션러닝 팀 프로젝트, 셋째는 이러한 리더 역할 및 기본적인 리더십 역량을 다면 진단을 통해 개인별로 진단하고 결과에 대해 일대일로 코칭하는 세션을 각각 운영했다.
특히, 액션러닝 팀 프로젝트는 미래 경영자의 역할을 미리 수행해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학습 활동으로 설계됐다. 우선 담당 분야와 소속 기업이 다른 세 명을 한 팀으로 구성하고, 팀별로 선택한 사업의 경영자가 돼 10년 안에 기업 가치를 10배로 올리는 방안을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경영자가 직면한 상황은 늘 모호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찾아내고 통찰력을 발휘해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했다. 팀 프로젝트는 이와 가능한 유사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전략을 도출해 보며,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 기반의 전략도 함께 고려하는 등 리더 역할과 관련된 고민을 실제로 미리 해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이러한 팀 프로젝트를 현업 업무 이외에 추가로 수행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업 업무는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도록 독려했고, 프로젝트 수행 시간을 확보하면서 업무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스킬도 함께 개발될 수 있도록 했다.
미래 리더 육성 프로그램 수료 전 최종 발표를 할 때는 L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참관하도록 했다. 최고경영진이 교육 참가자와 함께 투표해 최고의 팀을 선정하도록 했고, 최종 발표회가 격려와 축하의 장으로 마무리되도록 했다.
이처럼 미래 역할에 초점을 둔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이 기업에 활발히 도입돼 운영됨으로써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준비된 리더가 많이 배출돼 우리 기업의 미래가 더욱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철 IGM세계경영연구원 겸임교수
현 영국 레딩대 헨리비즈니스스쿨 교수, 현 커니(Kearney) 전문위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