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쟁에서 성장으로’…인사고과, 절대평가 전환 후 달라져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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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3-02 17:03 조회 5,518 댓글 0본문
요즈음 부쩍 성과 평가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연말 연초의 평가 시즌과 맞물려서이기도 하지만 과거와는 다소 다른 패턴이 눈에 띈다. 지금의 평가뿐만 아니라 목표 설정과 과정 관리까지 성과 관리의 연간 사이클에 맞춰 관리자들의 교육을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일까.
이는 2010년 이후 글로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수시 성과 관리'가 한국 기업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전의 평가 제도는 상대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상대 평가는 개인의 성과 기여에 대한 차별적 인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동기 부여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구성원들 간의 내부 경쟁을 조장하면서 최근의 환경 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협업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지적 받기 시작했다.
이에 개인 성과에 따라 평가를 보상한다는 기본을 유지하면서 개인별 목표 달성에 초점을 두고 달성 수준에 따라 평가를 보상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끄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대 평가에 따른 등급 제도의 폐지, 연 1~2회의 성과 리뷰가 아닌 수시 피드백 강화 등으로 연중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평가 기준과 목표 수준은 팀원들과 합의 필요
새로운 평가 제도 정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하는 것은 인사 부서가 아니라 관리자들이다. 현장에서의 민첩한 조직 운영과 구성원들의 목표에 대한 몰입을 위해 평가에 대한 권한이 관리자들에게 대폭 이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큰 변화의 시점에 관리자들에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성과 평가 관리 제도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바로 등급을 매기는 사람(ranking director)이 아니라 성과를 이끌어 내는 리더(performance leader)의 모습이다. 이러한 역할 전환을 잘 이뤄내기 위해서는 관리자에게 세 가지 차원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지식(knowledge)이다. 변화하는 평가 제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인사부에서는 새로운 성과 제도와 운영에 대한 설명회를 대략 한두 시간 정도 진행하거나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제도로의 변경에 대한 이유(why), 구체적인 변화 요소(what), 운영 방법(how)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제도 설명회와 함께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수시 성과 관리의 가장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상대 평가에서 절대 평가로의 전환이다. 최근 모 글로벌 회사에서 영업부서는 기존의 상대 평가를 유지하고 지원 부서만 절대 평가를 우선 도입했다. 평소 상대 평가에 대해 어려움이 많았던 영업부서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조직 지원 부서의 특성상 팀원들의 역할과 업무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 평가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반대로 영업부서에는 왜 여전히 상대 평가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잘 알고 있어야 새로운 제도가 잘 운영될 것이다.
다음은 스킬(skill)이다.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자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 목표 설정과 피드백 그리고 면담 기술은 기본이고 평가자로서의 성찰 능력과 조직 내부의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철저히 따르는 것도 필요하다.
절대 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절대 평가 체계 안에서 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팀원을 평가하기 힘들다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목표 설정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상위 조직과 정렬된 도전적인 개인별 목표를 세우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목표 수준과 평가 기준에 대해 구성원과 충분히 대화하고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별 목표 달성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라는 절대 평가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성과를 주제로 구성원과 대화해야
절대 평가에서 많이 거론되는 또 다른 하나는 평가자의 관대화 경향(positive lenience)이다. 이는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안 좋은 평가를 줘서 괜히 기분 상하게 할 필요가 있나', '다른 팀은 다 좋게 주는데 굳이 왜 나만…' 등의 생각으로 팀원에게 후한 평가를 주는 것이다.
몇 해 전 절대 평가제로 바뀐 모 기업에서도 과거에 비해 이 관대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생기면 모든 직원들이 최고 등급을 받았는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모두가 똑같다면 굳이 내가 왜 하지'라는 다른 형태의 공정성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성과 기준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성공이나 실패 사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행동 중심으로 즉각적이고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스킬을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또한 평가 면담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많은 관리자들이 피평가자에게 평가 결과를 단순 통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현실인데 평가를 통해 구성원들을 성장시킨다는 의미의 핵심은 성과를 주제로 구성원들과 필요한 대화를 하는 것이다. 더구나 피평가자들의 대부분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들은 자신들의 평가 결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 한다.
평가 조정 회의를 통해 평가 결과가 조정됐다면 더욱 신경 써 평가 면담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 기술들을 강의와 롤플레잉 등의 다양하고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한다.
평가는 목표 달성을 촉진하는 도구
마지막으로 태도(attitude), 즉 평가에 임하는 자세다. 과거에는 평가 등급을 매기는 절차, 보상 배분, 저성과자 탈락 등 제도 운영 자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구성원들을 육성하고 목표 달성을 촉진하는 도구로서 평가를 적극 활용하려는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는 40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인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가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는 인간의 관점을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지능·개성·도덕성 등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충분한 양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와 달리 성장 마인드셋은 현재의 자질이 성장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고 노력이나 타인의 도움을 통해 얼마든지 길러 낼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타고난 재능이나 적성, 관심사나 기질이 저마다 다를지라도 누구나 경험과 노력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 마인드셋은 관리자들이 개인별 목표 달성을 독려할 때 꼭 필요한 기본 자세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도전을 받아들이고 남의 성공에서 교훈과 영감을 얻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관리자들이 구성원들의 성장 마인드셋 또한 길러 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부흥을 맞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평가 제도를 변경하면서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했다. 부서 이기주의와 엘리트주의가 팽배했던 원래 잘난 사람들의 집단에서 클라우드 시대에 적합한, 협업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변환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기존의 '세계 1위, 우리가 최고다'에서 '배우고, 도전하고, 학습한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하게 되면서 변화에 훌륭히 대응했다.
우리가 새롭게 평가 제도를 변경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