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노멀이 될 하이브리드 워크,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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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9-08 13:36 조회 2,545 댓글 0본문
조직구성원들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방식인 하이브리드 워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일하는 방식의 뉴노멀이 된 하이브리드 워크를 일터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부분을 고민해야 할까?
최근 머신러닝 분야의 최고 인재로 불리는 스타 개발자의 이직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 소식의 주인공은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이다.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화풍을 학습해서 다른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저화질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것과 같은 작업은 모두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라는 기술 덕분인데 이안 굿펠로우가 바로 GAN의 창시자이자 GAN의 대부로 불린다. '2017 MIT테크놀로지 리뷰 선정 35세 이하 혁신자'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구글에서 구글맵이 자동으로 주소를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9년 애플은 그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데려와 AI 머신러닝 총책임을 맡겼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퇴사하고 구글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긴다. 애플로서는 애써 영입한 인재를 놓치고, 머신러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인재를 찾거나 내부에서 육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핵심인재를 떠나게 한 사무실 출근
이안 굿펠로우는 왜 애플을 떠났을까?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사무실 출근'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애플은 올해 4월, 전 직원들에게 주 1회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통보했다. 5월에는 주 2회로 늘렸고, 5월 23일에는 월, 화, 목요일로 아예 요일까지 지정하며 주 3일 사무실 출근 방침을 알렸다.
이안 굿펠로우는 퇴사 전 동료들에게 "유연성을 늘리는 것이 개발팀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이메일로 회사 방침에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른 직원들도 "유연함이 주는 포용성이 없으면 많은 직원이 가족과 행복, 최선의 업무 역량의 조합과 애플 직원으로의 삶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유연한 업무를 인정하지 않는 배경은 두려움, 즉 업무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직원의 자율성에 대한 두려움, 회사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마침 미국에서의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우려로 애플은 당분간 주 3회 사무실 출근 방침을 보류하긴 했으나, 추후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면 사표를 던지는 직원은 또 생겨날 수 있다. 실제로 이 기회를 틈타 몇몇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애플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한다.
애플은 왜 근무 방침에 보수적이었나
의아한 점은 애플은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원격작업을 위한 협업 툴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근무 방침에 보수적으로 접근했을까? 애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면 구성원끼리 둘러앉아 토론을 해야 하는데, 떨어져서 근무하면 모이기 어렵다. 대면 접촉이 없는 방식은 부정적 영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직원들 간 협업이 필수적인 금융업에서 재택근무는 이상적 형태가 아니다. 2020년 10% 미만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이것은 새로운 표준이 아니라 일탈이다"라고도 했다. 한 마디로, 협업이나 소통이 어렵고 생산성도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반대하는 기업은 직원 관리의 비효율성, 정보 유출 등 보안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한편, 직원들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전환을 통해 자율성과 유연성을 맛본 이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9개국 12,500여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는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했고, 1/3은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면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어떨까? 올해 4월 진행된 잡플래닛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직장인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따지는 기준 1위는 재택근무 여부이며, 2위는 워라밸이었다. 사무실 출퇴근에 소진되는 에너지를 더욱 생산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가 크다.
모순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워크
그렇다고 이들이 완전히 사무실에서 마음이 떠난 것도 아니다. 조사기관 에델만DXI가 2021년 1월, 31개국 31,0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The Work Trend Index survey> 결과를 보면, 직원들이 2가지 모순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73%는 ‘유연한 원격근무 방식이 계속되기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67%가 ‘팀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답한 것이다. 즉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일할지에 대한 유연성을 기대하며, 팬데믹 이전과 같이 100% 사무실 근무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협업 등에 있어서는 팀을 직접 대면하며 일하고 싶어 한다.
재택근무를 아예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들은 휴식이 보장되어야 할 사적인 공간이 일하는 공간이 되면서 오히려 워라밸이 더 나빠졌다고 항변한다. 또,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사람이거나 원격작업이불가능해 현장근무를 반드시 해야 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원격근무 체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육아 등의 책임을 갖고 보살펴야 할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혹은 홈오피스를 구현할 만큼 공간이 충분치 않은경우에는 오히려 사무실 출근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이처럼 100% 재택/원격근무도 모든 직원이 원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그렇다고 사무실 출근이 당연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도 분명해 보인다. 결국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방식인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 유력하다.
모두를 포용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만들기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워크를 도입할 때 고민이 생긴다. 현장근무 인력과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직원 모두를 포용해야 하는데, 누가, 언제, 어디서 일할지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앞서 애플이 추진하려던 것은 하이브리드 워크였음에도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비해 네이버는 순탄하게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달랐을까? 최근 네이버는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O타입(Office-based work)’과 주 5일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R타입(Remote-based work)’ 중 직원이 선택하도록 하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 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한 기업이 요일까지 지정해 전 직원이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하도록 통보했다면, 다른 기업은 직무와 개인 사정을 고려해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끔 한 것이다. 물론 어떤 기업에는 일률적인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산업별, 직무별, 조직문화에 따라 원격근무를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팀의 성격, 리더 저마다의 의지, 구성원 개인이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므로 전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정책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다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경영진이 충분히 노력했고,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과정 자체가 필요하다.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비중을 정할 때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의 사례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기업경영연구실에서 P&G의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와 함께 개발한 모델인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성과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 지표를 파악한다. 질레트에서는 협업, 창의성, 민첩성, 직원 만족도, 지속적인팀 신뢰 등의 요소를 꼽았다. 이러한 지표는 조직 또는 팀마다 전혀 다를 수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지표와 우선 순위를 정하면 된다.
② 각 지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무실 근무 일수를 정한다. 예를 들어 질레트에서는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무실 근무 일수를 5일이라고 정했다.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무실 근무 일수는 1일로 설정했다.
③ 제품의 생애주기, 즉 아이디어-발견-준비-출시에 이르는 4단계의 각 단계마다 핵심 지표의 가치를 매긴다. 점수는 1부터 6까지 줄 수 있으며 가장 높은 가치라면 6을 매기는 식이다. 가령, 질레트 팀이 제품의 생애주기 중 ‘아이디어’ 단계에서 ‘협업’의 가치를 2점, ‘창의성’의 가치를 6점으로 매겼다고 해보자. 질레트에서는 총 6개의 핵심 지표에 대해 가치 점수를 매겼고, 총합은 21이 나왔다.
④ 각각의 핵심 지표별 사무실 근무 일수에 가치 점수를 곱한다. ‘협업’이라는 지표를 다시 보자. 사무실 근무 일수 5에 가치 점수 2를 곱하면 10이 나온다. ‘창의성’에 대해서는 사무실 근무 일수 1에 가치 점수 6을 곱해 6이 나왔다. 그럼, 10과 6을 더하고 여기에 나머지 지표들에 대해 계산한 결과까지 생각해 총합을 낸다. 질레트의 총합은 65가 나왔다.
⑤ 총합 65를 지표별 가치 점수의 합 21로 나누면 이것이 바로 최적의 사무실 근무 일수가 된다. 즉 질레트에서 하이브리드 워크를 위한 최적의 사무실 근무 일수는 3.1일이 되는 것이다. 사무실 근무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다. 질레트에서는 최적의 근무일수 3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아이디어를 냈다. 하루는 팀원들이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고 협업하며, 또 다른 하루는 다른 팀이나 다른 업무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중요한 이슈를 검토하고 의사결정한다. 그리고 남은 하루는 직원들이 부서를 초월해 더 넓은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하는 날로 쓰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하이브리드 워크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유연함과 포괄성이다. 근무 장소의 혼용으로 인해 직원들은 유연하게 적응해야 하고, 모든 직원들은 어디서 일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누리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포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경영진과 리더도 달라진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저마다 다른 구성원들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외부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회사의 의사결정을 똑같이 보고 들을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하이브리드 워크의 도입과 운영은 어쩌면 ‘아트’의 영역이 아닐까?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미래의 일하는 방식에 있어 이제 파일럿 기간은 끝났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무대에서 어느 기업이 박수갈채를 받을지는 총감독의 리더십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HR insight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