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떠나는 직원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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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4-08 10:14 조회 3,315 댓글 0본문
‘퇴사형 인간’이 당연해진 세상…퇴사자를 조직의 지지자로 만들어야
바야흐로 ‘대(大) 퇴사’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지난해 여름과 가을 동안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났다. 처음에는 주로 호텔이나 식당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서비스직의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는데 점차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까지 직장을 그만두는 추세가 확산됐다.
이처럼 퇴사율이 급격히 치솟은 현상을 두고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대 교수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과 삶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직장인들이 본인이 더 선호하는 조직 문화, 더 나은 처우와 업무 환경을 찾아 떠나고 있다.
요동치는 노동 시장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조직에서 핵심 집단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일에서 개인의 성장과 유연성·자율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보장받지 못하면 그만두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퇴사율은 15.7%로 전년 상반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그 이유는 ‘MZ세대 중심 조직으로 이직·퇴사를 비교적 쉽게 하는 편이어서’가 41.3%(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더 이상 ‘회사형 인간’은 없다
또 사람인이 500개 기업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 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2%가 ‘MZ세대의 1년 이내 조기 퇴사자 비율이 높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여서(60.2%, 복수 응답)’를 꼽았다.
더 이상 ‘회사형 인간’은 없고 ‘퇴사형 인간’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리더는 직원이 언제든 더 나은 커리어와 가치 및 목표를 향해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 시장에서 애쓰는 만큼 퇴사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직원 몰입도를 높이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 경험에 공들이는 기업이 많은데 직원 경험은 퇴사 혹은 그 이후까지도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보통 마지막 효과를 전체인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기업은 퇴사자를 조직의 평생 지지자, 열렬한 홍보 대사로 만든다. 퇴사자는 고객이나 파트너가 돼 나타날 수 있고 심지어 재입사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한 기업은 퇴직 사원 인력 풀을 관리하는데 재직 중 능력이 검증된 직원에게는 명절이나 생일 때 작은 선물을 보내며 근황을 확인하고 재입사를 권유하기도 한다.
퇴사자는 재교육을 하지 않고도 바로 현장 배치가 가능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사자를 ‘명예 직원’으로 칭하며 정중하게 대하고 그동안의 공로에 대해 감사 이벤트를 여는 기업도 있다.
이런 대우를 받은 퇴사자는 홍보 대사가 돼 다른 사람에게 전 직장을 추천하고 여전히 전 직장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며 주위에 추천할 확률이 높다.
이에 비해 퇴사를 결정한 직원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적으로 돌리는 곳도 있다. 아직 퇴사일이 남아 있는데 계정을 삭제하거나 합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퇴사자를 험담하는 등 감정에 앞서 옹졸하게 구는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그동안 조직에 헌신했던 직원의 퇴사 과정이 감정적으로 매끄럽지 않으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목격한 남아 있는 직원들도 회사에 적의를 품게 될 수 있다.
동료의 퇴사 소식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영향이 있는데 퇴사자를 대하는 방식을 보며 직원들은 회사가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블라인드’, ‘잡플래닛’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의 파급력이 상상 그 이상일 수 있다.
퇴사 면담, 조직이 성숙할 수 있는 기회
퇴사자의 말 한마디에 회사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구직자들의 입사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태도와 성과가 썩 좋지 않았던 직원이라고 할지라도 헤어질 때만큼은 아름답게 이별할 필요가 있다.
헤어질 때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바로 세심한 퇴사 면담이다. 퇴사자의 피드백을 통해 조직이 성숙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무엇이 효과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은지 문제를 인식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남아 있는 직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문제를 파악해 퇴사자의 결정을 돌릴 수도 있다.
이 같은 대화를 위해 평소 면담자의 훈련이 중요하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 효과적인 진행을 위해 퇴직 면담 매뉴얼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퇴사 면담, 이렇게 하세요>
·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라
· 직원이 의견을 말하게 하고 경청하라
· 개인적 차원의 감정 이입을 하지 않도록 심리적 대비를 하라
· 상대가 너무 흥분했다면 잠시 쉬어라
· 간결하고 사실적으로 말하라
·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라
<퇴사 면담, 이것은 피하세요>
· 주중 늦은 시간 혹은 주말 면담은 피하라
· 잡담이나 돌려 말하기는 피하라
· 동정심이나 상투적인 위로는 삼가라
·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 결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추측은 하지 마라
·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라
· 방어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글로벌 미디어 기업 넷플릭스에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퇴사자가 ‘부검 메일’을 쓰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회사를 왜 떠나는지,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배우고 경험했는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넷플릭스가 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동료들에게 남기는 것이다. 부검 메일을 쓰는 중 상사와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기도 하고 퇴사를 번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회사가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대책 마련에 힘쓴다. 회사가 후속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남은 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직원들을 살피고 있구나. 개인의 의견을 중요하게 듣고 있구나’라고 느끼며 몰입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퇴사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인재 관리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나 SAS는 ‘왜 여성 IT 인력의 퇴사율이 높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고 몇 년간의 퇴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육아’가 가장 큰 이슈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출산 휴가 정책과 자유 근무 시간제 등 여성 인력 상황에 맞춰 제도를 손보고 사내 탁아소와 식사 준비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그 결과 퇴사율을 낮추고 우수 인재를 유지하며 신규 채용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퇴사 관리의 핵심은 조직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해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데 있다. 특히 핵심 인재일수록 빠져나가지 않도록 ‘있을 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꾸준히 유대 관계를 맺고 개별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 회사에 왜 남아 있는지, 만약 떠나게 된다면 무엇 때문인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들의 의견과 감정에 대해 듣는 첫 자리가 퇴직 면담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평소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노력을 하듯이 아끼는 직원을 떠나보내기 싫다면 직원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동기를 해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